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문학
2012.01.26 23:01

(19금)소라넷의 흔한 필력

(*.200.104.72) 조회 수 3162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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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 첫 경 험 1>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봄이었다. 
내 고향은 경남 c 군, <등축제> 가 열리던 무렵이라... 그 때가 되면 괜히 좀 들뜨는 시기다.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우리 동네에서 한 6~7 개월인가 아니면 한 1년 쯤인가 살다가 읍내로 이사간 나보담 1살 적은 여자아이다. 
그러니까 그때 걔는 중3 이었다. 좀 몸매가 통통했다.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단지 서울서 살다가 내려온 아이라서 얼굴이 하얗고 말씨가 이뻤다. 
그거 하나로 다른 친구들에게는 곧잘 인기가 있었던 셈이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속에서 말랑말랑한 서울말씨...

사실은 내가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
친한 동네 형이 

"쟤는 내꺼다! 너그들 털손 떼라 고마!!"

라고 찍어버리는 바람에....
그런데 걔가 오히려 날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다.

3각 관계.
저녁마다 걔 친구가 편지를 내게 갖다 날랐다. 여동생으로 받아 달라는 얘기였다. 
나는 형 입장도 있고 해서 몇번이고 거절했다. 
그러다 그 아이가 이사를 가버려서 그냥 그렇게 끝나게 되었는데 어느 날 편지를 한 것이었다.

읍내 등축제 구경 같이 하자는 내용이었다. 자기가 뭐 맛있는 거 사주겠다면서...

토요일 학교 끝나고 만났다. 읍내 차부(시외버스 정류장) 앞의 <퍼모스트의 집> -- 
그땐 도너스 빵집, 아니면 아이스크림집에서 만나는 것이 최고였다. 촌에 뭐 별것 있어야지. 거기다 학생들인데...
사람들로 와글와글한 망루에 올라갔다가 공설운동장에 열린 야시장에서 만두 좀 사먹고 물방게 뽑기도 좀하고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저녁 때가 되었다. 
우리 집은 읍내에서 10리도 더 떨어져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했는데 놀다보니 막차시간이 아슬아슬했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 자기네 부모님들이 서울에 물건하러 가셨다며 자고 다음 날 가라고 했다.
맛있는 것 해준다며...

참, 그 아이는 부모님들이 바쁜 관계로 두 동생도 돌보며 살림도 곧잘 한다고 소문 났었다. 
걔네 집은 읍내 단독주택의 작은 방에 부엌 하나 달린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집에 가서 걔네 두 동생들과 함께 저녁먹고 여러가지 게임하면서 놀다가 자게 되었다. 
두 동생과 나는 방에서 자고 그녀는 다락방에서 자기로 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는 부모님이 계셔도 다락에서 잔다고 했다.
제법 여자라고 또 나랑 같이는 안잔다는 것일 수도 있고, 
하긴 뭐 동생들도 있는데 같은 방에서 잤다가는 동생들이 걔네 부모님한테 얘기할 테고...

그녀가 자리를 봐주고 자기는 다락으로 올라갔다. 나는 피곤했던지라 눕자마자 곧 잠들었다. 
그런데 역시 남의 집이라 편치가 않아서인지 새벽에 잠이 깨어버렸던 것이다. 
옆의 두 동생들은 골아 떨어져 있었다. 
점점 어둠이 익숙해지면서 다락방 문이 먼저 보였다.

다락방.
그리고 내 내면과의 싸움.
혈기왕성한 꿈틀거림과 호기심.

나는 우선 살금살금 다락방 문으로 기어갔다. 설마 잠그지는 않았겠지. 
손잡이를 당겨봤다.
끼이익~
젠장, 무슨 소리가 그렇게 클까.
나무계단이 어둠속에서 층층으로 가파르게 보였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한발을 올렸다. 젠장 이젠 소리가 더 크게 났다.
동생들이 깨진 않을까. 또한 그녀가 깨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한 발을 올리고 한참을 숨죽이며 있었다. 침은 왜 그렇게 입안에서 많이도 고이는지. 
또 한 계단에 오르면서 양쪽 발을 올렸더니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났다. 
그렇게 한참이나 걸려 그녀 옆으로 갔다.

나는 가빴던 숨을 고른 뒤 우선 그녀 옆에 조심스럽게 모로 누웠다. 
그리고 이불을 들춰 그 속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갔다. 
가슴이 둥둥둥... 
또 한참 숨고르기를 하다가 가만히 한손을 그녀의 배 쪽으로 가져갔다.

그때.

"응?!! 아, 오빠?"

본능에 이끌려 다락으로 올라왔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터치했지만 
그녀가 깬다면 그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언제 올라왔어 오빠?"

"어? 응 나? 음음 지금."

다행히 그녀는 일단 놀란다거나 내려가라든지 하는 등의거부반응은 하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는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잠깐 멈칫했던 내 손은 다시 그녀의 옷을 들춰 배를 거슬러 가슴쪽으로 올라갔다. 
브레지어가 만져지고 나이에 비해 성숙한 그녀의 가슴이 내 숨을 탁 멎게했다.
처음이었다.
여자의 가슴을 만져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가슴을 만지고 있지만 그 담엔 어떻게 해야하나.
전혀 지식이 없었다.

<선데이서울>이나 <주간경향>같은 주간지에 실린 수영복 입은 여자 탈렌트 사진을 보면서 자위를 해본 적은 있었지만... 
또는 <꿀단지> 라는 ㅅㅅ 소설이나 <박계형>의 야한 소설을 이불속에서 읽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위를 한 적은 있었지만...
정작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나는 몰랐다. 
심지어 그 때까지 난 완전한 여자의 나체사진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찾아 키스를 했다.
그녀도 본능적으로 혀를 내밀었으므로 쉬웠다.
그 달콤함.

