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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가로운 오후 수업이 없던 나는 동아리 방에 누워 쉬고 있었다.
솔솔 잠이 오려는 찰나에 갑자기 동아리 아이들이 우루루 동아리 방으로 들어왔다.

뭔가 귀찮은 일이 벌어질거란 느낌에 나는 잽싸게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원래 난 동아리 정식회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는 형에서 친구가 동아리 회장직을 이어받고 동아리티를 준다며 받아간 서명이 동아리 가입동의서였다.
쌀 한줌에 자기도모르는 사이에 공산당에 가입한 피난민처럼 나도 어느새 동아리 정식회원이 되어있었다.

동아리 사람들이 다 모이자 친구는 오늘 모임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 가입한 신입들도 많으니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2주동안 마니또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마니또.. 국민학교와 더불어 근 10년만에 들어보는 추억의 단어였다.
나는 우리가 중학생도 아니고 무슨 마니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난 마니또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었다. 고 1때 한 번 했던적이 있었다.
나의 마니또였던 친구는 내가 자기의 마니또라는걸 알곤 출생의 비밀은 듣고만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비명을 질렀다.
난 내가 다스베이더인줄 알았다. 망할년.

후배들 중엔 마니또가 뭔지 잘 모르는 후배들도 있었다.
새삼스럽게 세대차이가 느껴졌다.

"형 우리 그럼 산에가요?"

"뭔소리야 산엔 왜가?"

"마니또 한다며요. 산에가서 뭐 캐고 그런거 아니에요?"

"..그건 심마니고 이새끼야.."

참 순진하고 구김살이 없는 후배였다.
어찌나 구김살이 없는지 뇌에도 주름이 없는 것 같았다.

난 후배에게 마니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면서 몰래 도와준다고 설명하자 후배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배트맨 같은거네요?"

"그래.. 그렇다 치자.."

결국 나도 참여해야했다. 제비뽑기를 하고 각자 마니또를 정한 후 모임은 마무리됐다.
문득 다른사람들은 누가 걸렸는지 궁금해졌다.

"야 넌 누구 나왔냐?"

"비밀로 하라그랬잖아요."

"비밀은 무슨.. 누군데?"

"안되요."

내가 독립군자금을 누가 대고있는지 불라고 한 것도 아닌데 후배는 끝까지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내 쪽지에 이름이 적혀있던 후배였다. 난 녀석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지만 별다른 특이한 일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익명의 문자가 도착했다.

당신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 -마니또-


이건 나를 보살펴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나를 죽이러 오겠다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왠지 몸값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문자들이 수시로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나는 집이 뭔가 달라졌음을 눈치챘다. 나갈때와는 달리 집 안이 말끔하게 치워져있었다. 침대 위엔 쪽지가 한 장 있었다.

방이 더러워 치우고 갑니다. 치우다보니
배가고파 신세좀 졌습니다.
-당신의 마니또-

난 황급히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보았다.
반찬이며 밥이며 할 거없이 남아있는게 없었다.

"..많이도 쳐 먹었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혼란스러웠다. 청소된 방안과 없어진 반찬. 덩그러니 놓인 쪽지.
내 마니또의 정체가 식사소녀 네티였다니..
이윽고 분노가 차올랐다.
내 반드시 마니또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이 정의로운 도둑년을 잡아 족치리라 다짐했다.
다시 쪽지를 살펴봤지만 녀석은 치밀하게도 자필대신 프린터를 이용했다.

용의자가 너무 많았다. 그 때 내 집은 거의 공용와이파이나 다름없었다.
누구나 사용하고 들날날락 거리는 쉼터같은 공간이었다.

도어락 비밀번호는 0000 0001 0002를 거쳐 1234 1212 그리고 마지막엔 내 생일인 1225로 바뀌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게 소용 없었다. 길어봐야 이틀이면 후배들은 비밀번호를 찾아내 내 집에 들어왔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동아리 모임을 위해 동아리 실로 향했다.
그날 대화의 주제는 단연 마니또였다.
내 마니또가 먹을걸 줬네 선물을 줬네 편지를 줬네 하면서 다들 즐거워 하고 있었다.
단 한명만 제외하고.

모임이 끝나고 각자 자기 마니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다들 고맙다. 사랑한다. 궁금하다. 등 온갖 따뜻한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마침내 내 차례가 왔고 난 참아왔던 분노를 방언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 마니또가 나에게 수시로 괴문자를 보내고 우리집에서 무전취식을 했다.
덕분에 난 며칠동안 밥과 간장으로 연명해야 했다.
세상 천지에 어느 마니또가 청소 좀 했다고 남의집 식량을 거덜내고 가냐며 이럴바에야 소작농을 쓰지 뭐하러 마니또를 하냐
라는내 분노의 목소리가 동아리방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누군지 밝혀낸다면 죽여서 진짜 내 수호천사로 만들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며칠 뒤 또 다른 마니또의 흔적을 발견했다.
난 분명 한 기억이 없는데 내가하던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편지함엔 낯선 아이디로부터 편지가 와 있었다.

밥먹은건 미안합니다. 대신 레벨을
좀 올려놨어요.
-당신의 마니또-

이거 완전 미친놈이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가 고스트바둑왕이야 뭐야.. 라는 생각도 덩달아 들었다.

그리고 내 보안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모든 사이트에서 같은 아이디에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용의자는 좁혀졌다.
분명 나와 같은 게임을 하는 후배 중 하나였다.
난 녀석들을 추궁했지만 아무도 자백하는 이가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느새 2주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내 손으로 마니또를 색출해 내는데 실패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동안 치밀했던 마니또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내 예상대로 후배들 중 하나였다.
난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뭐하냐?"

"게임방 인데요."

"니 마니또 캐릭터 키워주나보다?"

".. 그게 무슨? 나 아니라니까요 형."

"..너 문자에 번호 안지우고 그냥 보냈더라?"

"......."

후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니 형 그게 아니고"

"내일 깨끗하게 씻고 부모님한테 큰절 하고 나와라. 아마 마지막 인사가 될테니까."

그 후 며칠간 녀석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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