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퍼온 드립
랜덤

학생들 설문조사(?) 한 결과에 멘붕했던 썰 (스압)

샹키Lv.403로스터
11년 전인 2015년 8월에 올라온 글이에요 · 댓글은 지금도 달 수 있어요





음슴체로 쓸게요!!



몇년 전 대학원을 다니며 등록금을 조금씩 벌어보고자 연구조교를 시작했음.

마침 연구조교를 구하는 교수님 한 분이 계셔서 새학기가 시작할 때 딱맞게 연구조교 채용이 되었음.

교수님께서는 교육학과 소속이셨음.

당시 우리 학교는 교육학과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교수님들이 굉장히 젊은 편이셨고 (대부분 40대)
학생들과의 소통에 대한 열정도 높으셨음.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특히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크셨고 강의 실력도 뛰어나신 편이라
수업이 빡셌지만 빡센만큼 남는게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수강정정기간에 우리 교수님 수업을 듣고자 찾아오는 학생들이 매우 많았음.

조교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교수라는 자리가 결코 널널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었음.

물론 날로 먹는 교수들도 많지만 적어도 우리 교수님은 아니었음.

매 학기마다 논문 점수, 학회 참가 점수, 강의 점수 등등... 모든 활동이 다 점수로 매겨지고 최저 점수를 만족해야만 했음.

우리 교수님은 넘치는 열정만큼 논문 집필에도 적극적이셨는데

하루는 교수님께서 논문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싶다고 하셨음.

주제는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부모님 및 형제자매에게 어떤 말을 전해 줄 것인가?' 였음.

원래는 재치있는 대답을 뽑아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당첨자는 소령의 상품을 수령하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마침 쓰시던 논문이 가정 내에서 학생들의 교육적 가치관이 어떻게 정립되는지와 관련된 논문이셨음.

내 생각이지만 사범계이다보니 자라온 가정 환경에 따라 교사가 되었을 때 서로 다른 교육적 가치관(체벌 찬반여부 혹은 지식전달방법)을 가질 수 있다 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작하신 것 같음.

논문주제와 설문조사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교수님들께도 양해를 구하고 교육학 전 과목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음.



총 인원은 1200명 정도. 설문조사의 의도나 상품 증정등의 계획은 밝히지 않고 설문조사를 실시했음.

물론 익명으로 실시해서 자율성을 보장했음.

교수님과 나는 얼마나 재치있고 감동적인 내용들이 많을지 기대에 부풀었음.


결과는 충격적이었음.





제일 많았던 것이 "아빠랑 결혼하지마." 2번째 많았던 결과는 "나 낳지마." 였음........

교수님과 나는 충격에 휩싸였음.

솔직히 <1년 뒤면 예쁜 아가가 태어날 거에요. 잘 키워주세요!> 라던가 <미래에서 왔어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던가....

이런 종류의 뭔가 감동적이고 희망찬??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음.


그런데 대부분

엄마 20년 뒤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 (복잡한 가정사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엄마의 삶을 나열) 그러니까 아빠랑 결혼하지 마.

나 지금도 힘든데 아빠가 나만 믿고 있다고 해서 죽지도 못해. 그러니까 애 생기거든 그냥 죽여.

남들보다 못하게 거지처럼 키우게 되니까 부모될 능력 없으면 지금 그 애 낳지말아라 라고 적은 경우도....



정말 심한 경우는

엄마 아빠의 가정폭력을 암시하며 내가 미리 엄마 아빠를 죽이러왔다고 쓴 경우도 있었음.......



다른 경우로는

아기를 낳으면 이름은 꼭 ㅇㅇ으로 (유명연예인) 지어주세요 라던가

지금 어디어디에 땅을 사놔라 아파트를 사놔라ㅋㅋㅋ 재치있는 것들도 있었음.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당시에는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몇년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이 정도 내용밖에 생각이 안남...

나와 우리 교수님들이 먼저 결과를 정리 한 후 교육학과 교수님들 회의 시간에 보여드렸음.

그 때 교수님들의 표정은 정말..... 충격에 휩싸이신 듯 했음.

