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7 12:14
내가 SLRclub 회원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러웠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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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LRclub 회원'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2008년 여름...
이명박정부는 미국산쇠고기를 수입합니다.
다른 나라는 다 싫다는데 우리나라는 뭐가 그리 좋다고 수입합니다.
미국산쇠고기가 안전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뭔가 꺼림찍하다면 국민건강이 걱정되니 막아야할텐데 국가가 나서서 괜찮다며 그걸 들여오겠답니다.
10만명의 이 나라 국민들이 시청 앞에 모여 반대를 해도 말이지요.
하루 이틀, 일주일, 촛불집회는 길어졌습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끝도 안보였습니다.
낮에는 유쾌한 저항으로 마치 '문화행사'나 '축제' 같았습니다.
각종 동물옷을 입고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경찰 코스프레를 하고 물대포를 꼬집는 여러가지 퍼포먼스들이 많았고,
붙여진 포스트잇에서도 풍자와 해학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해도 말이 안통하고, 경찰병력과 대치가 격렬해지고
기자들과 방송카메라가 빠져나가면 경찰의 강경한 진압으로
시민들이 하나 둘 다쳐나갔습니다.
공중파 언론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눈을 돌렸습니다. (관심이 있었다면 폭력시위장면이었을 뿐).
밤이 깊으면 더 심해졌습니다.
새벽까지 인터넷 생중계를 본 시민들은 분노를 삼켰습니다.
그 즈음에 SLRclub에서 뭔가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시민들을 지키자'
'지금 저것들,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없으니까 저런다'
'우리가 일반인이지만 장비는 현직 기자들 못지 않게 가지고 있지 않느냐'
'기자들이 기자 역할을 못하면, 시민들이 하자'
'우리가 청년기에 피 흘리며 겪었던 암울한 시기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지 말자'
이렇게해서 SLRclub에서 '시민기자단'이 탄생합니다.
그수는 약 250명
각자의 카메라를 무기 삼아 들고, 고등학생부터 나이지긋한 직장인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용병기사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노상에서 모여 시민들과 함께 다니다가, 종로에 있는 한 회원분의 사무실을 간이상황실로 운영하게 됩니다.
이 상황실에서는 인터넷과 언론사의 기사, 방송을 체크하고, 경찰과 시민들의 움직임을 알려주면,
현장에 나가있는 시민기자단이 그에 맞춰 적절하게 움직입니다.
새벽까지. 아니, 시민들과 함께 날을 새기도 많이.
시민들이 다쳐나가니, 의료계 분들은 자원봉사하겠다고 의료진들을 결성해서 시청으로 모였었고,
'이건 아니다' 싶었던 예비군들이 나서서 경찰병력과 시민들 사이에서 인간띠를 만들고 묵묵하게 싸웠습니다.
비록 우리 국방부는 '군복 입었다'고 예비군들에게 딴지를 걸었지만,대한민국 국군 창립 이래로군인이 민간인으로부터 이토록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때는 손에 꼽힐 겁니다.
물대포 맞은 시민들이 저체온증으로 고생하니 여기저기서 옷가지들을 가지고 도와주신 많은 분들,
고생한다고 먹을 거 가지고 오시는 분들,
참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서로 도왔습니다.
......
그 땐 내가 SLRclub 회원이다 라는 것이 참 뿌듯하고 큰 자랑이었습니다.
지금은 운영자 잘 둬서 망한 사이트.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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