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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10.02 22:38

미인

조회 수 1697 추천 수 0 댓글 5



아침에 일어났을때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공기중에 자리잡고 있는 

불쾌한 이물감이 느껴지면 그날은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것은 내가 자아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이후 비가올때마다 느껴왔던 감정이었다. 

창문에 드리워진 커텐을 걷어내자 역시나 하늘은 까무룩히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제의 일기예보가 정확하다면 오늘부터 며칠간은 지리하게 이어지는 비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악!!!!" 


침대에 걸터 앉아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있는 상규의 귓가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섬뜩한 비명소리였지만 상규는 별반 신경쓰지 않는 무심한 

동작으로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 


"상희야, 왜 또 그러니 응?" 

"제발!! 제발 내보내줘요!! 이러다간 정말 미쳐버릴거야!!!" 

"단어 선택을 잘못 한것 같군 미쳐버릴것 같은게 아니라 누나는 이미 정신이상 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잖아" 

"상규야!!" 

"어머니 그렇게 응석을 모두 받아들여주다가는 끝이 없어요. 반성할때까지 혼자 조용히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상규야..." 

"오늘은 늦을테니까 먼저 저녁 드세요 다녀올게요" 


현관문을 나서자 밖에는 이미 소나기를 연상케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메비우스의 띠처럼 늘상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인가 하는 지독한 의문이 오늘은 

조금 해소가 되는 듯 한 기분이다.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나서 부터 누이는 미쳐버렸다. 

홈쇼핑에 나오는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은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했고 수억에 달하는 돈을 

자신의 성형수술에 쏟아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가 약속되어 있는 누나는 누가봐도 일등 신부감 이었다. 

그런 누나에게 찾아온 첫번째 시련은 결혼을 약속한 연인의 배신 이었다. 

식상하기까지한 뻔한 스토리 였지만 자신보다 모든조건에서 하등 나을 것이 없는 애인이었던 

남자의 여자가 단지 자신보다 미인이라는 것을 안 이후 부터 누나는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했다. 

회사도 그만둔채 성형수술에 미쳐있던 누이에게 찾아온 두번째 시련은 부작용 이었다. 

출처 불명의 화장품을 바르던 얼굴은 검게 퇴색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검버섯이 얼굴 

이곳저곳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온몸 이곳저곳을 찢고 쇠를 박아넣고 피부를 밀어버린 대가는 가혹했다. 

다행히 집안이 부유한 탓에 누이의 성형수술 비용으로 인해 빚을 지거나 사채를 끌어쓰는 일은 

없었지만 누이의 문제는 가문에 대단히 창피스러운 일이었고 아버지는 괴물같은 얼굴로 

변해버린 누이를 내보낼 수 없다며 평생 바깥출입을 할 수 없게 가둬버렸다. 

그것이 벌써 2년전의 일이었고 누이는 2년째 갇혀 있는 것이다. 

때론 누이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했지만 갑작스럽게 발광하며 울부짖는 누이의 흉측한 얼굴은 

어머니조차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누이는 아버지에게 가장 부끄러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족 호적에는 아버지, 어머니, 나 이렇게 세식구만 단출하게 적혀 있다. 

누이는 아버지에게 사회적 체면으로 인해 할수없이 데리고 있는 골치아픈 문제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루일과가 끝날무렵 세속적인 일에 시달려 꽤 피로해진 내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짜증이 

치솟았지만 액정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하루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보세요 상규씨" 

"아 그래 지금막 일 끝냈어 준비끝났으면 데리러 갈게" 

"아... 상규씨 나 너무 떨려" 

"괜찮아 가벼운 수술이니까 겁먹지 않아도 될거야" 

"있잖아~ 친구들이 상규씨가 성형 수술 시켜준대니까 부러워 죽겠대" 



잠시 누이가 생각나 불쾌했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채 무사히 통화를 끝냈다. 

오늘 내 여자친구는 성형수술을 받는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많은 돈을 찔러 넣어주고 오늘 저녁 7시 이후 내 여자친구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수술 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녀에겐 가벼운 수술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오늘 이루어질 수술은 꽤 복잡한 수술이었다. 

본인의 동의없이 다른 곳을 절개 한다는 것은 불법이지만 그것 역시 돈으로 해결이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그녀에게 성형수술을 권한것은 나였다. 

처음에는 성형수술을 권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던 그녀도 끈질긴 내 권고에 서서히 

동화되어 지금은 아주 만족을 하는 듯 했다. 

물론 그 만족이라는 것에는 모든 수술비를 내가 댄다는 것도 포함이 될 것이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하던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오자 하루종일 가열되었던 뜨겁고 무거운 

공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끈덕지게 내리고 있는 가랑비는 흥분되어 있는 상규의 기분을 차갑게 가라앉혀 버렸다. 




"엄마..." 

"으... 응? 상희야 왜? 배고프니? 어휴 내정신 좀봐 잠깐 눈좀 붙인다는게 세시간이나 자버렸네 

배고플텐데 얼른 저녁 식사..." 

"엄마... 엄마는 못 느끼겠어?" 

