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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00:25

그냥걷기16

조회 수 1782 추천 수 0 댓글 0

ㅇㅇ

2009년 8월 15일

 

 

07 : 20  기상


아침에 샤워하고 몸무게 재보니까 72.xxxx

원래 78kg였는디

아 빨래

 


찜질방을 나와 속히 빨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부디 빨래가 그대로 있어야 할텐데

 

 

 

 



있다있다

 

 

 



없어진 거 없다


 

낄낄

나는 정말 행운의 사나이?

하나도 안 없어졌네~~

그냥 줘도 안 가져갈 옷가지를 도난당하지 않았다며 혼자 좋아라했다

아직 조금 덜 마른 상태였다

축축까지는 아니고 그냥 약간 물기가 느껴지는 상태였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상태여서 이대로 조금만 더 널어놓으면 다 마를것 같았다

어짜피 택배를 부치려면 우체국 문이 여는 9시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 참에 시간 나니까 편지도 한 장 써보기로 했다

빨래 널어둔 곳 옆에 있는 도서관 벤치에 앉아 편지를 썼다




두 번째 편지

...

역시 막상 쓰려고 하면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돈 없이 걸어다닌 걸 밝히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바람이나 쐬고 있다고 했다
내 앞으로의 계획이나 내가 걸어나와 달라진 점, 느낀 점 같은 걸 써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여전히 뭘 해야할지 어떤 것도 정하지 그 어떤 것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달라진 것도 없었다

또 내 지난날을 아무리 돌이켜봐도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어떤 느낌같은건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뭘 했나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 하며 회의도 들고 답답했다

정말 엄마를 기쁘게 해줄 멋진 편지를 써 보고 싶었는데 나는 쓸 내용이 없었다 거기다가 뭘 쓰는 재주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 짧막하게 안부나 묻는 정도로 달랑 한 장의 편지를 썼을 뿐이다

 

 


우체국으로 갔다

문이 닫혀 있었다

아 오늘 토요일이네

거기다 광복절

그것도 몰랐네 ㅠㅠ

 

 

 


편지는 평일에 우체국 문 열면 그때 부치기로 했다
근데 씨디는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보내야 마음도 편하고 움직이기도 쉬울 것 같아서

근처에 있던 이마트에 택배 코너가 있길래 부치기로 했다

택배 보내려면 상자가 있어야 하고... 아 뽁뽁이! 그거 충격흡수제

그냥 달랑 씨디 하나만 넣어서 보내면 깨질걸

우체국이었응면 뽁뽁이 좀 얻어보거나 돈을 조금 주고서라도 구할 수 있었을텐데.. 문이 닫혀서..

그래서 뽁뽁이를 구하러 다녔다

뽁뽁이가 어디에 있을까

이마트 뒷 편에 있는 물류센터에 가봤지만 자기들도 뽁뽁이 자재가 안 와서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도대체 어디 가면 뽁뽁이가 있을지 떠오르지가 않아 여기저기 방황하던 도중

컴퓨터를 취급하는 곳이 있어 거기 가면 뽁뽁이가 있을것 같아 물어봤다

그래서 조금 얻는 데 성공! 키키


택배 부치기전에 아침을 먹으려고 밥도 조금 얻고 라면에 물도 받았다

음.. 밥 얻는 건 어디를가도 왠만하면 다 잘 주셨다

라면과 밥을 들고 먹을 곳을 찾아다니던중

트럭에서 목재를 내려서 나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한 번 물어보자

 

ㅇㅇ : 저기요 나무 옮길 거 많아요? 1000원만 주시면 제가 다 날라드릴게요!


ㅍㅍ : ??
         지금 무전여행 하는거에요?


ㅇㅇ : 아....네 그런 셈이에요


ㅍㅍ : 어.. 그럼 제가 2000원 드릴테니까 여기있는 합판 좀 위로 올려주시겠어요?


ㅇㅇ : 네 고맙습니다!!

 



 

ㅇㅇ

나무 합판 엘리베이터에 실어서 올리는 게 다였음

10분~15분 정도 한듯

삽시간에 2000원 획득

아싸 오늘 뭔가 잘 풀리는구나

빨래도 안 없어지고 뽁뽁이도 얻고 돈까지 2000원 벌고 ㅋㅋ

이제 택배만 보내면 땡!

