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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아빠는 맥가이버 같은 남자였습니다.  
항상 저에게도 결혼할 사람은 맥가이버 같은 남자와 하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죠..

엄마는 운전을 하다 차가 멈춰서면 아빠에게 전화를 했고
빌라 주민과 소소한 다툼을 할때도 아빠에게,
장을 보러 왔다 기억이 나지 않을때도 아빠에게,
화장실 불이 나가도 아빠에게,
그리고 요리를 하다 말동무가 필요하거나 심심할때도 아빠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의 모든 생활에 있어, 그리고 어려움이 발생하면 항상 아빠가 있었죠.
엄마의 모든걸 해결해주는 존재.  

그런 아빠가 3년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눈을 감으셨지만 엄마는 혼자서 자신의 모든걸 해결해 주던 존재였던 아빠의 사망 신고를 직접 하고 핸드폰 정지를 신청하고 각종 서류 작업을 직접 했죠.

혼자 있을 엄마가 맘에 걸려 엄마를 모시고 제가 있는 곳에 와서 한동안 함께 지내다 엄마가 일을 보러 운전을 하고 외출을 했던 날이 있습니다.
갑자기 큰 사거리에서 차가 멈춰섰고 엄마는 습관적으로 아빠 번호를 눌렀데요.
그런데 아빠의 목소리 대신 없는 번호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왔구요..
그때 엄마는, '아, 이 사람이 정말 가고 없구나' 라며 실감했다 말했습니다.

문제가 있을때마다 연락했던 맥가이버 같은 자신의 남자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그리고 엄마 자신이 세상을 떠난 자신만의 맥가이버의 사망신고를 하고 핸드폰 정지를 신청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말했습니다.

지난 3년여동안 아무말 하지 않으시던 엄마가 오늘 저녁 혼자 술에 취해 울며 말해주는데 너무 속상하고 제 자신이 해줄수 있는 부분이 없기에 눈물이 나네요.

임종 직전 혀가 마비 되기 전 단 둘이 있었을때 더듬으며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데요. '영원히 사랑해'

엄마는 울며 저한테 말하네요.
엄마 자신이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도록 만들어 뒀으면서,
그대는 먼저 떠났지만 남아있는 엄마 자신은 혹시라도 먼 미래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것 또한 하지 말라는게 아니냐며,
너무나도 밉지만 너무나도 보고싶다고.  
목소리라도 듣고싶다 말하네요.
꿈에서라도 보고싶다고, 엄마 또한 영원히 사랑한다고.

늦은 새벽 한참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털어놓고 싶은 곳이 있어 적어요.
엄마와 아빠의 소소하며 각자의 일상이 묻어있는,
그리고 함께 있어도 그립고 떨어져 있으면 더더욱 그리운,
마지막 순간에서도 온 힘을 다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너무나도 예쁘게 느껴지는 새벽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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