키스를 하면서 내 손은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곧바로 그녀의 속옷안으로 넣을 수는 없었기에 체육복 바지 위로 그녀의 언덕을 쓰다듬었다. 
옷 위로도 그녀의 그곳은 내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난 우선 일어나 앉아서 그녀의 바지를 벗겼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하얀 그녀의 허벅지와 팬티가 보였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는 내가 바지를 끌어 내리기 쉽도록 히프를 들어주었다.
팬티 위로 그녀의 그곳을 쓰다듬었다.

그랬다.
그땐 애무를 한 게 아니라 그녀의 그곳을.... 
물컹하고 도톰한 그러면서도 약간 따뜻한 온기가 있는 그곳을.... 
그냥 어떻게 할지 몰라 쓰다듬는 정도였다.
신경쓰이는 것도 있었다.
그녀가 허리를 들거나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나무바닥이 삐걱삐걱 소리가 크게 났다. 
조용한 새벽이었으므로 더 크게 들렸다. 바로 옆 벽이 주인집 작은방 쯤 될텐데....

그녀의 팬티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아!

내가 생전 처음으로 털이 난 여자의 그곳을 만진 것이다.
털을 만진 첫느낌. 그 감촉.

할머니의 헤진 삼베적삼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할머니는 입던 삼베적삼을 걸레로 썼는데 빨래줄에 널려있던 걸레를 걷을 때 그런 감촉이었다.
나의 그곳에 있는 털을 만질 땐 그런 느낌을 못가졌었는데...

흥건히 젖어있었다고 하는 그 표현보다 더 흥건히 젖은 말은 없을까?
그 보다 더 미끈미끈한 표현의 우리나라 말은 없을까.
거기다 손가락에 전해져오는 촉감.
곧 어딘가로 미끄러져버릴 것 같은 말랑말랑함.

그녀는 여전히 다소곳이 있었다. 정말로 그녀는 점점 거친 숨소리를 내며 어쩔줄 몰라하는 나를... 
자신은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처럼 그렇게 있었다. 
그동안 내 뜨건피는 감당하기에 벅찬 희열에 펄펄 끓고 있었다.

나무바닥은 계속 삐걱거렸지만 나는 바지를 벗고 팬티도 벗었다.
그 사이에도 그녀는 숨죽이며 있었다.

본능.
정말 본능적으로 그녀의 그곳으로 내 희열을 밀어넣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나와 같은 벅찬 희열의 감탄사인지 모를 비명을 조심조심 불어냈다.
그녀의 그곳으로 함몰된 내 뜨건피는 서서히 움직이다가 점점 빠른 속도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본능적인 움직임.
누구에게도 구체적으로 배운 바 없었는데 본능적으로 절구행위가 아무런 거침없이 실행되었다.

바닥은 여전히 삐걱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겉잡을 수 없는 황홀함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열 일곱의 나.

아! ~~~~~젠장.
이게 뭔가. 이게 섹슨가? 5분? 아님 7~8분? 

그녀는 겨우 내 어깨를 두어 번 잡아 끌었나. 
나는 석쇠 위에 막 올려진 파닥거리다 금방 숨 넘어 간 숭어였다.
일시에 몰아닥치는 낭패감.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이사이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곤두박질하는 낭패감, 죄책감 같은...

나는 일시에 감당한 낭패감으로 주섬주섬 옷을 입는 그녀를 돌아 볼 엄두도 못 내고 얼른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그리고 곧장 후다닥 다락방에서부터 내려왔다. 
내려와서 아까 내가 누웠던 자리에 도로 누웠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옆의 어린 그녀의 동생들은 여전히 골아 떨어져 있었다.

아!
임신?
큰일 났다. 이걸 어쩌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다시 다락 문을 가만히 열었다. 그리고 그녀를 올려다 봤다. 
옷을 다 입고 또다시 누워있는 듯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어둠속이라서 다행이었지.
나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순결한 여자아이의 신세를 망쳐놨는데...

"저기.... 지금 좀 씻지? 임신 안하게.... 응?"

나는 그때까지 ㅅㅅ를 하면 무조건 임신 하는 줄 알았고 ㅅㅅ 뒤에 바로 거길 씻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참 어이없는 얘기지만 정말 그랬다.

"응. 오빠 괜찮을 거야."

"괜찮다구? 정말?"

"응. 임신 안 해. 걱정하지 마."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누웠다. 그럴까? 임신은 안 한다구? 
내가 아주 큰일을 저질렀구만... 좀 참을 걸. 
그러게 어제 그냥 집에 가지 여긴 왜 왔어. 
그러지 말고 쟤도 좀 씻어버리면 될 텐데... 괜히 잠을 깨서 이런 일이 벌어졌잖아. 
그건 그렇고 아침에 쟤를 어떻게 봐. 동생들은 또 어떻게 봐.

나는 부스스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고 가방을 들고 가만히 나왔다. 
방문을 열면 부엌이었다. 드러럭... 소리가 컸다. 부엌의 천정이 다락방의 바닥이었다. 
그녀가 알았을 것이다. 부엌문은 더 큰소리를 내며 열렸다. 
나는 조심조심 마당을 지나서 안집의 대청을 지나 대문으로 갔다. 
그런데 대문을 열려고 했는데 어떻게 잠궈놓은 것인지 잘 열리지가 않았다. 
한참이나 애를 먹고 있는데 언제 나왔는지 안방의 주인 아주머니가 대문을 열어줬다.
나는 고맙다는 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아주머니가 다락방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은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그녀의 부모님들께 이른다면... 
학교에서 퇴학 당할 텐데 정말 큰 일 났어, 라고 생각했다.
나는 먼 통이 터오는 들길을 가로질러 십리가 넘게 떨어져 있는 집으로 걸어서 갔다. 
온갖 걱정을 하면서...