 

 

 

 


 


아마 일하고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지 ㅇㅇ








 

 

 


 

파이라면
마을에서 먹었던 특이한 라면이 이 라면인가보다
삼양라면 맛이 나기도 하고.. 톡쏘는? 약간 퀴퀴하기도 한 것 같기도 한..? 뭔가 특이한 맛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먹고 쉬다가 동해시내 찰칵

 






 

택배 부치러 가야지
뽁뽁이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뽁뽁이를 조금만 더 얻어보려고 했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혹시 핸드폰 대리점에 가면 이런 걸 좀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금만 얻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했는데 
아예 새 걸 통째로 줌
좋지 뭐 ㅋㅋㅋ 두툼하게 싸면 더 안전하겠다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일이 잘풀림 
택배 부치러 이마트로 가는 길에 빨래 널려 있는 곳에도 들러 다 마른 빨래를 걷었다
원활한 진행







 



뽁뽁이 천지






 

잠깐 여기서 빨래갤 때 생긴일

삼척 밤 길을 걸을 때도 그런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냥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이었다
멈칫

ㅍㅍ : 안녕하세요 우와.. 인상이 너무 좋으시네요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식
우리 동네 다니다가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뭐.....진리....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시원하게 거절 못하고 가만히 서서 얘기를 들어주곤 했었는데
이번엔 마주치자마자 뭔가 머리속에 깜빡하고 떠올랐다

ㅇㅇ : 아....네...저기요 근데 제가 지금 대구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너무 힘드네요............. 혼자 조용히 쉬고싶어요...

그렇게 힘든 상태도 아니었음ㅋㅋ 
다만 나는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음
나름 기발한 방법이었음..... 그러니까 별 말없이 가버림..


이번엔 여기서 빨래를 개고 있었는데 종교 선교활동하시는 듯한 분이 오셨다
나는 종교가 없다 
또 그때와 같은 똑같은 말을 읊었다
그러니까 더이상 말을 안 거심....
이거 괜찮은데.....
평소에도 이렇게 말 한마디로 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ㅋㅋ


 


그래서 혼자 조용하고 편안하게 빨래를 갤 수 있었다
택배 보내야지
포장



 

이마트 자율포장대ㄱㄱ
먼저 얻었던 흰 뽁뽁이로 한번 얇게 감싸주신 다음
핸드폰 대리점에서 얻은 뽁뽁이를 둘둘둘둘 말아줘요









 

 

 



머리보다 커짐

 


 



 


이제 이마트 자율포장대에 있는 박스를 하나 빼와요
헐 박스가 없네
그럼 다른데서 줍지요
근처 상가 건물을 뒤져서 박스를 주워요
저런 근데 박스가 너무 크네요
이러면 뽁뽁이로 이렇게 두껍게 쌌다고 한들 씨디가 박스 안에서 굴러다니다 깨질텐데!!
그러니까 옆에 있는 스티로폼을 주워서 대충 쑤셔 넣어요
때마침 옆에 신문지도 있네요
한 장 한 장 구겨서 빈 곳을 채워요
아 씨디 한 장 보내기 더럽게 어렵네










 

 








누가보면 택배로 고려청자라도 보내는 줄 알겠네요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음ㅠㅠ

 



 


택배를 보냈다!!!!!
접수할 때 직원이 착불로 할까요 선불로 할까요 하는 말에 순간
헐...착불... 돈 없이 보내는 방법이 있었잖아!! 괜히 돈때문에 고민했네!!
하며 착불이라는 방법을 생각치 못한 내가 우스웠다
근데.. 이 여행이 더더4집을 갖게 해줬으니 택배비도 여행 중에 생긴돈으로 해결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선불로 보냈다
뒤죽박죽

 

 

 

이마트 나오면서 점심으로 먹을 빵을 하나 사왔다

 



980원 
싸고 양 많음
유혹을 못 견디고 하나 꺼내먹음

 










발목이 많이 나아져 더이상 붕대는 안 감고 다님
처음 써본 고마운 압박붕대 기념사진




 

