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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저장소에 먼저 연재했던 내용.

 

Aveno=G.D.S.=라니유=킹 지디스=십장 지디스=뉴비늅늅

 

어쨌든 나의 첫사랑에 대한 글임.

 

▶◀지금은 죽었습니다.

 

=====================

 

때는 3년전 9월 경으로 올라간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교실 창가였다.

 

같이 창 밖을 보던 친구 A가 말했다.

 

지금 저 애, 가수 누구 닮지 않았냐고.

 

친구 B가 답했다. 진짜 닮았다. 넌 어떻게 그런걸 빨리 찾아내냐. 눈도 좋다.

 

A와 B는 대화를 계속 했다.

 

저런 애랑 사귀면 참 좋겠다. 귀엽다. 그러고보니 또 다른 누구를 닮은 것 같다.

 

나는 창 밖을 보았다. 그 땐 TV에 관심이 없었지만 웬만한 가수 생김새나 유행은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 닮았다는 아이를 찾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저 애냐. 하고 묻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귀엽긴 했다. 새하얀 피부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눈에는 색기라 하기엔 지나치고 순진함이라고 하기엔 먼, 그러면서도 둘이 잘 조합된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그 눈이었다. 나를 반하게 한 것은.

 

당시만해도 그녀의 매력은 내게 큰 어필을 하지 못했다. 이유를 대라면 당시 내 성격이 여성에게 크게 호감을 갖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예쁜 여자는 좋아했다. 하지만 사랑과는 다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란 것이 존재하나 하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당시 내겐 여자보다 친구가 중요했다.  그렇다고 좋은 친구들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겐 친구가 더 중요했다.

 

말죽거리 잔혹사같은 학원물을 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교내 위치는 중상위였다. 공부도 그 땐 중학교 때 해놓은 선행학습 덕에 제법 잘 따라갔고, 교우 관계도 양호했다.

 

이렇게 된 것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여름에 열렸던 학교 축제에서 활약한 것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전학와서 크게 눈에 띄지 않던 내가 단번에 전교생의 입에 오르내리고, 반 친구들에게도 인기를 얻게 한 사건이 바로 학교 축제다.

 

또 학교 축제 덕분에 내 성적도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늘어난 친구들과 그에 따른 흥분으로 내 마음은 제정신이 아니었고 비행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이래저래 방황을 많이 했다.

 

친구들은 가끔 소개받는데 날 데려가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나의 관심사는 정해져 있었다. 온라인 게임과 추억 만들기였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나서도 남는 것은 친구랑 함께한 기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병신짓도 참 많이하고 다녔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소화기를 훔쳐 아파트에서 뿌리고 논건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난 병신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연애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안한건 실연의 아픔을 걱정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바보 같았다. 누구나 겪는 문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데, 왜 그 땐 그렇게 바보같이 피했는지 모르겠다.

 

이 때 조금만 더 경험을 쌓았다면 그녀와 더 좋은 추억을 만들었을거다.

 

어쨌든 그 날, 그녀를 처음 본 나는 솔직히 반했다기 보다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귀여운 것은 사실이니까. 저런 친구 하나 있는 것도 좋겠지. 남자만 친구면 조금 씁쓸할거다. 그래도 남녀공학인데.

 

참고로 당시 우리 학교는 1학년 땐 남녀분반, 2학년부터 선택 과목에 따라 합분반이 결정되는 시스템이었다.

 

10월. 2학기 시작한지 한달이 되고 분위기는 점점 개판으로 나아갔다. 놀 놈은 놀고, 공부할 놈은 공부를 한다. 당시 나는 철이 없어서 그런지, 놀았다.

 

내겐 꿈이 없었다. 평생 친구 새끼들이랑 놀고 싶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 친구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각자가 각자의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도 안다. 내 생각이 조금 과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도 살아보고 싶었다. 조금 굶더라도 누구보다 행복하게 말이다.

 

중간고사를 보고 모의고사를 보았다.

 

또 그런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기말고사를 보았다.

 

시간은 흐르고, 친구들은 매일 변해갔다. 나는 열일곱살 우리의 우정이 어디까지나 영원할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11월. 슬슬 추워지는 계절이 오자 외로워진다. 여자와의 사랑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바라는 것이 나 역시 남잔가 보다 하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여자에 관심없다 뭐 이런 인식이 찍혀 있었고 딱히 맘에 드는 여자도 없었기에 그냥 게임이나 하고 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추억이 없다. 친구들은 하나 둘 여자를 만나고 나 혼자 친구 찾다가 혼자가 되어갔다.

그래, 그리고 12월이 되었다.

 

12월. 1년 중 가장 큰 이벤트가 있는 날. 바로 엿같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종교를 넘어 범세계적인 휴일이 된지 오래다. 종교적 색채보다는 이제 연인들의 추억을 만드는 날이 되어 버린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외로움도 커져갔다. 그래. 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왠지 나가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누워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무슨 내용인지도 기억 안 나는 영화를 보고 만화책을 읽고 다시 잤다.

 

그리고 해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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