그렇게 나의 첫 성경험은 어설프게...
새벽녘 낯선 다락방에서 송판 붙인 자리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루어졌다. 
열여섯 살 여자이이의 다락방에서...




그런 몇 달 뒤였다, 아니 1년이 훨씬 지났지 아마.
기순이 형을 만났는데 형이 그랬다.

"가시나 그거 있제 우와~ 시발 년 진작에 빵꾸났더라 
내 열 뻗쳐 갖고 팍 작살낼려다 인생이 불쌍해서 나뒀지."

동네 기순이 형이 그랬다. 나는 뜨끔했다.

"형! 무슨 말인데?"

"색끼는? 가시나 그거 내 아다라시인 줄 알았는데 
저번 달에 죽동 솔밭에 끌고 가서 확 따먹었다 아이가"

"...“

"아다라시가 아닌기라 이 가시나가 야~ 내참 어이가 없었다니까. 시발꺼."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

"이 색끼 이거? 니 알면서 설레바리 치나 지금? 
아다라시면 흔적이 있어야될꺼 아니가 근데 깨끗하더라 임마."

피?
그렇다. 
내가 그녀를 가졌을 때에도 피가 안 났었는데...
나는 그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다가 페니스를 봤고 팬티도 보았다. 
피 같은 건 없었다.
언젠가 여성잡지에서 심한 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많이 타도 처녀막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나는 그녀가 출혈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벌써 그녀를 못 본지도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그 일이 있었던 뒤로 몇 달간 나는 조마조마하게 지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그녀랑 관련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녀가 편지를 하진 않을까. 
임신했다거나 아니면 자기를 책임지라고 하던지 아니면 부모님들이 알아버렸다던가 해서...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그런 일은 없었다.
덕분에 나는 또래의 내 친구들이 더 어려보이고 뭐랄까 걔들에 비해 내가 마치 어른이 다 된 듯했다. 
그 뒤로 다른 여자애랑 ㅅㅅ를 하게 되었는데 이젠 제법 떨지도 않고 곧잘 ㅅㅅ를 하게 되었다.
그녀를 다시 찾아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금은 볼 용기도 안 났지만 무엇보다도 내겐 그녀가 아내감이라든가 애인감이라든가 하는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냥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형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는 그녀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야! 너도 가시나 그거 한 번 따먹어라 얼른... 시발 가시나 그거 더 헐렁해지기 전에"

"참, 형도. 형이 좋아했잖아 걔?"

"좋아하긴 걘 널 더 좋아했다더라."

"누가 그래?"

"야! 설레바리 칠래 계속? 가시나 그것도 맨날 니 안부 묻더라. 
참내, 가시나 그거 만날려고 내 맨날 7모직 앞에서 쪽팔리게 공순이들 퇴근시간에 맞춰서 죽쳤잖아."

"7모직?"

"그래 임마. 걔 7모직 다니잖아."

"학교 안다녀?"

"학교 안다니지. 고등학교 안 갔어 걔~ 
시발 저거 아버지가 보따리 옷장산지 뭔지 그거 했는데 촌에서 그게 되냐?"

“...."

"한번 따먹고 싶어서 쫓아다녔는데 이게 안주더라고 
그래서 시발 술 한 잔 멕여 갖고 솔밭에 딱 끌고 가서 조져버렸지. 
설마 빵구 났는지 몰랐지. 그럴 줄 알았으면 가시나 그거 우리 동네 살 때 홀라당 줏어 먹었을 텐데 말이다."

"그럼 지금은 안 만나는 거야?"

"아, 이 새끼는 점점? 얌마. 시발 조선 천지에 쫙 깔린 게 아다라신데 내가 왜 헐렁한 년을 만나냐?"

"헐렁해?"

"너? 하긴 니가 뭐 알겠냐? 쫌생이. 난 딱 해봄 알아 임마!"

나는 새삼스레 그녀가 떠 올랐다. 
그녀가 밤마다 보냈던 편지. 임신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던 그녀의 목소리. 
서툰 내가 옷 벗기기 좋게 다소곳이 엉덩이를 들어주던 모습. 
아무런 저항 없이 내 동정을 받아주던 그 다락방의 그녀의 모습.

그래,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그녀에게 내가 너무나 무심했어. 
그랬으면 형이 건드리지도 않았을 텐데... 기분이 언짢아졌다.

형이 그녀의 얘기를 해서 뜨끔했는데 형이 계속 그녀를 몰아 부치자 그러는 형이 싫어지면서 
반대로 그녀에게는 연민이 일었다. 
목적을 이루었으면 된 거지 뭘 헐렁하다느니... 
남자새끼가 재미 봤으면 그걸로 땡 치는 것이지. 
치사하게. 나쁜 놈.
그래 내가 너 보담 먼저 따먹었다 어쩔래. 분명히 죽기 전에 벽에 똥칠 하다가 죽을 거다.

"너 얘길 듣기 싫구나 지금? 그만하고 나 갈께 이제. 생각 있음 빨리 줏어먹어라. 
걔 공장 다니면서 시발 걔네 윗대가리 새끼들이 껄떡대지 않겠냐? 금방 걸레 된다 걔?"


걸레?
아, 젠장 할머니의 삼베적삼 걸레가 떠올랐다.
...

