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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지도 않고 문화의 크기 파악도 못한 사람들이 대중이 재미없는데 전문가만 좋다 한다 어쩌고 저쩌고... 힘 빠지네요. 전 어릴 때부터 어머니 따라 현대 미술이나 무용을 자주 보러 다녔어요 - 잘 사는 가족 같은 건 절대 아니고, 무료 전시회나 값싸고 귀중한 전시회에 자주 갔어요. 어머니는 디자이너시지만 전 아버지가 없어서 혼자 일하시다 보니 원래 돈이 많이 없었어요. 어머니께서 미술을 정말 좋아하시고 예술가들 중 아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그런 델 자주 갈 수 있긴 했으나 돈이 많이 필요하짐 암ㅎ았어요.

외국에서 미술 강의를 들어보니 탁 트이고 넓은 시각이 참 좋기만 하더라구요. 다같이 전시회도 가고, 각자 다른 시각으로 다른 해석을 가져보고, 토의도 해보고.. 정작 현대미술 전시회는 사람이 잔뜩 붐비는데 "대중은 싫어한다" 하는 사람 보면 심장이 찢어지는 느낌이에요.

당최 현대미술이 뭔지는 알고 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극사실주의도 현대미술이에요. 적어도 작은 폰화면으로 뒤샹의 <샘> 같은 게 몇조에 팔렸네 세금세탁을 위한 거였네 하는 얼토당토않은 루머가 담긴 텍스트만 믿고 현대미술 전체를 매도하는 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첫째로 <샘>은 예술을 어떤 실물의 제작에서 개념의 문제로 시각을 옮겨놨다는 파격적인 시도만으로도 전 정말 감동을 느끼거든요. 실제로 당시엔 미술관 구석에 쳐박혀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기도 했지만, 그게 나중에 재평가되었다는 것만 해도 가치가 입증되는 거 아닐까요? 어머니께서 아시는 어떤 예술가분께선 본인의 머리카락을 일일이 엮어서 추상적인 구조물을 만드셨어요. 자르고 기르고 하시느라 만드는 데에만 5년이 걸렸는데, 그 크기와 디테일에 떡 압도되는 작품이었죠. 그래요. 이게 제 감상이에요. 옆에 있던 다른 분들은 구도에 감탄하거나 다른 모양을 제시하거나 하셨구요. 그렇게 다른 시각을 가지면 되는 거에요. 저도 개인적으로 잭슨 폴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미술하는 동료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거기에 다하 뭐라고 안 하죠.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준이 낮은 거다" 라고 하는 사람, 진짜로 현대미술을 즐기는 사람 중엔 한 명도 없을 거에요. 다른 시각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으로 이루어진 거니까요. 외국에서 친구들 전시를 가면 아주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은데도 거기에 "노력도 안 하고 대충 때웠다"며 클레임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열린 마음으로 보니까요. 그런 편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수준이 낮은" 거겠죠.

현대미술은 그냥 탈세용이다.. 전 이 말이 가장 큰 상처에요.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다지 수고를 안 한 것 같아도 고가에 팔리는 게 사실이죠. 그건 수집욕과도 관계가 있고, 그 작품의 참신함 등을 뜨진 가치 등을 이유로 들 수도 있겠네요. 그런 작품들은 실제로 보면 굉장히 세련됐거나 기존의 개념을 초월하는 작품들이곤 해요. 이유가 있다는 거죠. 물론 탈세를 위해 팔린 작품도 없진 않겠지만, 그럼 유벤투스가 승부조작을 했으니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전부 조작이 되는 건지 묻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제발 현대미술 논쟁좀 그만 해라 누군 좋아하고 누군 안 좋아하는 거지" 란 말.. 전 이게 바로 현대미술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현대미술은 결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에요. 뉴욕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논의가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시드니에 있는 미술관인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게 굉장히 다양하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 계기들도 흥미로웠구요. 당연히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거에요. 또 이런 논쟁은 개인적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로 인해 사람들이 현대미술의 추상주의에게도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 꼭 좋아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죠. 조금만 생각해 봐도 현대미술 자체를 매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란 걸 알 수 있어요.

현대미술을 포함한 현대 예술은 정말 우리 가까이에 있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감독 웨즈 엔더슨이나 다른 유명한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 모두 현대미술에 크게 영향을 받은 감독들이구요. 라디오헤드, 드림 씨어터, 애니멀 콜렉티브같은 밴드들은 현대음악에 정말 크게 영향을 받았죠. 크라프트베르크, 캔, 노이!, 에이펙스 트윈 등은 말 할 것도 없죠. 이상하게 한국엔 좁은 시각이 많지만, 열린 마음으로 즐긴 사람들은 좀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고, 그게 다른 창조적인 에너지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편견을 가지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괴롭네요.

죄송합니다. 우연히 베스트오브베스트의 운동게시판인가 하는 글의 덧글에서 현대미술과 운동경기를 비교한 덧글을 보고 급하게 썼네요. 방금 견과루 든 갈색 빵이랑 싸구려 와인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라.. 두서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국을 이미 떠났지만 정마 괴로워요. 저렇게 현대미술을 괴롭히는 글을 보면 사슴이 많이 아파요.. 어머니께선 주위 분들이 패션이나 그런 걸 하시다보니 아무래도 연관되어 있어서 이런 감정을 잘 몰라요. 여기 친구들은 아님지만 한국에 있을 적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현대미술을 못살게 굴더라구요.. 이목저목 떠져 가며 친근하게 반박을 했지만은 잘 통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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