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단편
2011.11.03 11:22

시집살이

조회 수 1321 추천 수 1 댓글 3

 

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의 할머니 묘에 온 가족이 성묘를 위해 총출동했다.

 

가족들이 벌초를 할 때,

이상하게 잠이 와서 잠시 쉬려고 잠깐 무덤가에 앉았더니 잠이 들었다.

어릴 적 꿈을 꾸었다.

 

할머니가 「키치지(생선의 종류)가 없잖아 이 년아!」하며 어머니에게 고함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릴 적에는 나도 키치지를 먹고 싶다,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키치지는 요즘 시세로도 한 마리에 3~5천엔짜리 비싼 생선이다. 그땐 더 비쌌겠지.

 

그런 생선을 매 끼마다 요구했으니 우리 집은 돈이 없었고,

그래서 밥상에 올리지 못하는 날이면

「이 년이 나를 굶기려고 하나!」하며 할머니가 고함치고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지금 생각하면 지독한 시집살이였다.

 

덕분에 나 역시도 학교 체육복 한 벌 못 사고

어머니가 옆 집의 같은 학교 학생의 버리는 체육복을 받아와서 그걸 입었다.

그래서 가난한 아이로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반에서 소외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꿈 속에서, 생각나는 한 모든 욕설과 험담을 다 퍼부으며 할머니를 걷어찼다.

이불 위에서 새우처럼 등을 말고 울고 있는 할머니를 걷어찰 때마다 이상한 만족감을 느꼈다.

무엇인가 마음 속 한 구석의 한이 사그라드는 느낌이었고, 너무나 산뜻했다.

 

눈을 뜨자, 병원이었다.

아버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물어보자, 미치광이 같은 얼굴로 무덤을 향한 내가 할머니의 묘비를 몇 번이나 걷어찼다고 한다.

몇 번인가 걷어차다보니 갑자기 묘비가 무너지듯 쓰러져 그것에 깔린 나를 아버지가 차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묘비는 윗 부분이 아래로 떨어져 깨졌다고 한다.

나는 발목 아래에 깁스를 했고, 오른쪽 다리의 엄지 발톱도 부러졌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 꿈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할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지독한 시집살이를 분명히 깨달았다.

지금도 생각한다.

 

그 할망구, 지옥까지 때려서 쫒아버린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40 단편 귀환 1 상어 2011.11.08 970 0
239 단편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상어 2011.11.05 1225 0
238 단편 초능력을 사다. 5 상어 2011.11.05 1339 1
237 사진 양돈농장 2 상어 2011.11.05 1786 0
236 사진 죽음의 침대 2 상어 2011.11.05 1833 0
235 사진 곤충채집 2 상어 2011.11.04 1729 0
234 단편 자살 상어 2011.11.04 1068 0
233 사진 징크스 상어 2011.11.04 1489 0
232 단편 왕진 1 상어 2011.11.04 1144 1
231 단편 화장터 3 상어 2011.11.03 1598 0
» 단편 시집살이 3 상어 2011.11.03 1321 1
229 단편 [2ch] 어머니와 아들 1 상어 2011.11.03 1680 0
228 단편 맞은편 집의 여자 상어 2011.11.03 1206 0
227 사진 할아버지가 드신 것 2 상어 2011.10.28 1952 0
226 사진 만들어진 미치광이 1 상어 2011.10.28 1764 0
225 사진 사체복구 1 상어 2011.10.27 1868 0
224 단편 하얀피부와 매끄러운 살결 2 Yeul 2011.10.23 1626 0
223 단편 본능 Yeul 2011.10.23 1109 0
222 단편 9Words Yeul 2011.10.23 1090 0
221 단편 현관비밀번호 Yeul 2011.10.23 1339 0
220 단편 아내를 위해서 1 상어 2011.10.19 1392 1
219 단편 검은 가방 4 상어 2011.10.18 1493 0
218 단편 대구 계대 장기적출사건 13 Yeul 2011.10.12 2870 0
217 단편 흉가에서 생긴일 1 Yeul 2011.10.12 1513 0
216 단편 흉가에서 생긴일 Yeul 2011.10.12 1095 0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