내가 다시 그녀를 만난 것은 형에게 그 얘길 들었던 그날로부터도 3년 쯤 지난 여름방학 때였다. 
그 사이 그녀를 한번 만나볼까 하다가도 어쩐지 그냥 차일 피일 미루다 못 만났다.
또 대학시험 준비하느라 짬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구의 모 대학에 입학해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더구나 그녀를 볼 기회는 없었다.
단지, 가끔 그녀를 생각하면서 형 말처럼 걸레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염려는 했었다.


"오빠!"

"어? 야~ 오랜만이다."


읍내 길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얼굴이 많이 변해 있어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번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어떤 고단한 삶의 찌꺼기가 묻어있음을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오빠, 얼굴이 새까맣게 탔네요? 해수욕 갔었어요?"

오래간 만에 만나서인지 존댓말을 했다.

"아냐~ 봉사활동 갔다 와서 그래."

"봉사활동?"

"응, 학교 서클에서 농촌봉사활동 가는 게 있어. 한 달이나 걸렸거든."

"치, 오빠네 집이 농촌인데 다른데 봉사하러가?"

"너는 오랜만에 만나서 잔소리...?"

"아, 그러네. 근데 오빠 대학생 되더니 더 멋있어졌네요?"

"넌 처녀가 다 됐네 뭐. 아직도 모직에 다녀?"

"오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기순이 형...."

그녀의 시선이 잠시 흐트러졌다.
젠장, 아무생각 없이... 그 형의 이름을 꺼낸 것이다.


"오빠네 학교 대구? 언제 올라가세요?" 

"다음 다음 주에 갈 거야."

"지금은 어디 가는 길인데요?"

"응, 친구놈들이랑 당구치기로 했거든."

"오빠, 그럼 당구치고 이따 커피 한잔 사 주세요."

"..."

"동생들 저녁 챙겨주고 곧바로 나올께요. 네?"


그렇게 해서 예기치 않게 그녀랑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가만히 내 동정을 받아준 그녀. 
서툰 내 첫 경험을 다소곳이 받아준 그녀.
3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났다.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나는 그냥 만났던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혹시 친구 녀석들 눈에 띄면 공순이랑 만나냐고 할 것 같아서였다. 
이미 그때 내겐 대구에서 만나는 여자친구도 있었고 더구나 그녀가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아서 문제였다. 
그녀는 옷도 갈아입고 옅은 화장도 하고 나왔다.

"오빠! 구목에 갈까요? 거기 시원할 텐데..."

"...."

나는 금방 그 형을 떠올렸다. 
구목으로 갈려면 솔밭을 지나야하는데 거기서 형이 그녀를 겁탈했던 곳이다.

"아냐, 그냥 저쪽으로 좀 걷지 뭐."

나는 그녀에게 일부러 저녁은 먹었냐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분명 동생들 저녁만 챙겨주고 그냥 나왔을 텐데... 
나는 친구 녀석들이랑 저녁을 먹었고 그녀가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하면 또 그 곳에서 누구를 만날까봐 싫었다. 
그 저의에는 그 형과 그녀와의 사건도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떻던 나는 적당히 시간 때우다 그녀랑 빨리 헤어지고 싶었다.



우리는 읍내 다리를 건너서 구목과는 반대쪽 강둑을 따라 걸었다. 
강둑에는 더위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이 더러 모깃불을 지펴놓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지만 어두워서 괜찮았다. 
그녀는 주로 나의 대학생활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었다. 
별로 대답하기 싫어서 그냥 대충대충 얼버무렸다. 
고등학교도 안다닌 그녀에게 대학생활을 얘기한다는 게 좀 그랬다.
하긴 내가 별로 얘기를 않고 딴생각하는 듯했으므로 그녀로서도 딱히 물어볼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물어보지도 않은 많은 얘기를 했다. 
공장 사람들 얘기도 했고 집안 얘기도 했다. 
부모님은 장사하느라 아예 서울에 뭐 여인숙에서 지내고 있고 두어 달에 한번 정도 내려오신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었다. 
공장 다니며 동생들 돌보며 살림하며...

나는 괜히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가슴 안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상처가 보여서 안쓰러웠다.
몰라도 좋을 것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둑길의 적당한 곳에 앉았다. 
흐렸던 하늘이 언제 걷혀졌는지 달이 반쯤 이마를 벗은 채 떠있었다. 
엄청나게 펼쳐진 비닐하우스들이 달빛을 받아서 저마다 교교해 있었다.

"오빠, 딱 반달이다 그치?"

한여름 밤의 달빛.
그 때문이었는지 분위기가 은은하고 애틋해 졌다.
손을 잡았다.
그녀의 체온이 더 뜨겁게 전이되어 왔다.
어떻던 나의 첫 여자인데.
생각해보면 불쌍한 여자아이인데.

혹시 그녀가 형의 얘기를 꺼내면 뭐라고 해줘야할 지도 속으로 생각했지만 다행히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더구나 내가 먼저 얘기할 것도 아니었다.

“오빠, 하늘에 별도 무지 많다. 옛날에 오빠가 잘 부르던 노래 생각나. 
저 별은 나의 별 , 저 별은 너의 별... 
오빠 기타 치면서 노래하던 거... 흠... 막차로 떠난 여인... 그거 듣고 싶다. 
기타는 없지만... 응?”

“저기 사람들 많잖아~”

그래, 고향에서... 
그래 그 무렵 기타를 배웠다. 기타를 배워서 매일 같이 내 방에 혼자 처박혀서 노래를 불렀다.
그 때 가끔 그녀는 혼자서는 불편했는지 친구를 하나 데리고 자주 왔었다. 
동네 형이 두렵기는 했지만, 기타를 배우는 중이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한터라 사실은 기다리기까지 했었다.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 미소 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보았네~ 
차창 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예전에는 너와 나 다정스런 친구로만 알았네~ 네가 멀리 떠난 후 사랑인줄 나는 알았네~ 
네가 돌아오는 날 나는 너를 맞으며 말 하리라~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 말을 할 테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이 노래나 아니면 김정호의 <하얀나비>나 <이름 모를 소녀> 등... 
코드가 쉬운 곡을 많이 불렀는데 그녀는 특히 하남석의 <막차로 떠난 여인>을 좋아했다.

