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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오는 사이트라 글 올리려 했는데 몇년동안 가슴 깊은 곳 한편에 감춰둔 걸 도저히 꺼낼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오랜만에 친구랑 낮술 한잔 걸치다가 문득 다시 생각나서 다시 찾아왔어요.

뭔가 여기에 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조금이라도 답답함이 가실 것 같은데 민감한 주제라 걱정입니다.


아직도 그 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전날 이었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저는 야간자율학습을 11시쯤 끝내고 그날따라 같이 다니던 친구는 아파서 조퇴하는 바람에 혼자서 하교하게 됐어요

아파트 단지 외곽이었는데 가로등도 몇 개 없었고.. 그래도 지름길이었거든요 무슨 깡으로 겁도 없었는지;;

인적 없는 길을 혼자 가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머리를 확 쎄게 뭘로 때렸어요

정신이 아찔한고 때린 것도 너무 아팠지만 끌려갈까봐 아픈거 참고 발악했어요

안 끌려가려고 무릎은 아스팔트에 다 쓸리고..

하지만 그렇게 있는 힘껏 발악 했어도 다른사람들 한테 들릴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아무도 제가 끌려가는걸 못봤나봐요..


아파서 눈물이 막 줄줄 나서 앞도 잘 안보였어요.

근데 그 눈물 사이로 보이는 게 딱 한가지 동네 카센터 간판이었어요

하지만 그 카센터를 운영하는 아저씬 아니었어요.

검은 마스크와 모자챙 사이로 보이는 눈이 젊은 대학생 정도? 학생같아 보였거든요.

카센터 뒤쪽에 있는 제 키 만큼 큰 잡초 사이로 끌고가서 절 두들겨 패더라구요

머리, 배, 팔다리 주먹으로 두들겨 맞고 발로 채이고 하니까 나중엔 너무 아파서 소리도 못지르겠고..

그렇게 당했어요


그 사람이 떠나고 얼마나 지났는지 해가 막 뜨려고 할 때 겨우 정신차렸어요.

맞은곳이 너무 아프고 수치스러웠지만 살고싶어서,겨우겨우 도로변으로 기어나와서 아침 운동하시던 아저씨가 신고해주셨어요

그렇게 저는 맞은 상처도, 정신적인 충격도 너무 심해서 여름방학 내내 병원에서 지내게 됐어요..

그때 제 친구들은 모여서 단체로 계곡펜션에 놀러갔다던데..




근데 신고는 안 했어요. 못했죠. 가족의 반대가 너무 컸어요.

부모님.. 위로 있던 형 누나는 신고하자고 했는데 부모님이 반대했대요.

부모님이 아파트 총장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명칭은 잘 모르겠는데 아파트 사람들이 잘 아는 사람이었거든요.

괜히 낯부끄러우니까 그냥 잊어버리래요 여자도 아니니까.. 성폭행 피해자 낙인찍혀서 좋은게 뭐가 있녜요.


그렇게 방학 내내 병원에 있다가 개학하고 학교는 제때 잘 마쳤네요ㅎㅎ

매일 밤을 울며 지새웠지만 바뀌는 게 있을 리가 없다고 그냥 체념했어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동성 성폭행은 그당시 처벌도 못한다는 소리를 봤거든요.


전교생이 저를 알 정도로 성격도 많이 활발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 한 적없이 하교하는 날도 있게 되니

그냥 중학교 때 잠시 얼굴만 알던 애가 학년이 바뀌면서 먼저 다가와줬어요.

중학교 땐 그렇게 밝더니 왜그렇게 차분해졌냐며 그러더라구요ㅎㅎ 그냥 뭔가 모르게 그 친구한텐 좋은 느낌이 있다는걸 느꼈어요.

그래서 저랑 친구는 집도 가까워서 하교도 같이 하게 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렇게 베스트 프렌드가 됐어요.


그러던 어느날 빌려준 물건 때문에 우연히 친구네 집을 가게 됐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그당시 신고해주신 아저씨가 계셨거든요.

그 아저씨가 친구 아버지였어요.ㅋㅋㅋㅋㅋ

아저씨와 저는 단번에 서로 누군지를 알아 차릴 수 있었고 나중에 친구가 없는 시간에 아저씨와 얘기를 하게 됐어요.

아저씨는 제가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고 자기 아들 또래 되는 애가 길바닥에 처참한 몰골로 기어오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셨대요.

근데 제가 신고를 안 했으니 그 아이가 누군지, 자기 아들이랑 같은 교복을 입고있었는데 알 수가 없으셨대요.

그때 그 일을 아저씨가 아주머니 그리고 친구에게 말하셨는지

친구는 심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 제 상처를 감싸주고 싶다고 더욱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저를 낳아주신 지금의 부모님보다도 아저씨, 아주머니가 저를 더 챙겨주셨어요.

저도 진로상담이나 무슨 곤란할 일이 생기면 아저씨, 아주머니를 먼저 찾았고 결국 저는 친부모님 보다도 더욱 의지할 사람을 찾게됐어요.

그렇게 우리집보다 친구네 집을 더 자주 드나들면서 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있는데 저에게 그런 나쁜짓을 한 사람보다 더 잘사는게 복수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정신적인 충격때문에 놓았던 공부를 다시 잡고

아주머니는 친구의 과외선생님께 사정사정 하셔서 저도 과외들을 수 있게 해주셨어요.

나중에 성인이 되고 들은 얘기지만 친구 과외비의 반만큼 아주머니가 지불하고 계셨대요..

결과는 저도 친구도 SKY대학중 한곳에 당당히 합격했습니다.친구는 정말 심리학과에 붙었구요^_^ 저도 원하는 과에 붙었어요 !

원하는 과에 붙었지만 집에서 지원 안 해주신다길래 어찌어찌 또 아저씨,아주머니 덕택에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정말 제 생명의 은인이죠...

나중에 취직을 하고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친부모님이 아니라 아저씨 아주머니께 효도를 해야겠죠 저는.



이젠 그 아픈 기억도 잊어버릴 때가 온 것 같아요. 아니 지금도 잊어버리고 있는지 기억 안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하.. 이제 속 시원하다. 이제 상처는 아물고 흉터가 남았어요. 평생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젠 아프지 않아요.

이 느낌이 그 말로만 듣던 '행복'인지 성인이 되어서야 느끼네요.

오유분들도 혹시 저랑 같은 '행복'을 느끼고 계신가요.

혹시라도 느끼지 못하고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비가오면 화창한 날은 반드시 찾아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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