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원정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아내가 전화를 했더라고요.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면서, 집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 뉴스로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까 아내의 말이 사실이더군요.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알고 있었어요.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가족들이 모두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무엇이 그 분을 떠나게 했을까요? 그 어떤 것이 그 분을 숨 쉬게 하지 못했을까요? 그날 밤 전 복잡한 심경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다음날 클리블랜드 구단관계자를 찾아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 어떤 형태로든 제 마음의 슬픔과 조의를 표하고자 유니폼에 검은색 리본을 달겠다고 말했더니 구단 측에선 메이저리그 규약을 거론하며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비통함에 잠겨있는데 혼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경기에 출장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저는 노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도 없습니다. 그저 그 분의 소탈한 성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함, 그리고 국민들, 특히 가진 게 별로 없는 농촌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저절로 그 분에 대한 존경심이 들게 했습니다. 세상엔 그 분이 받았다는 '그 돈'보다 더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나쁜 짓을 하고서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전에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가족, 친척들이 모두 검찰에 불려갔어도 시간이 흘러가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갑니다. 왜 노 전 대통령은 그걸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요?
오늘 방송을 보니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경복궁과 시청앞 광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 있더라고요. 자발적으로 노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족들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 한 곳이 아려왔습니다. 경찰차가 시청앞 광장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에선 지금이 2009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의 한 방송사에서 진기하게 둘러싸고 있는 시청 앞 경찰차들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낯 뜨겁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분은 제가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일기를 읽으면서 공인 신분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말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 그리고 김병현, 최희섭 선배에 대한 언급 등을 열거하면서 이렇게 물어보셨습니다.
‘혹시 부모님, 조부모님, 아니면 아내가 전라도 출신이냐?’고요. 공인이라는 사람이 지역 감정에 휩쓸려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다소 치우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셨고요. 더욱이 그 분은 만약 제 가족 중에 전라도 분이 계신다면 더 이상 팬으로 남지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니, 제가 전라도 사람을 좋아한다면 추신수의 팬임을 포기하겠다고 강조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자신은 지역 감정에 사로 잡힌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해 놓으셨다는 겁니다.
그 글을 읽고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전 부산 출신입니다. 제 가족들 중에 경상도 출신이 있는지, 전라도 출신이 있는지는 언급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분의 주장대로라면 미국 사람들이 단지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종차별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미국 사람들도 유색 인종의 겉만 보고 차별을 하는 것처럼 그 분도 단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겉모습 때문에 무조건 싫다 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 한국 사람들이 모두 내 가족같고 내 이웃같은 정이 느껴집니다. ‘코리언’이란 단어 속에는 지연이나 학연 등이 얽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우리 국민들, 같은 민족 사람들이란 공동체 의식이 존재합니다. 역사의 흐름과 함께 많은 시간들이 지났고 동서화합이니 뭐 그런 거창한 말들도 오고 가는 지금, 여전히 지역 감정에 사로잡혀서, 일개 운동 선수를 어디 출신이니 아니니 하면서 팬을 하겠다, 안 하겠다고 말씀을 하시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만약 제 팬들 중에 이런 분이 계신다면, 그래서 떠나겠다고 하신다면 전 말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평소 갖고 있는 소신과 가고자 하는 길과 너무 틀리기 때문에 더 이상 추신수의 팬을 안 하신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저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절 싫어하시거나 저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가슴 아픈 부분이지만 모든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크게 마음에 담아두진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단지 지역 감정을 거론하면서 절 평가하려 하는 건 받아들이기가 어렵네요.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환경을 보고 먼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미국인이라서, 흑인이라서, 또는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사람이라는 등등의 이유로 선입견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닐까요? 사람 자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어느 지역 출신이라서 싫어한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잠시 마음을 좀 가라앉혀야 하겠네요.
그는 왜 안 좋은 일이 닥친 뒤에야 수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미리 대처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참 답답하다"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