“오빠 언제 꼭, 그 노래 들려줘야 해요 응? 오빠 혹시 녹음 해 논거 없어요?”

“그래 알았어, 내가 대구 올라가서 녹음해서 테이프 보내줄게~ 됐지?”

“정말이지? 오빠 약속했다? 응?”

“그래, 알았고~ 이제 일어나자”

한참 앉아 있으려니 모기가 너무 달려들어서 일어났다.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왔더니 그 사이 밤이 제법 깊어져 있었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저.. 낼... 일 안 나가서요."

"그래? 그럼 몇 시에 들어가려고? 난 할머니가 기다릴 텐데..."

"오빠, 그럼 오빠네 동네까지 걸어 가볼까? 어차피 차도 없잖아요?"

"그럼 너는 어쩔려고?"

"순자 언니네 집에서 자고오지 뭐. 그 언니 우리 공장에 다녀요."

"이 밤에 갑자기?"

"뭐 어때요. 괜찮아요. 그 언니랑 친해요."

"너네 동생들은 안 기다려?"

"걔들 지들끼리 잘 있어요. 늦으면 문 잠그고 먼저 자요, 나 열쇠 가지고 다니거든요"


그렇게 해서 우리는 큰길을 따라 걸었다. 
얼마 안가서 군청 앞을 막 지날 때였다. 
골목 안으로 여관 간판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랬을까.

"저기서 그냥 잘까?"

"..."

"싫어?"

"..."

"너 싫음 관두고?"

싫다고 했어도 아마 나는 데리고 들어갔을 것이다.

"누가 봄 어떡해?"

"뭘 사람도 안다니는데, 그냥 오빠 따라 와." 


우리는 주인아줌마의 안내로 방으로 갔다. 
뭐 서로 익숙한 것이 아니라서 서먹서먹하고 그랬다. 간판만 여관이지 여인숙 이었다. 
둘러보니 욕실도 없었다. 

아줌마가 켜놓고 나간, 벽에 매달려있던 때가 꼬질꼬질한 선풍기는 아줌마가 나가고도 한참 있다가 돌기 시작했다. 
그나마 고개가 꺾일 때마다 비명소리를 냈고 오히려 좋지도 않은 방안의 냄새를 몰고 다녔다. 
그리고 벽에 걸린 액자. 옛날에 우리 동네 이발소에 있던 액자랑 똑같았다.
밀레의 만종 그림 배경위에다 붓글씨로 역시 뿌쉬킨이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 - 뿌쉬킨 ->


"여태 덥다. 좀 씻어야 할 텐데.... 욕실도 없고 너 잠시 기다려 내 나가서 씻는 데가 어딘지 물어 볼께"

나는 나가서 주인을 불렀다. 
마침 수건과 물주전자와 컵을 담은 쟁반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총각이 왔네? 내가 막 갖다 줄라 캤는데 고만에."

씻는 데는 공동욕실에서 씻어야 했고 화장실은 또 따로 있었다. 
그녀를 불러내어 화장실을 가르쳐 주고 욕실에 데려다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봤다. 형이 헐렁하다고 했는데. 형이 걸레가 될 거라고 했는데... 
피가 안 났으면 아다라시가 아니라고 했는데... 
혹시 이번에는 임신이 되지 않을까.

콘돔?
나는 다시 나와서 주인에게로 가서 콘돔을 하나 겨우 얻었다. 
그나마 손님이 버리고 간 거라고 했다. 방 앞으로 왔더니 벌써 그녀가 와있었다.

"오빠! 저기요. 욕실에 문 잠그는 고리가 없어서 오빠가 요 앞에 좀..."

그래서 나는 욕실 앞에 서서 그녀가 씻는 소리를 들으며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자꾸 그 형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구의 여자 친구도 생각났다.
그녀랑은 아직 손만 잡는 사이였다. 
사랑하지만 얼른 육체관계를 가질 그런 생각은 안했다.
봉사활동도 같이 갔었다. 
그녀가 식사당번 할 때 가슴을 숙일 때마다 브레지어를 안한 가슴이 보여서 내가 막 야단쳤던 일이 떠올랐다. 
다른 놈들이 힐끗힐끗 훔쳐볼 게 뻔해서....
더위에 매일같이 빨지도 못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난 좀 심하게 나무랐었다.

그렇게 그녀는 내가 지켜 줘야하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였다. 
어쩌면 그녀랑은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그러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지켜줘야 했다. 

그런데 그럼 얘는...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은 얘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말자. 
그냥 얘기만 하고 그냥 잠 오면 자자.
콘돔은?

"물은 엄청 시원하다. 지하순가 봐요 오빠. 
오빠도 씻어요. 이제 내가 여기 서 있을께요. 응?"

"아냐~ 넌 들어가라. 난 괜찮아. 불 켜져 있지, 
물소리도 나는데 누가 문 열겠냐?"

그러나 난 혹시라도 누가 볼까봐 그랬던 것이다. 
씻고 돌아왔더니 그녀는 벽에 기대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느닷없이 들어오자고 했지만 막상 켕기는 것이 많았다. 
나는 그녀 옆쪽에 있는 앉은뱅이 화장대 앞에서 비스듬히 앉아서 또 담배를 피워 물었다.
참 이럴 땐 술이라도 한잔 하면 좋을 텐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사올 수도 없었다. 
긴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공장에 뭐 사람들 다 괜찮아?"