이제 걷자
북쪽으로 북쪽으로








 

 

 

 



가던 길에 바다 볼려고 잠깐 옆길로 빠짐

사람들도 놀고 있었음

혼자가 아니었으면 나도 놀았을텐데

 

 





 






기차 온다
아니다 이거.. 가는 거였나?ㅡㅡ;
이 때는 아니었고 
이 뒤에 철길 근처에 있는 도로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철길 위에 사람이라도 있었던 건지 기차가 경적을 울렸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는데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당장 비켜라!!!!!!! 죽여버린다!!!!!!!!!!!!!
이렇게 화내는 것 같이 소리가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죽일듯이 달려드는 거대한 기계
근데 이건 기차가 화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차 자기가 더 무서워서 내는 소리 
기차 안에 있는 기관사 아저씨의 비명
안돼!!!!!!!!!!!!!!!

 




 

 

 



가다가 너무 더워서 점심먹고 쉬기로 결정
더울 때 진짜 힘 빠짐
힘들 때마다 엄마가 생각났다
더워도 가야지
이렇게 더운 날, 이보다 더 더운 날에도 밖에나가 우유배달해서 나를 키웠다
가자

 


 

망상해수욕장을 지나갔는데 지금껏 내가 지나쳐온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크고 사람도 제일 많은 것 같았다
나는 해수욕장에 놀러와 본 적이 없다
아 초등학교때 캠프인가 뭐 때문에 한번 와 본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 때 가본 게 해수욕장이 맞다면 1번이고 아니면 0번이다
이제서야 이렇게 와본건데 하필 혼자네
이런데는 사람들이랑 같이 와야되겠지?
여기저기 모여 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좀 부럽기도 했다




 

 

아 확실히 언제 생각한건지는 모르겠는데
한 날 지도를 훑어보다가
어쩌면 통일 전망대에 도착하는 날이 내 생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음?.. 하필이면 내 생일에 통일 전망대?.....
왠지 기념적인데...
좋다 내 생일에 통일전망대에 도착하는 거다!!
이런 계획을 갖게 되었다
왠지 꼭 내 생일까지 통일전망대에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꼭 내 생일에 도착할 수 밖에 없게끔 내 행운이 나를 그리로 이끌어줄 것 같았다
ㅡㅡ 설명하기 힘듦 
아무튼 신기했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크게 보이는 공장
저런걸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건지...
대단한 인간들..





 

 


걷던 도중 속초에서부터 걸어서 내려오고 계신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힘들어 보이셨다 발에 물집이 잡혔는지 걸음걸이가 불안해 보였다
오늘은 더 이상 못 걷겠다며 오는 길에 혹시 가까운 숙박시설이 있었냐고 내게 물으셨다
그런 곳을 어디서 봤는지 좀 헷갈려서 확실히 알려드리지는 못했다
연세도 좀 되시는 것 같았는데도 그렇게 힘들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초에서 오셨다니.. 빨리 속초 가고 싶다 ㅠㅠ







 

 



89 .....

 

 

 


 


멀리서 보고 뱀인줄.. 
그냥 줄이었음..

 

 


 


 

 

 

 



터널이다 터널

 

 







 

차가 지나갈 때마다 터널 안이 크게 울리면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쿠쿸우구구꾸가끼까아ㅜ후후후후수쉬수시ㅟ쉬수시키키킈키싀시슈슈수수우우우우
많이 지나갈 땐 그냥 너무 시끄럽기만 하고
한 두대 지나갈 때가 더 괴상함
귀신소리 같았음
옆에 벽이 완전 먼지 꾸데기임
살짝만 스치면 다 더러워짐
재수없이 옆으로 자빠져서 차에 치여 죽는 일이 생길까봐
터널 지날 때는 바닥만 보고 조심조심 더 신경쓰며 걸어다녔음

 




