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퍼온 드립
랜덤

백원에 무너져가는 내가 한심하다.

샹키Lv.403로스터
11년 전인 2015년 4월에 올라온 글이에요 · 댓글은 지금도 달 수 있어요



집안 사정으로 인해 군휴학포함 휴학을 무려 5년이나 한 나는
스물여덟 나이에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평소 시험 전날이면 언제나 학교에서 밤을 새면서 공부해야 안심이 되는 나는
언제나처럼 학교에서 열어준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새벽 세시. 배가 고프다.
내 주머니에는 집에서 탈탈 털어가지고 가지고 나온 1150원.
천원짜리 라면을 하나 사먹고학교 자판기에 커피가 150원이니까 커피도 한잔 마셔야지하며
잠시 행복했더랬다.

천원짜리 라면에 물을 받아서 편의점 밖에 벤치에 앉았다.
잠깐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나처럼 라면에 물을 받아오셔서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이제 라면을 두어젓가락 먹었을 무렵.
옆자리 할아버지께서 왠지 당황하신거 같다.
슬쩍 쳐다보니 식사를 못하고 계셨다.
갑자기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시더니 그냥 나오신다.

할아버님 왜그러세요? 여쭤보았다.
아이고 학생 내가 라면인줄 알고 샀는데 누룽지였네.
숟가락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어.
숟가락을 따로 사야된다고 하네.
미안한데 백원만 주면 안될까.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백원을 드렸다.
고마우셨는지 식사하시는 내내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말을 걸어주신다.
맛있게 잘 먹었다.

문제는 자판기 앞에서의 나였다.
내 주머니에 오십원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판기 앞에서 깨달았다.
순간 아주 잠깐. 진심으로 아주 잠깐.
그 할아버님께 백원을 건넨 것을 후회했다.
왜 그 할아버님이 백원이 없으셔서 나에게 부탁했는지 원망의 감정도 살짝 들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다음 순간에 문득 내가 너무 한심하더라.
내 스스로 난 착하게 살고 있고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그깟 백원에 내가 이제껏 쌓아올린 자존감이 다 무너지고 내가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다.

쓰잘데 없는 생각 말고 어쨋거나 공부나 해야지하며 강의실로 돌아가 프린트물을 보는데
다시 백원이 아른거린다.
그깟 커피 한잔이 뭐라고..
그깟 백원도 없는 내가 병신이지하며 자괴감이 찾아온다.

그럭저럭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을 보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은
미안함, 슬픔, 자괴감이 뒤섞인 회색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우울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고 밤 열한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그리고 밤새, 지금까지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할만 했어. 하고 합리화 해보려했지만 그건 더 병신같아서 그만뒀다.
한심하다. 진심으로 한심하다..


댓글 0

로그인하고 대화에 참여해 보세요댓글 한 줄이 글쓴이에게 가장 큰 응원이에요.

로그인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첫 댓글은 글쓴이에게 가장 반가운 알림이에요

퍼온 드립

글 39,029개 · 1/849쪽

목록으로
0추천

맛있으면 우는 고양이

2추천

발육이 타고난여자

0추천

갤놋7유저인데 반납을 최대한 미루려구요

0추천

교회 사람들에게 빵 돌리는거 이해 가나요?

0추천

동네 무한리필 게장집을 갔는데유..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가 없...ㅋ

0추천

군대 안가려고 이렇게까지? 1

+4
0추천

로또 242억원 역대급 1등 담청자의 3년 후.j... 1

+5
0추천

웨딩식날 메이크업촬영 X 가봉촬영X 이런곳도 있나요?

0추천

기안84가 청소하는 법

+11
0추천

국민연금 고갈되면 국세로 채워줄까요???

0추천

메이플스토리 노래로 오디션 참가

0추천

귀염둥이로 만드는 에어팟

+3
0추천

인도 신발이 녹는 50도 폭염

0추천

심부름 잘하는 강아지

+5
0추천

현시각 구름 모양 지진운??

+1
0추천

대전에서 실종된 여대생 최근 상황

+7
0추천

그녀의 유일한 단점은 국적

+1
0추천

절벽 그게 뭐에요?

+4
0추천

원피스 피규어 어떤가여?

+3
0추천

심부름 안하는 법

0추천

맛있는 간식이야?

+3
0추천

이게 얼마치 일까요??

0추천

남자의 맥주따기

+2
1추천

심장폭행 라쿤!

+6
0추천

혼수 3천만원 요구에 빡친예비신부

0추천

보배드림 군인에게 무료로 버스태워준 아저씨 후기

+2
0추천

흰개미핥기 불쌍해...ㅜㅜ

+4
0추천

무도는 이때가 레전드인거 같음...

+1
0추천

영국 클래펌 커먼역

+8
0추천

경호용 기관총

+3
0추천

디즈니 시대배경

0추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0추천

지진났는데 애들을 놔두고 혼자퇴근한 교감

0추천

지상 최강의 동물, 코형

+11
0추천

핸폰 gps가 안잡힙시다

0추천

머리 탁구라고 불리는 헤디스(Headis)

0추천

중국에서 개발중인 자동 주차 시스템 1

0추천

대한민국에서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정착하기 힘든 이유

+2
0추천

??? : 눈앞에서 제가 계정 없애드려요?

+6
1추천

지금 초 핫한 우주소녀 성소의 피지컬

+7
0추천

면세점 구입질문이요.

0추천

솔직해서 당황스러운 사유리

+12
1추천

약사 여자와 소개팅 후기 ㅋ

0추천

머리도 날개다

+2
0추천

간절한 하정우

+6
1추천

국딩시절 부잣집 자녀의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