또 생각 없이 아까 그녀가 다 얘기했던 걸 물어봤다. 그냥 가만히 있지.
그녀는 대꾸도 않았다. 나라도 화가 났을 거다.

"오빠, 근데 있잖아."

"응? 뭐?"

"우리 그때 있잖아 우리 집에서... 그러고 나서 응? 
오빠 그 다음에 나한테 연락도 안했잖아요?"

"응. 그래."

"나 오빠가 왜 그랬는지 안다?"

"..."

"오빠가 나한테 죄책감 같은 거 느껴서죠?"

"..."

"나는 그담에 오빠 몇 번 봤는데.... 버스 타고 가다가 한 번, 
또 한 번은 나성극장 앞에서 오빠가 막 자전거 타고 신나게 가더라? 오빠 자전거 샀더라 그치?... 
옛날엔 학교 걸어서 다녔었잖아...."

나는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아아.
도대체 얘는 내게 뭐란 말인가.
도대체.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게 했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이 시선 둘 곳을 이리저리 찾고 있었다. 
이어서 목덜미를 감싸던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비누 냄새가 로션 냄새랑 어우러져 있었다.
속 머리카락과 귀밑머리까지만 젖어있었다. 머리를 감지 않고 세수만 했겠지. 
그래, 내가 오래 기다릴까 봐 그녀는 세수만 한 것이다.

"머린 왜 안 감았어?"

"응? 땀 냄새 나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아.
내가 얘를 어떻게 간호할 것인가.
따로 병들지 않아도 자주 아팠을 이 아이의 영혼을.
내가 정말로 아껴줘야 할 아이는 바로 이 아이인데.
옅은 실바람에도 쉬 날려갔을 이 아이의 꿈을 내가 조금이라도 붙잡아 줬어야 했는데...

"오빠! 있잖아. 음~ 그 오빠 있지?"

"누구?"

"기순이 오빠..."

"그래 그 형이 왜?"

"오빠가 나 모직에 다니는 거 그 오빠한테 들었다며?"

"그랬지. 그런데 왜?"

"그 얘기 말고 다른 얘긴 안했어요?"

"다른 얘기? 무슨?"

"그 오빠가... 오빠한테 얘기 할 거라고 했는데..."

"뭘? 나 그 형 잘 만나지도 못해?"

"오빠가 들으면 기분 안 좋을 텐데..."


그렇다.
언젠가는 내가 그녀를 통해 그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불쌍한 <테스>.


"그 오빠 술 취해갖고 막 그러는데 오빠, 그 오빠가 나를... 어떻게 할려고 했거든요.
솔밭에서요. 있는 힘대로 반항했어요. 술 마시라고 할 때 마시는 척하고 거의 안마셨거든요.
근데 그 오빠는 술 취해서요. 어쨌든 끝까지 다리를 안 벌렸거든요.
그랬더니 허벅지 사이에다 해버렸어요. 그러고서 곧바로 휙 가버리데요.
오빠처럼 그렇게 못 했어요 그 오빠가..."

"..."

"그 다음날 공장에 안 나가고... 그 다음날 또 왔어요. 한 번만 더 그러면 경찰서에 갈려고 맘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리고... 그 오빠가 그러데요. 너 처음 따먹은 놈이 누구냐고 고래고래 악따구 쓰면서 막 있는 대로 욕하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이 사람이 자기는 진짜로 한 줄 알고 있구나 하구요.
오빠? 그리구 그때요. 오빠가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 그 오빠한테 혹시 얘기했을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서울에서 사귀던 오빠랑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죠. 얼른요. 그 뒤로 끝이요."


그랬다. 젠장... 
그 대목에서도 난, 정말로 서울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러나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형이 자기는 해보면 안다고 큰소리 빵빵 쳤는데...
헐렁하다고...
허벅지에다 하고서 헐렁했다고 할 정도로 그 형이 바보는 아닌데.
아무리 술이 취했어도.
그리고 내가 그녀를 가졌을 때도 피는 안 났었는데...

그녀가 그 <처음>에 대해서 똑 부러진 고백을 해주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고백을 하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서울 얘기는 그냥 그 형이 열 받도록 한 얘기라고 해주길 바랐지만 그녀는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만하면 사실은 다행이었다.
얼른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내게 그런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믿고 싶었다.
그 형이 등장하는 악몽에서 벗어난 것 만해도 내겐 얼마나 후련한 일인가.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형이 처음 따먹은 놈이 누구냐고 그녀에게 다그쳤을 때, 
그녀는 내가 자기와의 일을 그 형에게 얘기 했을까 봐 걱정했다는 것으로 보아 그럼, 그녀는 
내가 처음이라는 얘기를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왜 난 그런 것에 집착했을까?


"오빠, 미안해요. 속상하죠?"

그러면서 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냐~ 괜찮아. 너가 맘고생 많았겠다. 그 형 원래 개망나니잖아~
그만하기에 다행이다 정말."


그녀의 채 걸러지지 못한 울음이 목구멍에 걸려 깡마른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울림이 내 가슴까지 저며 왔다.
이 영혼을 내가 어떻게 어루만져 줘야 하나.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물은 짠 맛이었다.
눈물이 또 주르륵 흘렀다.
그 속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그래,
누가 눈물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이 환하다고 했는데.
눈물 같은 그녀의 영혼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오빠!"

"응?"

"아직도 나 동생으로 안 삼고 싶으세요?"

"그래... 이미 동생이잖니?"

"정말 오빠가 내 친오빠였으면..."

"..." 

"오빠! 외로워서 어떻게 살았어요?"

"..." 

"오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늘...
많이 늘... 생각했어요."

