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6 11:44

거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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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한 노인을 보았다
남루한 의상으로
바닥을 기어다니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눈동자
아 그 눈동자

길을 걷다가
한 청년을 보았다
명품으로 도배된 의상으로
길을 걸으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그것은
길을 걷다 쓰레기차가 지나갈때
자동차가 흙탕물을 튀겼을때
개똥을 밟았을때
먹기 직전에 빼는 년을 보았을때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
그것도 레이저빔이 눈을 쏘았을때
불쾌
경멸
꺼져
더러워
역겨워
토나와
죽어
청년은 몸을 나눠
수십개
수백것
수천것
아니 4500만것들로
나뉘었다

길을 걷다가
자선 냄비를 보았다
아프리카의 앙상한 아이들
길을 걷던 그 청년의 눈동자
아 그 눈동자
선함이 가득했던
그 아름답던 눈동자
옆에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원을 집어넣는다
흐뭇한 표정
길거리의 청년들
하나둘씩 모금을 시작한다

티비를 보다가
일본 지진 성금을 보았다





십만
백만
천막

아아
그 선한 사람들의 손길들
이 또한 모두 일본 동포들에게 돌아가리라

갑자기 문이 열린다
성난 눈동자
나를 노려본다
"아저씨 쇼윈도에서 떨어져요"
문을 닫았지만
그 다음 말이 들려온다

길을 걷다가
비치는 거울에서
나를 보았다
노인 한명
남루한 의상
그것이 땅바닥에서 기어다닌다

그 눈동자
난 내가 무섭다
뒷걸음질하다
청년
그 청년의 발을 밟았다

그 눈동자
그 눈동자 속에는 내가 보인다
내 어깨를 민다
그것은 마치 일본 대지진처럼
내 깊은 곳부터
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화산 폭발
그러나 무력한 폭발
피인가
아니다 용암이다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에
길거리에 누운다
모금통에는 150원이
무슨 생각이였을까
난 그것을 삼킨다
목구멍에 걸려버린다
소리지를 힘도
기침할 힘도
없다
내가 만약 티비 광고로 나왔다면
이러진 않았겠지
모두가 모니터 앞에서는
상냥해지겠지
따뜻해지겠지

그 눈동자들
날씨보다 얼어붙게 하는 눈동자들
그 청년은
내 손자다
내 자식의 아들이다
밤이 깊어진다
몸이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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