"또... 왜그러니 상희야" 

"상규 말이야 걔…걔… 미쳤어" 

"상희야!!" 

"모르겠어? 상규는 미쳤다고!!! 완전히 돌았어!!! 내가 지금은 이런 몰골은 하고 있지만... 

미치진 않았어!! 하지만 상규는... 상규는... 겉은 멀쩡해도 속으로 곪아있다고 

엄마 상규 눈빛 못봤어? 그게...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제발... 엄마... 나 상규랑 같이 있는 

것도 무섭고 여기 갇혀있는 것도 지겨워... 제발... 나좀 보내줘.... 으흑...제발... 악!!!!!!" 

"상희야아!!!" 

가학적으로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하는 상희를 보며 정옥 여사는 지난 이년동안 지긋지긋하게 

흘려온 눈물을 또다시 터뜨리고 말았다. 

절대 방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남편의 당부가 있었기에 방문을 열지도 못하고 기절할때까지 

계속될 딸아이의 가학적 행위를 그냥 지켜만 봐야하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였다. 






"아...아파..." 

"깼어?" 

"상규씨? 옆에 있는거야? 지금... 어떻게 된거야?" 

"마취가 풀리면 약간의 통증이 있을 거랬어 수술은... 잘 됐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아... 지금 당장 보고 싶어 분명히 부기가 빠지지 않아서 보기 흉할테지만 그래도 

보고싶어 음... 상규씨한테는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예뻐 지금까지 내가봤던 모습중에 가장 예뻐" 

예인은 상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막 성형수술을 받은 자신의 모습이 정말 

예뻐 보일리 없다. 

"거울 좀... 볼 수 있을까?" 

".... ...." 

"상규씨?" 

"지금은 막 수술을 끝냈기 때문에 거울은 안 보는 편이 좋을거야" 

"괜찮아 친구 성형수술 했을때 같이 따라가서 본적 있어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보고싶어" 

"지금 이 방에는 거울이 없어 내일 집에가서 가져올 테니까 오늘은 그냥 참도록 해" 

"여기 병실아냐? 간호사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성형외과에 손거울 하나 없을리도없고..." 

얼굴은 지나치게 부어서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고, 가벼운 

수술이었을텐데 온몸이 결리듯 쑤셨다. 

단순히 눈앞에 몽고주름을 트고 코를 약간 높이는 수술이었을 텐데… 

통증을 가까스로 참고 옆을 돌아봤을때 상규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있는것이 아니라 문 밖에 

서서 창살 틈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상규씨? 뭐하는거야? 왜 밖에 서있어?" 

말을 하면서 예인은 자신이 아주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느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가 잠에서 깼으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팔에 꽂혀있는 링겔도 그렇고 배는 고픈 수준이 아니라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긴것처럼 

쓰라렸다.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상규씨 거울 어딨어? 거울 보고싶어 지금 당장" 

"... 그렇게 보고 싶다면 직접 보도록 해 벽에 하얀 커텐으로 가리워진데를 걷으면 거울이 

있을거야" 

방안에 거울이 없다던 처음의 말과는 틀렸지만 예인은 불안한 마음에 그런것도 잊은채 

아픈것도 참고 커텐이 드리워진 거울앞에 섰다. 

커텐을 거둬내는 손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서서히 떨리기 시작하고.... 

방안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예인은 못볼것이라도 본것 마냥 얼어붙은 듯 했고 상규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으.. 으... 으아악~~~~~" 

숨막히는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예인은 몸이 아픈것도 잊은채 방안의 잡동사니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웃는건지 우는건지 알 수 없게 일그러진 퉁퉁 부은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도저히 멈출것 

같지 않던 발작같은 행동은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어지럼증에 바닥에 주저 앉아야 했다. 

사방으로 삣친 머리에 얼굴 이곳저곳 피묻은 붕대를 감고서 오열하는 예인의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우선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해" 

"어... 어떻게..." 

"5일 이상 링겔 외에 섭취한 영양분이 없으니 죽을 준비해뒀어 그렇게 날뛰면 머리만 더 

어지러울 뿐이라고"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실패한거야? 수술이 실패한 거냐고!!!" 

"예인아" 

"설명해봐!! 설명해보라고!!! 눈을 찢고 코하나 세우는데 얼굴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 나를 

좀봐! 날좀 보라고!!! 

이게 사람의 얼굴이냐구우....으흑...." 

확실히 그녀 모습은 차마 똑바로 마주보기 민망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높지는 않았지만 작고 귀여웠던 코는 아래로 심하게 주저 앉아있었고 입술은 지나치게 부풀어 

올라 각질이 하얗게 일고 있었다. 

피부 이곳저곳을 점령하고 있는 검버섯과 잔 주름들은 그녀가 울부짖을 때마다 다양한 모양을 

그리며 그녀의 표정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우선은 미안하다 너의 동의를 먼저 얻었어야 했는데 하지만 설명을 하면 너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 사람들의 미인에 대한 기준은 너무 편협하니까” 

“내가… 내가… 어떻게 된건지 설명해봐” 

정신이 아득이 멀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예인은 힘겹게 말문을 이어갔다. 

