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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이었다. 주말이면 마땅히 할 일이 없던 나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약속 장소로 나가니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한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해 봤지만 전화도 받지 않았고
우리는 결국 시간을 놓쳐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는 포기하고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한시간이나 지나서야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잠시 후 술집으로 들어서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약속시간에 한시간이나 늦은 사람 치곤 너무나도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에 우리는 분개했다.
"니가 드디어 그 보잘것 없는 인생의 끝을 여기서 보기로 마음 먹었나 보구나."
"그래 어디 한번 죽을때도 그렇게 웃으며 가는지 지켜보마."
하지만 친구는 사죄의 말도 없이 핸드폰을 꺼내 우리 앞으로 들이 밀었다.
"뭐? 어쩌라고?"
"그래 어머님한텐 좋은곳으로 갔다고 내가 잘 전해드릴게."
친구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핸드폰 액정 화면엔 처음보는 여자의 사진이 떠 있었다.
"누구냐? 설마 너 여자친구 생겼냐?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둘수 없는데."
"넘겨봐"
사진을 넘겨보니 이번엔 다른 여자들의 사진이 보였다. 도대체 이 여인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기다린 분노도 잊은채
궁금증에 빠져들었다.
"누군데 이 여자들은?"
"우리 회사 거래처 직원들. 그리고 니들 다음 달에 시간 비워놔라."
설마? 우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봤고 친구는 벅차오르는 듯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우리 테이블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침내 녀석의 작은 로켓이 대기권을 뚫고 달 표면에 도착한 것이었다.
드디어 이놈이 사고를 쳤구나. 친구들은 얼싸 안았고 나는 녀석의 손을 부숴질듯 움켜쥐었다. 녀석에겐 작은 한걸음 이었지만
우리에겐 커다란 도약이었다.
"뭐 이렇게 빨리 나왔어. 천천히 나오지."
"다음부턴그냥 전화만 해. 그럼 우리가 모시러 갈테니까."
그 때부터 한 달 간 녀석은 우리 사이에서 신으로 군림했다.
친구가 물엉덩이를 건너면 우리는
"친구께서 물위를 걸으신다!"
"친구는 위대하시다!"
"친구! 친구! 친구!" 를 외쳤고
친구가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친구께서 이 황폐한 대지에 거름을 선사하러 가신다!"
"친구가 지구를 구하신다!"
"친구! 친구! 친구!"를 외쳤으며
심지어 녀석이 술먹고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졌을 때도
"친구께서 드디어 하늘을 날으신다!"
"친구님 축지법 쓰신다!"
"친구! 친구! 친구!" 를 외쳤다.
그렇게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자 불안함을 느낀건지 다른 친구가 넌지시 녀석에게물었다.
"야 계속 연락은 하고 있는거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녀석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 놈을 바라봤고 그 분위기를 감지한 우리는
"감히 친구를 의심하다니. 이 불순한 새끼."
"절교! 절교다!"
를 외치며 그 놈을 렸다. 녀석은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친구가 말한 약속의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는 옷도 사고 머리도 새로 했으며 만날 때 마다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고 그 날을 상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갔다. 어머 이새끼 피부 좋아진것좀 봐 관리했어?
그래? 너도 머리 새로 했나보다? 이러다 우리 여자친구 생기는거 아냐? 꺄르르 같은 미치광이 30대 여고생들 같은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기대와 설레임으로 채워 나갔다.
마침내 약속의 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다.
[야 어떡하냐. 오늘 갑자기 그쪽에서 일이 생겼대서약속 취소될거 같은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녀석에게 급히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분명 밖에서 만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을 예감한 녀석의 최후의 수단인 것 같았다. 그 때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카톡 봤어?"
"어. 야 이새끼 전화기도 꺼놨어. 어떡하지?"
"이런 미친.. 뭘 어떡해 잡으러 가야지."
우리는 다같이 모여 녀석의 집으로 찾아갔다. 한참동안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자 뭄이 빼꼼 열리며 녀석의 얼굴이 보였다.
우리들의 성난 얼굴을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이 그날따라 작아보였다. 대문체인을 붙잡고 있는 녀석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하냐? 문 안열고?"
".. 때릴거야?"
"미친 포로리 새끼야.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문짝 뜯고 들어가기 전에 빨리 열어라."
결국 집 안으로 진입한 우리들은 녀석을 앉혀놓고 청문회를 시작했다.
"뭐야 어떻게 된건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나온다고 그러드라고..."
"니 뭐 실수한거 아니야?"
"아니야 그런거 없는데?"
".. 너 혹시 우리 사진 보내줬냐?"
"사진? 저번에 한 번 보여달라길래 보내줬지."
아.. 우리들 사이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야 이 정신나간새끼야. 그걸왜... 이 새끼 이거 생각이 있는 새끼야없는 새끼야."
이유는 의외로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결국 허망함만 안고 집밖으로 나선 우리는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으로 가는 내내 세걸음에 한번씩 녀석을 때리는 삼보일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갈 곳을 잃은 우리들은 쉽사리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지?"
"아 몰라. 그냥 아무데나 가."
"야 그럴수도 있는거지 뭐. 오늘은 내가 살테니까 기분들 풀어. 어디로 갈까?"
"양주.. 양주마시러 가자."
"야.. 뭔 양주야. 그냥 소주나 마셔."
"안돼. 오늘같은 기분으론 도저히 소주가 안넘아가. 아무거나 먹자며 그러니까 양주 사."
"월말이라 돈없어 미친놈들아. 그냥 소주 마시자니까?"
"그래? 그러지 뭐. 그냥 니 모가지를 따서 그 피로 건배할까 그럼?"
".. 가자 양주 마시러."
간만에 비싼 술이 들어가니 그래도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술을 다 마시고 녀석이 계산을 하기위해 카운터로 걸어갔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은 녀석에게 물었다.
"야 얼마나왔냐? 많이 나왔어?"
녀석은 대답 대신 지갑을 꺼내더니 오만원 짜리를 꺼내 우리에게 내밀었다.
"뭐냐 이건? 용돈주는거냐?"
"야.. 카드가 안된다.. 막혔나봐. 이게 지금 전재산이야. 이거 줄테니까 계산좀 해라."
"그런게 어딨어. 빨리 계산해 임마."
우리는 손사레를 치며 돈을 건네받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녀석은 굴하지 않았다. 계속 돈을 들이밀며
"에헤이..나 자꾸 쌍스러운 사람 만들거야? 이러면 섭섭해 정말."
술값이 20만원이 넘게 나왔다. 결국 우리는 그 돈을 받아들고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술값을 계산해야 했다.
그 후 난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녀석의 이름을 '이씹새끼 소년'으로 바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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