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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Hate the Sin, Love the Sinner

거의 1년 전 쯤, 차사고가 났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그 사고가 나에게 특이한 능력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음주 운전자에 의해 T자로 사고가 났었고, 머리가 먼저 길가에 있는 나무로 떨어졌다. 내 차의 에어백과 안전벨트 모두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앞 유리를 뚫고 적어도 3미터는 족히 날라갔다.

분명 나는 죽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 동안이었다.

내가 전해 듣기로는, 앰뷸런스 안에서 내 심장은 멈췄지만 몇 분 사이에 다시 소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은 것은 죽은 거고, 그게 내 상태였다.

사고 길바닥에서 회복하기까지는 정말 빨랐다. 내가 말했듯이, 사고가 난 것은 1년 남짓인데, 이미 나는 보통수준으로 회복했고, 그 상태가 벌써 몇 달째다. 전폭적인 도움을 주는 가족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나의 아빠, 엄마, 그리고 가는 곳곳을 함께하는 두 형제까지, 나는 언제나 감사히 여길 것이다.

내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틀 전이다. 일반 검사를 위해 시력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안압을 검사했는데, 그건 언제나 이상한 기분을 주었다. 기계가 눈알에다 바람을 불어대는 그 느낌이 지독히도 싫었는데, 제대로 검사하려면 몇 번이고 되풀이 해야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람이 불어오니 당연히 움찔대는 눈꺼풀 때문이겠지. 물론 검안사에게는 그만큼 짜증날테고.

그리고 차트에 수치가 나왔다.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내 시력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매년 검사를 하는게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검사를 해야 했는데, 의사는 의자를 획 돌려 나를 향하고 바라보더니, 내 오른쪽 눈을 감으라 했다. 나는 지시한 대로 오른쪽 눈을 감아 왼쪽 눈이 의사가 들고 있는 펜을 좇으며 바라보게 했다.

이전과 비슷하게, 큰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눈 가리는 쪽을 바꾸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왼쪽 눈을 감았고, 오른쪽 눈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

내 앞에 있는 의사를 보고, 그 뒤에 그 전까지 없었던 누군가를 본다는 사실에 얼마나 무서운지 상상이나 가는가? 그 사람은 검안사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지만, 옷을 홀딱 벗은 상태로 검사실 카운터에 기대고 있는 여자와 미친듯이 ㅅㅅ를 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나를 들여보낸 안내원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었다.

이게 뭐야?!” 나는 왼쪽 눈을 뜨면서 고함쳤다. 그 거슬리는 커플은 즉시 내 눈 앞에서 증발했고, 그리고 그 공간에는 그저 (옷을 완전히 갖춰 입은) 검안사와 내가 전부였다.

문제가 있나요?” 그는 굉장히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봤다.

나는 할말을 잃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었고, 방금 내가 본 이 남자의 복제형이 우리가 지금 앉아있는 이 똑 같은 방안에서 접수원과 그짓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는건 조금 이상하거나, 아니 모르겠다, 미친 소리인가?

아 예,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일전에 제가 좀 큰 차사고가 난 적이 있어서 여전히 극복중에 있거든요. 그리고 가끔 멍때리듯 저만의 시간을, 그러니까 온전히 그 상황에 있지 않는뭐 그런거 있잖아요, 만약 이게 말이 된다면 말이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꽤 괜찮은 거짓말이었다. 내가 말했듯이, 나는 두뇌 회전이 꽤나 빠른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가 다시 검사를 하려 하자, 그 둘이 다시 나타나 열심히 응응하고 있었다. 나에게만 보인다는 것도 명백했지만, 더 이상 이 검안사에게 이상한 힌트를 흘려 내가 지금 제정신을 잃기 직전에 있다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참아내기로 하고, 최대한 무시하려 노력했다.

검사를 얼추 끝내고, 검안사는 렌즈를 위한 처방전을 써주었고, 나는 그의 손가락에 있는 결혼반지를 볼 수 있었다.

, 접수 보시는 분이 아내분이신가 보네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할 것 같은데.”

, --아니에요, 제 아내가 아니에요. -제 아내는 변호사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그는 말을 더듬었다.

이런.