심한 쇼크 증상으로 손발을 심하게 떨고 눈 언저리까지 경련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그녀는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텨내고 있었다. 

“우선 니 상태를 설명하기 전에 누나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지. 너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에겐 누나가 한명 있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문밖 출입은커녕 호적에서 조차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이야. 너는 세상의 미인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편협적이라는 생각을 해본적 없니? 갸름한 얼굴 오똑한 코 쌍커플이 짙게 진 눈동자… 

난 주먹만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큼직하게 찍혀 있는 외계인 같은 여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러던중 나는 누이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 말았어 

모두 부작용으로 흉측해진 얼굴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더 다양한 표정을 소화할 수 있는 개성넘치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지. 사람들은 세상의 

천편일률적인 미인에 대한 기준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무에 넌 찬성하지 않을거라고 생각 

했어. 네 얼굴이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차차 알수 있을 거야. 유복한 가정에서 평이한 길을 

걷던 부족함 없는 너에게 한가지 부족한 점을 채워 준거야.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평생 너의 아름다움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갈게 응? 예인아” 







“그는…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넌 이제 세상에 다시없는 비너스로 새로 태어난 

거라고..” 


“흠… 이야기 내용을 정리해보면 정상규씨라는 분이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 당신의 얼굴을 음…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죠” 

“… …” 

조형사는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미인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떻게 

이런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가 

성형수술을 한지 3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려 앉은 코를 성형수술을 통해 다시 복구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실패하고 지금은 아예 

얼굴 가운데 코는 없고 구멍만 두개가 나 있는 상태였고, 피부는 잔주름과 검버섯으로 

뒤덮여 있었다. 

솔직히… 처음 마주보았을 때 괜한 핑계로 시선을 피하고 싶은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상규란 사내를 죽이기까지의 동기를 설명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삐뚤어진 시각을 가진이가 있다니… 그것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괴물로 만들어 놓고 평생 집안에 가둬놓으려 했었다니… 

성형수술을 하기전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확인한 조형사는 아쉬움에 입맛을 쩝쩝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성형수술을 하기전의 그녀는 상당한 미모였던 것이다. 

“형사님… 분명 정상규는 제게 그런말을 했어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철저한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우연한 기회에 정상규의 누나되는 사람 

성형수술 전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놀랍도록 저랑 똑같이 생겼더군요. 그리고 같이 발견된 

일기장에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적혀 있었어요. 그는… 그는 자신의 누나를 사랑했더군요. 형제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한거죠. 정상규의 누나 상희는 18살이 되던해부터 상규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어요. 정상규 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식을 서두르던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여자를 소개시켜 준것도 그였어요. 그리고… 남자친구를 빼앗겨 상심해 있는 그녀에게 

성형수술을 부추긴 것도 그리고 약물을 주사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게 

만든것도 그였죠… 누나에 대한 그의 집착은… 결국 이렇듯 끔찍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어요” 

조형사는 쉼없이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실에 말문을 열 수 없었다. 

“그럼… 그럼… 당신을 그렇게 만든 이유는…” 

“자신의 누나와 똑같이 생긴 제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그 후로는 조형사님도 아시다시피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왔고 그녀들의 잇따른 자살로 이제 

유일한 증인은 저 혼자만이 남은거죠. 이 흉측한 얼굴을 가지고 저는 아직도 살아가려 

발부둥을 치고 있는 거예요…” 

“일기장과 사진을 증거물로 제시할 수 있습니까?” 

“네” 

“그… 그럼 사랑한다면서 자신의 누이를 그렇게 만든 이유는 무엇입니까?” 

“형사님…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화를 격게 되고 아름다움은 퇴화되고 말죠 

그는… 누나의 얼굴을 사랑한 것이 아니였어요… 그녀의 인격과 마음을 

사랑한 거예요. 미모도 그녀의 일부분이었겠지만 자신의 곁에 남겨두기 

위해서는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어찌보면… 세상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얼굴과 몸매만 

예쁘면 무조건 미인으로 추대하는 사람들보다는 그의 마음이 더 순수 했을지도 모르죠… 

그는 단지 집착이 강했을 뿐인 고집불통 어린아이… 였던 거예요” 

자신의 일생을 망쳐버린 남자를 향해 그녀는 어쩌면 순수한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바람에 돌아버렸나…?’ 

하지만 처연하게 앉아서 담담하게 뱉어내는 말에는 거짓이 없어보였고 

어떠한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일생을 이렇게 흉측한 얼굴로 살아가야 할텐데… 

그녀의 얼굴에서 정상규에 대한 분노나 조바심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정상규 라는 사내를 살해했지만 그 배경과 동기로 인해 그녀는 무죄판걸을 받을 가능성이 

많았다. 



그녀와의 면담을 끝내고 조용히 앉아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조형사의 마음은 

많이 착잡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그녀가 사형을 당하는 편이… 본인에게 편안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이런 자신의 마음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양갈래를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 붉은 벽돌 무당집 작가 : 존재가치입증론 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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