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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4.19 02:25

[2ch] 장난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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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jN4WX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의 이야기다.


헤어진 후 전혀 연락하지 않던 예전 남자친구(이하 A로 표기)에게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빌린 물건들도 깔끔하게 다 돌려줬고 돈으로 얽힌 것도 없는데다 서로  충분히 의논하고 헤어진 사이라 더 이상 볼일 없을텐데. 게다가 난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다. 나는 전화는 받지 않고 무시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하루에도 몇번이고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가 오는 횟수도 점점 불어났다. 솔직히 매우 불쾌했다.

수신 거부하면 될 일이긴 했지만 나는 따끔하게 한마디 해둘 요량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A는 밑도 끝도 없이 앞뒤조차 맞지않는 형언할수 없는 욕설을 쏟아부었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달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끊고 싶었다. 조심조심 이야기에 맞쟁구를 치며 들어주는 체 했다.

그러자 A는 애걸하며 나에게 말했다. 


"제발 더이상 전화하지 말아줘."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끈질기게 전화하는건 A잖아...

달래고 달래어 얼추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그는 내가 거는 장난전화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바쁠때 전화해서 아무말 없이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해서는 아무 말 안하다가 전화를 끊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하는 통에 괴롭다고 했다.

그토록 끈질기게 전화를 했던것도 받자마자 욕설을 했던 것도 전부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전화를 한 적이 없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야기는 평행선을 그릴 뿐이었다.

 

"나 안했다구."

"니가 장난전화 한거 맞잖아."

"됐어. 말이 안통하네. 나 전화한 적 없고, 이미 결혼도 했어. 그런 전화 할 이유 없어."

 

그렇게 한마디 하고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찜찜하긴 했지만 짜증이 났다.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역시 A의 정신에 문제가 생겼을 지도 모른단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의 번호를 수신거부로 등록했다.

 

 

 

 

며칠 후 한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A와 공통의 아는사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연락처만 받아두었던, 친구라 부르기엔 그다지 가깝지 않던 사람이었다.  


 [A가 전화하지 말라고 전해달라던데? 걔 요즘 좀 이상하던데? 무슨 일 있어?]

 

이런 내용의 문자였다.

나는 참으로 기가 막혔다. 어쨌건 그 지인에게 이런 배경을 설명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 지인은 내 설명을 차분히 들어주긴 했지만, 불륜에 의한 치정싸움 정도로 생각하는 듯 했다. 

도대체 누구 짓인거지.

남편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A와 전혀 면식이 없는 친구에게 상담을 했다.

 

"아. 그거 흔한 장난이네. 누가 A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니 이름으로 번호를 저장한 다음에 거는거야."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밤낮 할것 없이 전화를 걸어대며 나와 A 모두에게 이렇게나 피해를 주는 것을 장난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날 A의 전화를 받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수신 거부 한 날 이후로 더이상 나에게는 전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이 일에 대해 잊고 지내게 되었다.

 

 

 

 

 

시간이 꽤 흐른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때 마침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해서 부재중 전화로 넘어가 있었다.

그 당시 집안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관련 업자가 건 전화라고 생각했다.

30분 후 그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특이하게도 화상전화를 요청하는 화면이 액정에 떠있었다. 나는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업자가 보여줄게 있나보다 하고 수락을 눌렀다.

 

화상통화인데 휴대폰의 액정은 온통 까만 화면이었다.

 "여보세요" 몇번이고 말해봤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끊었지만 전화는 다시 걸려왔다.

반복해서 걸려왔다.

받아보아도 깜깜한 화면만을 띄워놓고 상대방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화면 가장자리 쪽에 하얀색 무언가가 언뜻언뜻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서 볼륨을 높여보았다.

"욱. 우욱.웅." 하는 자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화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이빨이 보였다.

내가 예상한대로였다.

상대방은 화상전화를 걸고는 입 속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날도 똑같은 전화가 몇번이고 걸려왔다. 내가 잘못 본 걸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몇번 더 받아봤지만 내 확신만 굳어질 뿐이었다.

문득 A가 생각이 났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그도 똑같은 전화를 받고 있다고 했다.

무시하면 그만인데 어느새인가 자기도 모르게 그 전화를 받고만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해지하고 통신사까지 바꿔가며 휴대폰 번호를 바꿨지만 A에게는 지금도 그 전화가 걸려온다고 한다.







비비스케 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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