이제 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시도 해보니까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꽤 빨리 걸어다닐 수도 있었다
해가 지려면 1시간 정도 남은 것 같았고
제일 가까운 도시인 강릉은 아직 20km가 남은 상태였다
해질때까지 최대한 많이 거리를 좁혀두고 근처에 있는 마을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두워짐
더 이상 못간다고 판단되어 옆 길로 빠졌다
길가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밥 좀 얻어볼까
근데 문이 잠겨 있었다
불은 켜져 있는데....이제 장사가 끝난건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건가..
문 틈 사이로 보니 카운터에 아주머니가 앉아있는 것 같았는데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에이 문까지 닫았는데.. 해봤자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식당을 나와 다시 걸어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말이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이 발길을 다시 돌리게 만들었다



저기요
저기요
실례합니다
저기요
소리가 잘 안들렸던건지 몇 번을 부른 후에야 아주머니가 문 쪽으로 오셨다
문을 여신 건 아니었고 그래서 잠긴 문틈 사이로 얘기를 하게 됐다
저기요
실례합니다
그.....제가 뭐 나쁜 사람은 아니고요..
뭐 걸어서 여행 그런거 하는 중인데..
라면이랑 같이 먹게 밥만 쬐끔만 얻어갈 수 있을까요???
아 라면이요? 라면은 제 배낭에 있어요 이건 그냥 물 받아 먹으면 되요 
대충 이런식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밤에 갑자기 나타난, 그것도 이상한 차림새로 불쑥 찾아온 내가 무섭게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익살스럽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갑작스런 상황에 조금 당황하신 듯 내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들으셨다
그래서 몇 번 되물으셨었고 나는 다시 웃으며 말씀드렸다
아주머니는 직접 끓여줄테니 안에서 먹고가라고 하시며 문을 열어주셨다
헐!
그냥 밥만 얻어서 지나갈 생각이었는데..



이제 장사 마칠 시간이라 문을 닫아뒀다고 하셨다
윽.. 장사도 다 끝났는데 내가 괜히 찾아와서 귀찮에 라면까지 끓이게 만들고....
그렇다고 내가 라면을 사먹는 것도 아니고 .. 
죄송스럽고 민망해서 괜히 라면 끓일 준비하는 아주머니한테 가서
혹시 도와드릴 거 없어요? 어디 설거지 할 거 없어요? 청소는요? 뭐 짐 옮길거라도? 뭐라도 할 거 없어요?
이렇게 여쭤보았지만 아주머니는 
할일은 무슨~ 없어~ 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셧다
저기요 저 라면은 갖고 있어요 이거 넣어서 끓여주세요
됐어 ~ 그건 나중에 먹고 여기있는 걸로 끓이면 돼~ 이렇게 말씀하시며 식당에 있던 라면을 끓여주셨다
왠지 태연한 아주머니의 태도에 더 민망해진 나는 말이라도 안하고 조용한 상태가 되면 더더더더 민망할 것 같아서


ㅇㅇ : 저기 혹시 이런 라면 보셨어요? 파이라면이에요 파이라면


라며 괜히 라면을 꺼내들었다


ㅍㅍ : 어~ 처음 보는 라면이네 어디에서 만들었대~

ㅇㅇ : 아 만든데요?


라면의 전면부에는 파이라면~ 이라는 큰 글씨와함께 Altwell 이라는 회사명이 쓰여져있었고


ㅇㅇ : 알트웰? 엘트웰?


어떻게 읽어야할지 몰라 당황한 나는 라면을 뒤집어 뒷면을 보게 되었다
라면 뒷면에는 판매월 : 앨트웰이라는 작은 글씨보다
제조원 : 삼양식품 이라는 큰 글씨가 내 눈에 먼저 들어왔고

ㅇㅇ : 어? 이거 삼양라면에서 만들었네요 ㅋㅋ 
         파는 곳은 앨트웰이란 곳인데 만든 곳은 삼양라면이네요ㅋㅋ
         아 어쩐지 먹어보니까 삼양라면 맛이 좀 나는 것 같더라ㅋㅋ

이 전에 회사이름을 모르고 라면을 먹었는데도 삼양라면 맛이 난다는 걸 느낀 내 미각이 놀라웠다
곧 내 눈은 라면 뒷면의 제조원, 판매원 근처에 있던 유통기한 표시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2008.10.18까지

?

순간 나는 정말 어리둥절해졌고 동시에 아주머니께 질문을 했다

ㅇㅇ : 저기 올해가 2008년이에요?


