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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유독 나와 친했던 몇 명의 후배들이 있었다.

일명 1235번 쓰레기라 불리우는 그들을 처음 만난건 대학로의 한 허름한 게임방에서였다.
제대 후 복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하고 있던 중 나보다 먼저 복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던 한 살 어린 동생이 있었다.
그 동생의 연락을 받고 간 게임방에서 난 녀석들을 처음 보았다.

녀석들은 게임방 한 구석에서 스타를 하고 있었다. 날 발견한 동생이 나에게 녀석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녀석들의 첫 인상은 제법 강렬했다. 특히 4명중 2명이 유독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번쓰레기와 3번 쓰레기였다.
처음 날 놀라게 한건 그들의 완숙한 외모였고 두번째로 날 놀라게 한건 완숙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였다.

처음 봤을땐 난 나보다 먼저 복학한 선배님들인줄 알고 인사를 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뭇 충격적이었다.

"안녕하세요. 형."

형.. 형이라. 형이란 단어가 이렇게 어색하게 들린적은 처음이었다. 예상밖의 상황에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윽고 나는 내가 군대에 있는 사이 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바뀌었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얼굴들이 나에게 형이란 호칭을 사용할리 없었다.
나도 어디가서 내 나이를 말하면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노안이었지만 나는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들은 그런 나를 보고 다시 말했다.

"형.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말 편하게 하세요."

나도 모르게 초면에 존댓말 하지 마세요.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 정도로 그들의 얼굴은 성숙해 보였다.
일단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나는 질문을 던졌다.

"군대는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그들의 대답은 날 더 충격속으로 빠트렸다.

"저희 아직 20살인데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생긴건 북에서 13년정도 복무하다 엊그제 탈북한것 같이 생겨서 뻔뻔스럽게도 그런 말을 하다니.
인면수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말을 하다니. 하긴 얼굴만 봐도 성악설을 믿게 생긴 외모를 지녔으니
그런 거짓말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지나가던 거지의 돈통을 훔쳐 달아나게 생긴 외모였다.

자기도 처음엔 믿지 못하여 주민등록증까지 확인해 봤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그들이 정말 20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 말고도 저렇게 고통받는 친구들이 세상에 있었다니. 나보다 적게 살았지만 더 고통받았을게 분명했다.
새삼 살아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과 함께라면 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겼다.

우리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그때부터 난 녀석들과 친해졌다. 그러면서 다른 후배들과도 친하게 지낼수 있었다.

그렇게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난 후배들의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이상하게 내가 욕을 하면 후배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하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동네친구들에게 단련되어 각종 인신공격과 모욕적인 언사에 능했고 후배들은 뻔히 본전도 못찾을 걸 알면서도
나에게 계속 시비를 걸었다. 어느샌가부터 후배들에게 나는 과의 욕쟁이 할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말을 잘 섞는 성격이 아니라 나에게 욕을 들어먹는다는건 그만큼 나와 친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특히 1,3번 쓰레기들은 시도때도 없이 디스를 시도했고 그렇게 디스전쟁의 막이 열렸다.
어느 날 수업을 들어라 강의실로 들어가는데 먼저 도착해있던 1번쓰레기가 또 디스를 걸기 시작했다.

"형. 보면 볼수록 느끼는건데 형은 진짜 얼굴이 삭은거 같아요."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삭은거면 넌 썩었어."

"진짜 보면 볼수록 빗다만 도자기 같이 생겼다니까요."

"넌 홈런볼 같이 생겼어."

"홈런볼이요?"

"그래. 빠따로 두드려 맞은거 같이 생겼다고. 얼굴 중심에 제대로 맞았네 생긴게 장외홈런 감이야."

3번쓰레기가 친구를 돕기위해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

"형은 머리도 진짜 커요."

"넌 코나 뽑고 말해. 니 코는 엑스칼리버냐? 왜 얼굴에 박혀있어. 내가 함몰유두는 봤어도 함몰코는 처음본다 이새끼야.
그리고 나중에 나 귀농하면 너한테 부탁좀 하자. 이마에다 벼심으면 백마지기는 나오겠다."

결국 괜히 나섰다 쪽박만 쓴 3번쓰레기는 시무룩해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1번쓰레기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노안이야.. 노안도 이런 노안이 없어.."

"내가 노안이긴 하지. 근데 내가 노안계의 야무치면 넌 셀이야. 셀. 17호랑 18호의 나이만 흡수한 완전체 셀."

자기자리에 앉아있던 3번쓰레기가 그 얘길 듣고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쳐 웃지마. 넌 손오공이니까. 니가 짱이야. 노안권 100배 손오공 이새끼야."

녀석들 외에도 학교 안엔 항상 날 물어뜯기 위해 다가오는 수많은 후배들이 존재했다. 그 중엔 친한 여자후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라고 예외는 없었다. 다른 수업을 들어가자 이번엔 여자후배하나가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는 진짜 못생긴거 같아."

평소에 밥먹었어? 잘잤어? 안녕 같이 자주 듣는 말이라 나에겐 이미 안부인사와 다름 없는 말이었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넌 또 왜 시비야. 너 내가 가까이 붙지 말라 그랬지 따갑다고."

몸에 전기가 많은건지 털옷을 자주 입고다녀선지 자꾸 붙으면 정전기가 올라와 평소에도 항상 가까이 붙지 말라고 늘상
얘기하던 후배였다.

"내가 무슨 피카츄야? 하긴 내가 좀 귀엽긴 하지. 백만볼트? 삐까~ 삐까~ 이렇게 울면 되나?"

귀찮아서 상대하지 않으려 했건만 짜증이 밀려왔다.

"하...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야. 살다보니 별 지랄을 다보네. 미쳐도 정도껏 미쳐야지. 그냥 확 줘패 삐까?"

"있잖아. 백만볼트라고 다 피카츄가 아니야.. 넌 그냥 블랑카를 닮았어. 블랑카 알지? 우오 우오 하고 울면돼."

그렇게 정신없이 모두를 까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번외

축제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다들 과사무실로 모여 이번 축제때는 무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평범하게 주점을 할까? 아니면 뭐 색다른거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여러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물풍선 맞추기. 아이스티 팔기. 인간두더지 등 흔해빠진 의견이었다. 한참 고민하다 결국 주점으로 의견이 모아질때 쯤
1번쓰레기가 새로운 의견을 냈다.

"형 그거 어때요? 그 예전 TV에서 대학생들이 나와서 하던건데 그 징검다리 만들어서 끝까지 지나가면 상품주는거. 못지나가게
비누칠 하고 물뿌리고 공던지고 하던거 있잖아요."

엄청 옛날에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TV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아냐? 역시 이새끼 나이 속인거 맞네."

"아니에요. 그냥 기억 났어요."

일단 녀석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는 다음에 파헤치기로 하고 우리는 그 의견에 대해 고려하기 시작했다.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우리는 시도해보기로 했다. 밧줄과 나무판자를 구해 징검다리를 만들고 정문 앞에 있는 나무에 묶어서 일단 시험삼아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다리를 건너던 1번 쓰레기가 미끄러져 떨어지면서 밧줄에 목이 걸려 그대로 형장의 이슬로 떠나갈 뻔 했고
축제를 줄초상으로 만들 수 없다는 학회장의 판단 하에 그 계획은 영원히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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