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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20대 중반즈음에 걸쳐있는한 여징어입니다
할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외면하고 누워있다가 어느새 밤이 되버렸네요
멍청하게 누워있던 몇시간동안 문득 떠오른 지금까지의 제 인생을 글로 남겨볼까해요
아주 긴 글이 될 것 같아요
더욱이 글쓰는 재주가 없어 잘 쓰지도 못할 것 같아요
그저 작은 존재의 볼품없는 기록이니 꼭 읽어보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제 인생의 첫 기억은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 대신 엄마 친구분의 손에서 자라며
"이모"라고 부르던 그분이 제 머리를 짱짱하게 묶어주시던 코흘리개때부터 시작되지만
오늘은 어쩐지 제 인생에 몰아치기 시작한 파도들의 이야기만 하려구요
열여덜살때였어요
저는 익숙한 저희 동네에서 익숙한 학교 교복을 입은채로 익숙하지 않은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인적드문 골목이였고 한밤중이였고 아주 추운 겨울이었어요
그 남자가 저를 거기 버려두고 차를 집어타고 간 뒤에 한참만에 저는 일어났어요
흙바닥에 내팽겨쳐지느라 엉망이 된 후드집업을 벗어서 버려버리고 헝크러진 머리를 잘 정리하고
먼지를 탈탈 털고 일어나서 집으로 걸어갔어요
부모님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서 비상계단에 앉아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어요
새벽에 저는 집으로 조용히 들어갔고 화장실에 앉아서 몇시간동안 샤워를 했어요
그 뒤의 기억들은 어쩐지 흐릿해요
아빠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멀리했던 기억, 하루에 똑같은 악몽을 다섯번이나 꾸던 기억,
교복 치마를 더이상 입을 수 없게된 기억, 항상 지나가던 좁은 골목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기억들만 빼구요
열아홉살이 되던 해
저는 졸업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자퇴했어요
하루중 많은 시간을 방 안에서 보냈어요
부모님이 출근하실땐 잠든척을 하고있다가 나가시는 문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방 밖으로 나왔어요
퇴근하실즘이 되면 마찬가지로 침대로 들어가서 누웠고
부모님이 잠드시는 밤 열한시부터 다시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수많은 심리치료사들 신경정신과의사들을 만났지만
그 누구에게도 제 얘기를 할 수 없었어요
스무살이 되던 해,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교에 입학했고
저는
"동네 사람들 마주치면 창피하니 평일 낮에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말아라"
"엄마 친구가 집에 올거니까 방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라"
"사람들이 왜 자퇴했냐 물으면 하고싶은 일이 있어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라"
라는 말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물론 한번도 부모님을 원망해본적 없어요
작은 동네에서 번듯하게 삶을 꾸려오신 부모님께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자퇴생에 백수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었어요.
그렇게 1년, 2년을 허비하며 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자살을 하던가 아니면 뭐라도 해보던가 해야겠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뭐라도 해볼 힘이 남아있더라구요
어느덧 사람들을 자연스레 마주 할 수 있어지고, 남자라는 존재를 두려워 하지도 않게 되고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온전히 나의 탓이다 라는 못난 생각도,
그날, 그때, 그곳에서 한발짝도 벗어 날 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버릴 수 있게 됐어요
저는 검정고시를 봤고
스물두살이 되던 해에 고향에서 아주 먼 대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그동안 시간이 치료해준 상처들에 감사하며
어둡고 답답한 내면은 숨기고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을 하며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서 학교에 갔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저는 어떤 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어영부영 같이 어울리던 사이에 저는 동아리 회원이 되어있었고
그 동아리 인원 22명중 유일한 여자 회원이었어요
그 뒤로 아무 이유 없이 여학생들에게 욕을 먹기 시작했고
근거없는 "여왕벌" 이라는 별명을 달고 학교를 다녔어요
그래도 지난 몇년간의 생활에 비해 학교생활은 즐거웠고,
소수지만 내편에 서주는 사람들이 있어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한 학기가 끝날때쯤 저는 동아리 선배와 연애를 시작했어요
나를 정말 소중하게 대해 주는것 같았고
그사람 앞에서 내가 정말 특별한 여자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연애가 시작되고 그사람은 변했어요
매일 같은 과 여학생들이랑 술을 마시고 심지어 자기 집으로도 들이면서
저에게는 남자가 연락을 하는 그 어떤 상황도 용납을 안했어요
심지어 학교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낸 카톡 하나에도 그사람을 찾아가 불같이 화를 냈어요
과제를 하거나 잠이 들어서 연락을 못받을때는
한시간도 채 되기 전에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곤 했어요
더이상 안되겠다 싶을때, 제가 이별을 말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그사람은 저를 스토킹 하기 시작했어요
하루에 문자100통, 전화100통은 기본이고
전화를 차단하면 공중전화나 빌린 핸드폰으로,
문자를 스팸하면 발신번호를 일일이 바꿔서 보내고
카톡을 차단하면 탈퇴하고 재가입해서 보냈어요
핸드폰 번호를 바꾸면 바로 집앞으로 찾아왔어요
그사람이 나의 집, 나의 학교, 나의 주변 사람들을 다 알고있는 이상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문자 내용은 매일 같았어요
정말 사랑한다고 제발 다시 생각해달라고 한번,
계속 이런식으로 나오면 자살해버리겠다고 유서에 니 이름은 꼭 써주겠다고 한번,
난 자살 안한다고 대신 너를 죽여버릴거라고 너희 가족들도 친구들도 다 죽여버릴거라고 한번,
그리고 다음엔 다시 정말 사랑한다고 제발 다시 생각해달라고 한번.