ㅍㅍ : 아니지~ 지금 2009년도 된지 한참인데~

뭐지?

잠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눈을 가까이 하고 다시보고 다시봐도 2008년이라는 뚜렷한 숫자는 변함이 없었고
혹시 유통기한이 아니라 제조년월일이 아닐까 생각해서 또 한번 살펴보았지만 유통기한이었다


ㅇㅇ : ...... 이거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났네요


ㅍㅍ : 아... 어디에서 산건데?


ㅇㅇ : 아니요.. 이거 산 게 아니고 이 전에 마을에서 얻은 거에요


ㅍㅍ : 아.. 그럼 뭐 모르고 주셨겠지~  


ㅇㅇ : 네...  그렇겠죠..


뭐지?
이럴수가
그럼 내가 낮에 먹은 게 유통기한 1년 지난 라면이었나?
마을에서 먹었던 라면도 똑같은 맛이었는데 그럼 그것도?
어쩐지...좀 톡쏘고 퀴퀴한 맛이 난다 했다..... 그게 오래되서 그런거구나...
ㅄ 삼양라면인 거 눈치채면 뭐하는데 상한라면인걸 눈치 못챘는데 ㅄ ㅄ ㅄ


 

물론 마을의 이장님이나 할머니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주셨을거라는 걸 조금도 의심없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상한 라면을 받아왔다 해서 마을에 대한 원망이나 후회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리고 먹기까지 한 라면이 유통기한이 한 참 지난 라면이라는 사실만이 내 머리에 약간의 충격을 주었고
상한라면의 특이한 맛을 그저 라면의 특이한 맛으로 느꼈던 내가 둔하고 멍청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문제없이 먹어왔고, 먹고 난 후에도 몸에 별 다른 이상이 없는 걸 보면 그냥 먹어도 상관없겠다라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그 전에는 내가 몰랐었고 이제는 알게된 이 상한라면을 언젠가 또 먹을 생각을 하니 좀 찝찝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라면 완성
반찬도 주시고 말아먹을 밥도 주셨다
ㅜ.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분이 
내가 식당 안에서 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선
아직 장사를 하는구나 싶어 식당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셨다
떡하니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내가  '여기 이제 장사 안해요.....'  라고 할 수도 없었고..
아주머니 역시 잠시 흠칫하신 뒤 다시 내보내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하신건지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에게 가서 식사 주문을 받았다


ㅇㅇ : (윽........이제 아주머니 쉬어야되는데.. 괜히 내가 라면 먹어서 안 받아도 될 손님을....)


너무 죄송했지만 어찌할 방법을 몰랐다
공짜로 먹고 있는 이 라면을 손님이 알게되면 차별한다고 뭐라하지 않을까
라는 이상한 고민거리가 생겨서 어쩔줄 몰라 말 없이 라면만 후루룩 넘겼다
엎친데 덮친격
아주머니 남편분?;이 오셨다
이런...
아저씨는 내가 공짜로 먹고 있다는 걸 모르실텐데..
말해야 하나?
왠지 아주머니도 아저씨한테 내 이야기를 안하는 걸 보면 말하면 안되는 것 같은데...
내가 공짜로 먹은 걸 알면 서로 생각이 달라지 왜 쓸데없는짓 하냐며 아주머니랑 싸우는 건 아닐까..
아.. 괜히 내가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아....내가 먹은 거, 그리고 저 손님이 먹은거까지도 설거지는 해주고 가고 싶었는데.. 
설거지 왜 하냐고 물으면 아저씨한테 뭐라고 하지?
아.....그냥 가야겠다..
근데 다 먹고 돈도 안내고 그냥 나가는 내가 이상하지 않을까?
아주머니한테는 뭐라고 해야하지?
아 난 어떡해야하지?






