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인 2015년 7월에 올라온 글이에요 · 댓글은 지금도 달 수 있어요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에 갔더니 조카는 보이지 않고 낯선 아이의 뒷 모습이 보였다.
트레이닝 저지를 입은 그 아이는 거실에 엎드려 tv를 보고 있었다.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해봤지만 나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뉘집 자식인지 남의 집에 누워서 집주인이 와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걸 보니
큰 사람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뉘집 자식은 우리집 자식이었다.
조카였다.
언제 자른건지 제법 길어져 귀밑까지 내려오던 머리는 짧게 잘라져 있었다.
유독 반듯한 앞머리를 보니 머리속엔 한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호섭이다.'
다시 한 번 요리조리 살펴봤지만 여전히 떠오르는 생각은
'호섭이네.'였다.
누가 남의 집 귀한 자식 머리에다 이런짓을 해놨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j야. 머리 누가 잘라줬어?"
"엄마가."
적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한참 조카를 보다 문득 조카의 정체성 확립에 자그마나하게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야 삼촌 봐바. 제 이름은."
"제 이름은."
"정"
"정"
"호섭입니다."
"호서빔니다."
"아이구 잘 하네 뭐라고?"
"정호서빔니다."
조카의 아이덴티티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조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호서빔니다 를 외치며 집 안을 뛰어다녔고
난 그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퇴근한 동생에게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친다고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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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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