"..."


"너 어떻게 알았니?"

"첨부터요. 
오빠, 나요,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 오빠한테... 오빠가 갖고 싶은 거 뭐든 사주고 싶어요."

"너 누가 얘기해서 알았니?"

"오빠네 동네 살 때요, 우리 안집 아줌마가요, 오빠네 할머니가 놀러 오셔서 얘기하셨대요."



그랬군.
얘는 지금 자신의 아픈 영혼을 감당하기에도 벅찰 텐데
내 외로움.
내 어둠까지도 자신의 가슴속에 앙금처럼 담아두고 있었어...



외로움.
내 외로움은 동생들이랑 같이 쓰던 우리 집 작은방 방안의 장롱과 벽과의 모서리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식구들이 다 나가버린 날마다 혼자 방안에서 만화를 똑같이 베껴 그린다거나
마당에서 강아지랑 놀던가 하다가 결국엔 방 모서리로 가서 물구나무를 섰다.

처음엔 머리가 아파서 베개를 받쳐놓고 서 있다가 나중엔 맨 바닥에서도 한 시간 이상 물구나무를 서있었다.
외로움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를 때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하기 전까지 그 5년의 세월동안 내 물구나무서기는 계속되었다.



"오빠! 울어?"

"아니... 우리 이제... 자자 그만."

"그래, 오빠 이불 깔아 줄께 잠깐~"

그녀가 이불을 깔았다.
나는 바지를 벗고 남방도 벗고 런닝 차림으로 누웠다.
그녀도 내 곁에 다가와 옷을 입은 채로 살며시 누웠다.
겉옷은 벗지 더운데...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넘겼다.

그녀는 내게 홑이불을 덮어 주었다.

"오빠, 새벽에 저 선풍기 바람 땜에 감기 든다?"

"..."

"오빠! 이제 나 오빠 동생 맞지?"

"..."


" 오빠 근데 저 선풍기 옆에 액자 있잖아요? "

"응, 밀레?"

"응 밀레 이삭줍기랑 만종이랑 미술책에 나온 거죠? 근데 저 뿌쉬킨 명언 있잖아요?"

"그래 명언이지만 저게 원래 시야"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하는 뜻이요... 
살기가 힘들어도 포기하거나 그러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

"오빠가 딱, 그런 거 같아요. 오빠가 힘들게 대학도 가고 하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

아, 그래...
이 아이는... 얘는 지금 자신의 삶도 힘들었을 텐데...
내 아픔까지 알아내어....
내 아픔까지도 자신의 삶속에 담아두고 있었어....

"그리구요 오빠, 
우리 공장에 언니들한테 오빠 자랑 무지 했어요. 대구에서 대학 다닌다고요..."

"..."


"오빠, 낼 뭐할 건데요?"

"낼? 글쎄 빨리 집에 가봐야지."

"할머니 땜에?"

"응."

"오빠 낼 우리 응? 사리골에 가면 안 돼? 
여기 살면서 사리골에도 못 가봤다."

"..."

"오빤 가봤겠지만."

"거기 둘러터질 텐데? 방학에다가 캠핑 온 사람들 엄청 날거야."

"그래두 가고 싶은데..."



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니까 같이 가줘야 했고 갈 수도 있지만 거긴 내 친구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거기서 여름 한철 장사하는 친구놈들도 많았다.
솔직히 그것이 걸렸다.

"그래, 낼 아침에 생각해 보자. 이젠 자야지."

"오빠! 약속한 거다? 어기기 없기. 음, 신난다. 
오빠가 불 끄세요."

불을 끄고 나니 밀레도 뿌쉬킨도 보이지 않았다.
선풍기 소리만 들렸다. 
나는 한동안 생각을 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전 그녀가 했던 얘기들에 대해서...

저도 아프면서 내 아픔을 가슴에 담아둔 이 아이를 또 내가 범해야 하나.
좀 전에 일어나 불을 끄면서 나는 호주머니의 콘돔을 슬쩍 확인해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콤돔을 안 쓰도 될 정도로 내가 참을 수 있을까?


그녀, 어둠 속에서 나를 보며 모로 누워있는 듯 했다.
그러다가 어둠이 익숙해 질 무렵에 맞춘 듯 그녀가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얼굴로 가져갔다.
나도 그에 화답하듯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눈가에 이슬기가 묻어있었다.
이른 아침... 안개 낀 호숫가의 풀잎처럼 촉촉했다.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가슴께를 터치했다. 
그러자 억누르고 있던 것이 금세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콘돔...
나는 부스스 일어나 호주머니의 콘돔을 꺼냈다.
그리고 이걸 안 쓰도 되는지 물어볼까? 생각했다.
써야 된다고 대답하면, 그 다음에 내가 준비해 뒀다고 하면 그녀는 뭐라고 생각할까...
혹시 바람둥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철두철미하게 준비한 것처럼 보이면 정 떨어질 텐데...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가슴을 애무했다.
바지 단추를 끄르고 그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팬티 속으로 손을 넣었다.

"오빠!"

"응?"

"나 털이 너무 많죠?"



털?
아아, 그래.
할머니의 삼베적삼...

열일곱의 내가 열여섯의 그녀를 처음 가질 때
그녀의 그 곳 털을 처음 만졌을 때,
사실은 난생처음 여자의 그곳 털을 만졌던 것인데...
그 감촉이 꼭, 할머니의 삼베적삼을 만지던 느낌이었다.

그렇군.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또 하나의 편린.
그것은 바로 내 할머니였다.

꽃다운 서른여섯 나이에 청상과부가 되어
딸 둘 아들 하나 키우며 수절하신 내 할머니....
나는 그런 할머니의 품안에서 자랐다.
할머니의 삼베적삼 안으로 손을 넣어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젖가슴을 만지며 컸다.
때로는 그 빈 젖을 빨기도 했다.