충격이 크셨을 것 같은게 교육학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학업에 대한 열정이 깊고 적극적인 학생들이었음.

가끔씩 교수님 수업 전에 강의실에 마이크 세팅이나 ppt 준비를 하러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알아보고 살갑게 인사도 하고 심지어 교수님 음료수를 준비하며 내 것도 사주는 경우도 많았음;;

중간, 기말고사를 치면 답안지를 받아다 교수님들께 전달해드렸는데 그 때마다 답안지들이 너무 빼곡하고 정성스러워서 교수님들이 항상 힘들어하셨음.

매사 살갑고 열심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더 충격이셨을 것 같음.



교수님들 중에는 아직 미혼인 분도 계시고 자녀가 있는 분도 계셨는데

가치관이 정립된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자녀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이런 방향으로 정립하게 만드는 부모가 있다

자신의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성인들이 많다

등등...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시며 토론하셨음....




그 결과를 어떻게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내 연구조교 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 설문조사들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내신 적이 없음.

그 뒤로 내가 부모가 됐을 때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음

지금은 충격적인 대답을 했던 학생들이 그 때보다 훨씬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바람.




댓글 0

로그인하고 대화에 참여해 보세요댓글 한 줄이 글쓴이에게 가장 큰 응원이에요.

로그인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첫 댓글은 글쓴이에게 가장 반가운 알림이에요

퍼온 드립

글 39,029개 · 1/849쪽

목록으로
0추천

맛있으면 우는 고양이

2추천

발육이 타고난여자

0추천

갤놋7유저인데 반납을 최대한 미루려구요

0추천

교회 사람들에게 빵 돌리는거 이해 가나요?

0추천

동네 무한리필 게장집을 갔는데유..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가 없...ㅋ

0추천

군대 안가려고 이렇게까지? 1

+4
0추천

로또 242억원 역대급 1등 담청자의 3년 후.j... 1

+5
0추천

웨딩식날 메이크업촬영 X 가봉촬영X 이런곳도 있나요?

0추천

기안84가 청소하는 법

+11
0추천

국민연금 고갈되면 국세로 채워줄까요???

0추천

메이플스토리 노래로 오디션 참가

0추천

귀염둥이로 만드는 에어팟

+3
0추천

인도 신발이 녹는 50도 폭염

0추천

심부름 잘하는 강아지

+5
0추천

현시각 구름 모양 지진운??

+1
0추천

대전에서 실종된 여대생 최근 상황

+7
0추천

그녀의 유일한 단점은 국적

+1
0추천

절벽 그게 뭐에요?

+4
0추천

원피스 피규어 어떤가여?

+3
0추천

심부름 안하는 법

0추천

맛있는 간식이야?

+3
0추천

이게 얼마치 일까요??

0추천

남자의 맥주따기

+2
1추천

심장폭행 라쿤!

+6
0추천

혼수 3천만원 요구에 빡친예비신부

0추천

보배드림 군인에게 무료로 버스태워준 아저씨 후기

+2
0추천

흰개미핥기 불쌍해...ㅜㅜ

+4
0추천

무도는 이때가 레전드인거 같음...

+1
0추천

영국 클래펌 커먼역

+8
0추천

경호용 기관총

+3
0추천

디즈니 시대배경

0추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0추천

지진났는데 애들을 놔두고 혼자퇴근한 교감

0추천

지상 최강의 동물, 코형

+11
0추천

핸폰 gps가 안잡힙시다

0추천

머리 탁구라고 불리는 헤디스(Headis)

0추천

중국에서 개발중인 자동 주차 시스템 1

0추천

대한민국에서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정착하기 힘든 이유

+2
0추천

??? : 눈앞에서 제가 계정 없애드려요?

+6
1추천

지금 초 핫한 우주소녀 성소의 피지컬

+7
0추천

면세점 구입질문이요.

0추천

솔직해서 당황스러운 사유리

+12
1추천

약사 여자와 소개팅 후기 ㅋ

0추천

머리도 날개다

+2
0추천

간절한 하정우

+6
1추천

국딩시절 부잣집 자녀의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