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에 대한 정책 논의가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사이에 해외에서 ‘한국의 비빔밥 종주국’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미국 외식업계 대표 체인업체는 물론이고 유명 셰프(요리사)까지 비빔밥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 외식 시장이 다른 나라 식문화까지 ‘먹고 먹히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빔밥 세계화 초기 단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 종주국 위상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명소로 자리 잡은 일본계 음식점 ‘노부’는 지난해부터 자사 메뉴에 비빔밥과 불고기를 추가해 호평을 받자 올해부턴 25개국에 구축한 자사 레스토랑 체인망으로 대거 확대할 태세다. 1994년 뉴욕에 1호 레스토랑을 오픈한 노부는 무서운 속도로 5개 대륙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비빔바’라는 상호로 비빔밥 사업을 체인화한 기업이 등장한 데다 대표적인 선술집 ‘아마타로’와 패밀리 레스토랑 ‘로열 호스트’ 등도 비빔밥을 정식 메뉴로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레스토랑 업계의 저명 셰프가 비빕밥 매장 ‘B’를 만들고 체인 사업에 뛰어들어 미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온 국내 외식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해당 셰프가 운영하는 체인 레스토랑은 ‘미식가의 성서’로 알려진 프랑스 잡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최상위 등급’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는 김치, 불고기 등이 마치 일본 음식인 것처럼 호도되는 ‘착시 현상’이 비빕밥을 둘러싸고도 재연될까봐 극히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 대표 구이전문점 체인업체인 ‘규가쿠’는 불고기를 ‘일본식 바비큐’로 호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중국까지 진출하고 있다.
처음 미국 진출 때만 해도 ‘한국식 바비큐’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나 최근 들어 떼어 버렸으며 중국에는 아예 ‘일본식 바비큐’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이제 막 비빔밥을 체계화해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해외 유력 업체들이 마치 자국 식문화처럼 흡수하고 있어 앞으로 한식 세계화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