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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1.11.03 11:26

화장터

조회 수 1598 추천 수 0 댓글 3

 

내가 옛날에 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아침 장례식장(화장터) 현관을 청소하고 있노라니, 검은색 SUV 자동차가 들어섰다.
안에서 내린 사람은 한 눈에도 부자라는 것이 느껴지는 외모의 아저씨로,

시계도 프랭크 뮐러같은 것을 차고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체 한 구를 화장해달라고 말했다.

보통은 시체를 옮겨오기 전에 장례업자나 유족들로부터 사전연락이 오고,

신고인의 보험증이나 사망신고서 등의 서류와 화장시간까지 지정해서 오는데,

그 아저씨는 장례식장에는 이미 말을 해뒀고, 시간도 없으니 빨리 화장이나 하라고 고압적으로 명령했다.

 

일단은 그 아저씨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장례식장 측에 이야기를 하자

과연 미리 말이 되었는지 그 관 하나만 우선 먼저 화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장례 오븐을 열었다.

 

시체는 30세 정도의 남자로, 갓 죽은 것이었을까 보통 시체들보다 혈색도 좋아보였다.

시체는 보통 화장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외상 같은 것은 전혀 없이 깨끗했다.

나는 다시 관을 닫고 장례 오븐에 관을 넣었다.

 

화장을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까. 오븐 안에서 굉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쾅쾅 하는.
나는 이미 그 순간 눈 앞이 캄캄했다. 혹시 그 시체, 살아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미 20분이 지났다.

관은 이미 타 버렸을테고, 설령 아직 살아있다고 해도 이제와서 오븐을 열어서 구해낸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그가 죽기를 기다렸다.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보통 1시간 정도가 지나면 시체는 전부가 재가 된다.

하지만 너무 무서워서 30분 정도를 쭉 오븐을 열지 않았다.

아까의 그 졸부 아저씨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 두려워장례식장 사장에게 전화, 오븐 여는 것에 참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화장을 하는 도중 안에서 소리가 났다는 것도 전부 설명했다.

그리고 결국 사장이 오븐을 열고 안의 레일를 꺼냈는데,

오븐을 열자마자 불고기 같은 냄새가 온 장례식장 안을 감돌았고 놀랍게도 사체는 반 밖에 타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지금 냉정히 생각해 볼 때, 그 남자는 살아있었다.

불 속의 뜨거움에 오븐 속에서 관을 마구 두드리며 날뛰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안의 버너가 고장나서 몸이 완전히 탄 것이 아닌, 반만 탔을 것이다.

나는 기절해서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로는 단 한번 그 화장터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그 후 사장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아무 이유없이 현금 1천만엔을 주었다.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말라느니 하는 말도 일체 없이 그저 1천만엔만 주고 갔다.

지금은 그 돈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되어버려서 사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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