할머니의 연초대담배 냄새가 구구절절 묻어있던 삼베적삼의 기억.
할머니의 긴 한숨소리.
혀를 쯧쯧쯧 차며 내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그 투박한 할머니의 손길.
그 기억이 그녀를 애무하는 손길로까지 이어지다니.


"오빠! 나한테 이제 죄책감 갖지 마세요. 
나 오빠 동생이잖아요. 네?"





< 마음에도 그 크기와 깊이가 있으나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그 진실을 움켜쥘 수 있는 것은 영혼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인간이 만들어 낸 시간으로는 잴 수 없는 삶의 공간을 가로질러 갑니다. 

그대들의 모래탑을 쌓는 동안 바다는 보다 많은 모래를 기슭으로 밀어 보냅니다. 
슬픔에 잠긴 영혼은 고독 속에서 위안을 발견하는 법이며 자기와 닮은 영혼과 결합될 때 비로소 안식처를 얻게 됩니다.> 
- 칼릴 지브란 - 


그 날의 ㅅㅅ. 
열일곱 열여섯 첫경험 때보단 훨씬 훌륭했다. 
여전히 그녀는 소극적이었지만 나는 이미 서너 번의 경험이 있었으므로 훌륭하게 이끌 수 있었다. 

그녀도 서툴기는 했지만 서서히 달아올랐다. 

그날 밤 우리는 3번의 절정을 같이 했다. 
처음엔 콘돔을 사용했고 그 다음엔 말로만 듣던 질외사정을 했다. 
두 번이 끝나고 한참 얘기를 나누다 이루어진 마지막엔 그만 그 속에서 분출하고 말았다. 

다음날 12시가 되어서 주인아줌마가 깨워서 일어났다. 
지난밤의 격랑으로 좀 혼미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는 마지막의 사정이 걱정되었다. 
또, 차츰차츰 정신이 돌아오면서 딱히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어떤 후회의 심경도 일었다. 
그녀가 자기네 집으로 가서 늦은 아침을 먹고 사리골로 가자고 했지만 할머니가 떠올라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할머니 댁에는 전화가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걱정하셨을 게 뻔했다. 
나는 끝까지 아쉬워하는 그녀에게 다음 기회에 꼭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뒤로 나는 대구로 올라가서 2학기를 맞이했다. 




그랬다. 
그녀에게서 그 뒤로 서너 번의 편지가 왔지만 답장은 못했다. 
당연히 하남석의 노래도 들려주지 못했다.

대학의 여자친구랑 통기타 카페에 가서 
여자친구를 위한 존덴버나 엘톤존의 팝송을 불러주기에도 바빴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녀의 생각을 했지만 어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막상 답장을 쓰려고 편지지를 꺼내면 왠지 말문이 막혔다. 
누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가 내게 느끼는 감정이 그것이 사랑일까 연민일까 

더구나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일까 ...
아니, 사랑할 수 있을까...
동정이나 연민만으로 일생을 더불어 살 수는 없다. 
그녀가 내게... 나를 붙안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지금 만나고 있는 대학생 애인만큼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까. 
배우지도 못했고,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는데... 

그녀는 내가 남자답고 용맹스럽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소녀적인 연민 내지는 센치멘탈한 감정으로 날 대하고 있는데... 
나를 친오빠로 삼고 싶어 하는 그녀를...
이미 그러기엔 우린 넘지 못할 선을 넘어버렸지. 

나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내게서 멀어졌고 
그 다음 어느 해인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동네 어귀에서 할머니의 삼베적삼을 태우면서 
나는 그녀와의 기억도 추억도 함께 태워 보냈다. 

그 뒤로 나는 고향에 거의 가지 않았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그녀를 만난 적도 
그녀의 안부를 들은 적도 없다. 



내겐...
늘 내 인생의 정점마다 떠오르는 사람 몇 명이 있다. 
그 하나는... 겨우 스물네 살에 저 세상으로 떠난 고등학교 때 미술부 선배이고,
내 서툰 내 열 일곱의 동정을 받아주고, 허우적거리던 영혼을 이해해 주고 
자신의 상처는 접어두고 내 영혼을 자신의 아픔처럼 매만져 준 그녀...

그렇다. 
그녀도 내겐... 늘...

대학 졸업식 때, 
취직을 했을 때, 
결혼을 했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 등, 
내 삶의 그 정점마다 떠오르는 사람들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아무리 떼어내고 싶어도 영원히 떼어 낼 수 없는 씁쓸한 기억으로 내 가슴 안에 남아있는 것이다. 

아아. 
그 아이는 지금 어느 하늘아래에서 살고 있을까. 
...

이번 여름에는 꼭 고향에 한 번 다녀와야 겠다. 
우리가 그 밤에 앉았던 둑길엔 지금 아스팔트가 깔렸고 
비닐하우스 밭들도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는데..... 
강물은 그래도 흐를 테지 
달빛 좋은 밤엔 운치가 있을 거야. 

기타나 들고 가서 하남석의 노래나 한 곡 부르고 올까.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예쁜 미소 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보았네~ 
차창 가에 힘없이 기대어 나의 손을 잡으며~
안녕이란 말 한마디 다 못하고 돌아서 우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예전에는 너와 나 다정스런 친구로만 알았네~ 
네가 멀리 떠난 후 사랑인줄 나는 알았네~ 
네가 돌아오는 날 나는 너를 맞으며 말 하리라~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 말을 할 테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나~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 ~ 
그녀의 마지막 남긴 말 내 맘에 내 몸에 봄 오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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