, 죄송해요, 그냥 추측 한번 해봤어요. 제 실수였네요.” 나는 당황스러워져 볼로 피가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남은 시간동안, 나는 새로 찾은 내 능력을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시험해보았다. 누군가가 저지른 마지막 범죄를 본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만 본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이는 스타벅스에서 왠 남자 하나가 앞에 서있는 여성의 가방에서 지갑을 몰래 빼내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 확실해졌다. 나는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완벽히 똑 같은 장면을 다시 보았고, 늙은 여자가 폐 속 깊숙하게부터 깜둥이라고 외쳐대는 모습과 함께 겹쳐 보였다. 이중 불행이구만.

이러한 일화는 내 새로운 능력의 간단한 예시에 불과했다. 모든 사건이 강도같이 상투적인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백했다. 나는 이 사람들이 저지른 마지막 죄를 보고 있다. 무서웠지만, 짱이었다.

폭식

간통

살인

증오

질투

사람들이 얼마나 배배 꼬인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그게 이틀 전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정말 많은 짓거리들을 목격했다.

오늘 저녁, 나는 저녁식사를 위해 부모님 댁으로 갔다. 저녁식사는 한주의 행사 같은 것이었다. 나는 20살이었고, 18살이 된 후로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씩 부모님과 두 여동생들을 보러 저녁식사에 참석하곤 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가족 구성원들을 꽤나 잘 안다고 생각했고, 특히나 사고 이후로 받은 도움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가족들의 죄라면 웃어 넘길 정도의 수준일거라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순 없고, 내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별 것 아닐거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많은 생각 끝에 나는 보기로 결심했다. 우리가 식탁에 들러 앉자 마자 여동생들은 학교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왼쪽 눈을 감았다.

나는 엄마를 보았다. 엄마 뒤에는 벽에 기대어 전화를 들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 그 로렌 말이야? 걔 완전 걸레야. 이 동네에 있는 아무 싱글 남자들이랑 다 자고 돌아다닐걸? 어쩌면 결혼한 남자들도 있을 수도!”

가십거리. 참 뻔하네, 엄마.

나는 여동생 중 한명, 베사니를 보았다. 그녀는 12살이었고, 점점 성숙해지는 중이었다.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몰랐다. 베사니는 그 유소년 시기의 순백함을 지닌 행동만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딱히 예상한 것도 없었고, 생각한 그대로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제일 꼬맹이 동생을 보았고, 다른 어린 소녀들 사이에 앉아있는 다른 버전을 보았다. 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첫 브래지어 착용에 대해 떠드는 기억을 되씹고 있었다.

질투심이군. 딱한 베사니. 내 생각보다도 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어색하지 않으려면 좋은 정보게 되겠어.

나는 베사니에서 다른 여동생으로 눈을 옮겼다. 제니, 제니는 16살이었고 정말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녀는 정변하는 중이었고, 예뻐져가는 동생이 자랑스러웠다. 꽉 찬 수업, 반항심 없는, 사람들이 원하는 여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다.

제니의 뒤에는 옷을 듬성듬성 입은 침대에 있는 제니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뒤에는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쓰고 제니의 목에 칼을 들이댄 남자가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제니의 움직임을 있는 힘을 다해 붙들고 있었다.

이런 씨발! 제 놔줘! 제발! 제발 놔달란 말이야!” 제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전혀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 남자가 내 여동생에게 차마 말로 꺼낼 수 없는 어떤 짓을 하는 것을 보았고, 바닥에서 울부짖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게끔 자신을 내버려 둔 신을 욕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럴리가 없어. 나는 스스로에게 생각했다. 물론 신의 이름을 헛되이 불렀다 하지만, 누가 그녀는 욕할 수 있겠어? 이제 제니를 어떻게 다시 보지? 제니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할까? 애초에 말을 어떻게 꺼낸단 말이야? 어떻게 이런 일을 겪고서도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이야?

난 울고 싶었다. 나는 내 여동생을 사랑했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운 어린 숙녀였고, 이제와서 내가 그것을 깨버릴 순 없었다. 가족들이 날 얼마나 미친 사람처럼 볼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내 분노와 슬픔을 최대한 억눌렀다. 더 이상 제니를 바라볼 수 없어서, 나는 내 눈을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똑 같은 영상이 다시 재생되었을 때 내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나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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