경찰에 신고도 해봤는데
그때 경찰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나라엔 아직 스토킹 관련 법규가 없다. 그사람이 너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가한게 아닌 이상 경찰쪽에서 처벌 할 수 없다.
고소밖에 답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하셨어요
법적인 절차를 밟게되면 일이 커질 것 같고,
일이 커져서 부모님이 알게 되시는것도 원치 않았어요
그저 참기로 했어요.
그 해에 그사람은 저를 스토킹 하느라 낭비한시간들의 댓가로 마지막 한번 남아있던 학사경고를 채웠고 학교에서 재적을 당했어요
학교에서는
제가 가만히 있는 남자 꼬셔서 단물 다 빼먹고 버린다음에 인생을 망쳐놨다는 소문이 났어요
같은 동아리였던 사람들만이 진실을 알고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여왕벌"인 저를 옹호하는 말은 아무런 힘이 없었어요
영화에서나 보던 캐비넷에 써있는질 낮은 낙서,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누군지 모를 학생들, 옆자리에 앉으면 욕하며 자리 피하기,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 흘리기,같은 일들이 저에게도 일어났어요
대학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줄은 몰랐어요
학교에 늦게 들어간 저보다 나이가 어린 동기들이 저를 툭툭 치며 "니가 이 구역의 미친 걸레라며?" 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태연하게 "아닐껄, 사람 잘못 본걸껄." 하며 받아쳤지만
매번 그런 취급을 당하며 학교를 계속 다닐수는 없었어요
동아리 사람들은 그럴때마다 나타났어요
알지도 못하고 욕하지 말라며 제 편을 들어줬고
지겹도록 울려대는 제 핸드폰을 대신 받아 욕을 해줬고
하루종일 오는 연락에 제 기능을 못하는 제 핸드폰 대신 본인들 핸드폰을 빌려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큰 힘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못나게도 원망만 했어요
왜 나를 그 동아리에 들어가게 해서,
왜 나를 그 사람이랑 엮어서,
왜 항상 이렇게 내 편을 들어줘서
왜 이렇게 내 학교생활을 망쳐놓았냐고 화를 냈었어요
사실 정말 원망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었는데.
내 어리석음이, 내 무지함이 도저히 인정이 안됐어요.
그리고 저는 대학을 자퇴했어요.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던 해였어요.
휴대폰 번호를바꾸고, 자취방을 정리하고
날 욕하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해명 한번 못해보고
날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번 못해보고
그곳에서 알던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고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또 1년,
저는 서울에서 살고있어요.
학교를 다니는것도, 일을 하는것도,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지만
그저 서울에서 지내고 있어요.
작은 자취방을 구해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평일에는 서울 근교로, 주말에는 유기견 보호소로 마실을 다니며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단걸 알아요.
20대 중반이 되서 아직도 부모님 등에 업혀서 내려가질 못하는 제 인생 창피하다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저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
오늘은 무한도전 보면서 저녁으로 냉이된장국을 먹어야지.
애호박이 되게 비싸졌네 넣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저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
저는 여러모로 많은 것에 실패했어요
인생 최악의 암흑기를 겪었고, 그 암흑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에요.
하지만 제가 나이가 더 많이 들고 나중에 제 20대 중반까지의 인생을 돌아봤을땐
최악의 암흑기를 겪었고, 어느새 돌아보니 지나가 있더라. 라고 말 할수 있겠죠
아무리 힘을 내보려 해도 힘이 나지 않는 날은
그저 받아들이려고 해요
나에게는 이런 일들이 일어났고,
그 일들은 나약한 내가 견뎌 낼 수 없는 일들이다. 라고
나는 지금 넘어져있고,
일어날 힘이 없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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