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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3.16 01:18

[도시괴담] 하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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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찻집의 '귀율'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우루루 쾅쾅

 



오늘도 어김없이 위층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는 소리가 집안 가득히 울려 퍼졌다.

화장실의 배수로를 따라 아래층으로 또 아래층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

의식하지 않을 때는 종종 그 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찔 하기도 할 정도로 그 소리는 요란스럽다.

 



매 시간마다 울려 퍼지는 요란한 소리에,

항의를 해볼까도, 경비실에 연락을 해볼까도 했지만,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과 얼굴을 또 다시 붉히는 것이 싫어 참아 왔다.

 



처음부터 이러한 소리가 들렸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이사 오고 나서, 앞 집 소음 때문에 몇 번이고, 큰 소리를 내며 이웃과 말다툼한 이후

얼마 있지 않아 저런 끔찍한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루루 쾅쾅

 



또 다시 울리는 그 요란한 소리.

마치 천둥 번개와도 같은 소리에 어김없이 눈살이 찌푸려 들었다.

온종일 쉬지 않고, 화장실에만 박혀 있는 듯이 화장실의 물 내리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우루루 쾅쾅

우루루 쾅쾅

우루루 쾅쾅

 



전보다 더 빨라진 간격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물소리.

1시간 간격에서 30분 간격으로 20분 간격으로 10분 간격으로 5분 간격으로

점점 짧게 들려 오는 물소리는 내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대가 이 빌라에 모여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새벽에 나갔다. 밤에 들어오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빌라에 대해선 거의 아는 것이 없었고, 이웃과의 접촉도 저번 싸움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계속해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소리에 나는 점점 스트레스만 쌓여 갔다.

 



화장실을 막아 버릴까?

화장실에 방음 장비를 설치할까?

윗집에 쳐들어가 화장실을 막고 올까?

 



몇 번이고 쏟아져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망상에 젖어 들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물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다.

 



귀마개를 해도, 화장실 문을 본드로 붙여도, 스폰지로 소리 나는 입구를 막아도,

그 요란한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게 들려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자신은 점점 그 소리 때문에 미쳐 갔다.

경제난 때문에 매일 밤 늦게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면 들려 오는 그 끔찍한 소리,

휴일이나 평일 상관없이 들려 오는 그 끔찍한 소리가 내 마음을 멍들게 했다.

 



얼마 후, 다니던 직장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한 채 부도를 내어 할 일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옛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술 한 잔 마시고, 헤어져 돌아온 터라 심신이 고단했고, 또 피곤했다.

TV를 키고, 몸을 뉘이던 그 순간,





또 그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또다시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부엌으로 달려나가 가지런히 진열 되어 있는 식칼들 중, 가장 큰 것을 골라 집어 들었다.

현관문을 열어 재치고, 두 칸씩 계단을 뛰어넘으며, 윗집을 향해 달려갔다.

 



전부다 죽여 버릴 것이다. 라는 일념 하나로 모든 방해물을 해쳐 나갔다.

 

 

 



마침내 나를 시끄럽게 하던 그 문을 열었다. 

 

 

 

 

 

보이는 건 높디 높은 하늘, 옥상의 풍경이었다.

 


 
출처 ( 괴담 찻집 : 우리의 괴이한 이야기 http://gyteahouse.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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