진짜 뻘쭘의 극치었다
혼자 어쩔줄 몰라서 아무말 없이 고개 숙인채 눈 앞에있는 음식만 먹었다
아...뭐라고 말도 못하겠고...ㅠㅠ
아주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반찬 밥 라면 싹쓸이
다 먹은 후에도 그대로 앉아 괜히 tv 뉴스를 보는척 하기도 하고.. 배낭을 훑어보기도 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식후에 잠시 쉬어가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다
머리속은
아....이제 어떡하지?.....그냥 나가야하나? 나가면서 뭐라고 말하지?
아저씨가 돈 안내고 가냐고 붙잡으면 어떡하지?
아저씨가 화장실이라도 가줬으면 좋으련만....인사라도 잘 드리고 가고 싶은데..



ㅡㅡ;;
계속 그러다가 그냥 잘먹었습니다 하며 아주머니한테 내 나름대로의 눈짓을 하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ㅠㅠ
아저씨는 내가 공짜로 먹고 있단 걸 알고 있었을까
그런 건 별로 신경 쓸것도 아닌가 내가 괜히 혼자 이러는건가
아주머니도 아저씨한테 말 안하시는 것 같던데.. 정말 곤란하신거였나?
그래서 내가 뻘줌해하는걸 아주머니는 아셨을까?ㅠㅠ
아 내 때문에 괜히 안 받아도 될 손님도 받게 만들고.. 일하게 만들고.. 곤란하게 만들고..
설거지는 커녕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ㅠㅠ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었음......




 

 

잠잘 곳을 위해 마을 이장님께 가보려고 했는데
근처 작은 수퍼에 물어보니 아마 지금 계시지도 않을거고 이장님댁까지는 거리가 아직 한참 남았다고 했다
거리도 멀고, 그 먼 거리를 갔는데 안 계시거나 거절이라도 당하면 곤란해질 것 같아서
그 주변 도로 길 옆에 있던 정자에서 자기로 햇다
근데 정자에서 자려니.. 왠지 눈에도 잘 띄일것 같고..그러면 또 물건이 사라지거나 위험할 것 같아서..
정자 옆에 ㄷ 자로 만들어놓은 천장 있는 의자가 있었다
저 의자 구석에서 자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았다 
의자 주위에 풀이 나 있어서 벌레도 좀 많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의자에 앉아 몸을 숙이고 어떻게 잘지 구상하며 조용히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부시럭부시럭
?

뒤에 사람이 있었다


ㅍㅍ : .... 지금 여기서 주무시려고요?..


어떤 아주머니였다
마을 주민인 것 같았다
아....들켰다.... 딴데로 가야겠다.. 어디로 가지..


ㅇㅇ : 아....네...죄송합니다....;;


ㅍㅍ : 저기서 주무시는 게 더 좋을것 같은데...

잉?
옆에 있는 정자를 가리키셨다


ㅇㅇ : 네?....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ㅍㅍ : 네 괜찮아요


ㅇㅇ : 아...근데 좀 위험할 것 같아서..물건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고..


ㅍㅍ : ㅎㅎ 여기 그럴 사람 없어요 ㅎㅎ


ㅇㅇ : 아...

그래도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아주머니의 말을 따라 정자로 갔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오신건지 또 그 아주머니가 정자 옆에 와 계셨다
쓰레받기랑 모기향을 주셨다


ㅇㅇ : 아....고맙습니다....

모기향을 얻다니...안 그래도 모기가 걱정이었는데... 굿... 
또 다시 어디선가 그 아주머니가 오셨다
이번엔 돗자리랑 빵을 가지고 오셨다
헐..
바닥이 차가울 거라며 깔고 자라고 하셨다
돗자리도 완전 새거..
빵까지..
헐...





그래서 맛잇는 빵도 먹고 덕분에 훨씬 더 나은 잠자리를 얻게 되었다
모기약에 돗자리....
내게 딱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우와...진짜 나는 뭐가 운이 좋은건가..
오늘은 정말 뭔가 일이 잘 풀리는데..
택배도 무사히 잘 보내고..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뻘줌하긴 했지만..ㅠㅠ
하필 이런 곳에 정자가 있질 않나.. 
마을 아주머니가 봤는데도 여기서 자라고 하고..
게다가 모기약도 갖다주고.. 또 돗자리에..빵에..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했다





잠자리를 만들었다
어쩌다 정자에서도 자게 됐네!





 


 

역시 일기는 안 씀
빵 먹고 바로 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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