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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가끔 종잡을수 없을 때가 있었다.

한없이 어른스럽게 행동하다가도 어쩔땐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때가 있었고
지독하게 현실주의자처럼 보이다가도 가끔 몽상가처럼 꿈꾸는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도 있었다.

그 아이의 원래 모습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 봤다.
아마 후자쪽 이었을 것이다.
아직은 어렸고 그래야 할 나이였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하고는 했다.

아직 한창 꿈꿔야 할 나이에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 어쩔 수 없이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했던
그 아이를 보면 안쓰러웠다.
내 앞에서 만큼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 준다는게 고마웠다.
내가 그 아이에게 그만큼 편한 존재, 특별한 존재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 한없이 행복해졌다.

그리고 가끔은 날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오빠. 우리 별 보러 가자."

"별? 무슨 별? 하늘에 떠 있는 그거?"

"응. 나 별 보고 싶어."

"얜 또 뜬금없이 웬 별이야. 좀 있으면 밤이니까 그 때 나가서 보든가."

"여기 별이 어딨어. 바보야."

요즘같은 시대에 도시에서 별을 구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난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봤다. 기억나지 않았다.
나에게도 분명 고개를 들어 별을 보던 때가 있었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나는 별을 보게 되지 않았다.
하늘은 그저 하늘일 뿐이었다. 별이 뜨고 지는 것 따윈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함께 밤거리를 걸을 때도, 집 앞 벤치에서 시간을 보낼때도 주변만 바라볼 뿐
한번도 고개를 들어 별을 찾을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 때 이 아이는 하늘을 보고 있었을까. 고개를 들어 별을 찾고 있었을까.

별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 지 생각해 봤다. 한적한 교외나 시골에는 아직도 별이 있겠지.
그러고 보니 여태껏 이 아이와 함께 멀리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
이 기회에 함께 멀리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주말에 갔다올까?"

"응. 근데 그냥 별 말고 별똥별."

"뭐?"

"별똥별 몰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

"지금 내가 별똥별이 뭔지 몰라서 물어보는거 같냐? 야. 그게 보겠다고 봐지는 거냐? 그냥 우연히 보는거지?"

"보여줘~ 보고싶어."

"아니 그러니까 내가 그걸 무슨수로 보여주냐고."

"그건 오빠가 알아서 해야지. 보여줘~"

"그냥 내가 옥상에 가서 공에다 불붙혀서 집어 던질테니까 본 걸로 치자."

"아니. 그런거 말고 진짜 별똥별~"

가끔 이렇게 황당한 어리광을 피울 때면 난 도대체 이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그냥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싶은 그 아이의 바램이 담긴 어리광일지도 몰랐다.

내가 별똥별을 봤던 기억을 되짚어 봤다. 군시절이 떠올랐다.
난 군시절 바닷가에서 근무를 했다. 밤바다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밤하늘엔 별이 흐드러지게 박혀 있었다.

밤새 바닷가에서 근무를 서다보면 심심치 않게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 열 개도 넘는 별똥별을 본 적도 있었다.
그 때 생각이 떠올랐다.

"알았어. 보여줄게. 근데 장담은 못한다?"

"꼭 보여줘야 돼."

".. 그냥 불붙은 공으로 하자니까?"

"야!"

주말에 우리는 바닷가로 떠났다.
갑작스럽게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처음으로 둘이 같이 떠나는 여행에 맘이 설다.
그렇게 바다로 가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왜 여행만 가면 비가 오는걸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바닷가에 도착해 미리 예약한 펜션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왜 뭔가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틀어지는건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애은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나니 다행히도 비가 그쳤다.
우리는 해안가를 걸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걷다 우리는 해변가에 걸터 앉았다. 아직 젖어있는 모래때문에 축축한 기운이 올라왔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 아이는 앉자마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우와 별 되게 많네."

비가 온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엔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촘촘히 별이 박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똥별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슬슬 고개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혼자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있는데
그 아이의 짧은 탄성이 들려왔다.

"아! 오빠 봤어?"

"뭘 봐?"

"별똥별! 방금 하나 떨어졌어."

하필이면 그 사이에 별이 떨어졌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별똥별이 떨어졌지만 그때마다 나는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또 못봤어?"

".. 잠깐 딴 짓 하느라."

"야. 집중 안할래?"

적막함 속에서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오빠... 나 졸려."

"졸려? 들어갈까?"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할 상태일게 분명했다.

"싫어. 같이 별똥별 보고 들어갈래."

"마음대로 해라. 오늘 여기서 밤 새겠네."

우리는 그렇게 또 말없이 하늘만 묵묵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툭.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깨에 닿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떨어지라는 별 대신 그 아이의 고개가 내 어깨에 떨어졌다.

피곤했는지 어느새 그 아이는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들어 있었다.
세상 모르고 자는 그 아이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 아이의 얼굴과 하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지금 저 하늘에 떠 있는 그 어떤 별보다 밝고 반짝반짝 거리는 별은
내 옆에 앉아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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