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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년 겨울. 나는 소대 막내이자 전입 신병의 티를 갓 벗어난 이등병이었다. 

우리 부대에는 탄약고, 무기고, 위병소 이 세 개의 근무지가 있었고

3중대인 우리중대는 탄약고 근무를 전담하고 있었다.

 

우리 중대는 말년이라고 해도 근무에 관해선 동일하게 부여가 되었다.

당시 전입신병이었던 나는 말년병장에게는 가장 재미있는 소잿거리였으므로

왕고이자 우리분대 고참인 A병장은 나를 지목하게 되었고 그의 남은 군생활 내내 같이 근무에 나가게 되었다.

 

암만 신병이라고 해도 같이 근무 서너번 서고나서 부터는 할말이 없어지고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야 더 이상 재밌는 얘깃거리 없냐..?"

 

"죄송합니다.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새벽 3시. 근무지의 온도계는 영하 15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두 사람의 안면마스크는 어느새 젖어있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더운 날숨은 콧잔을 따라 위로 올라갔고 이로인해 두 사람의 눈썹이

하얗게 얼어붙고 있었다.

 

우리 근무지인 탄약고는 무기고와 굉장히 가까워서 야간 근무 시 사용하는 야시경으로도 식별 가능할 정도였다.

 

 

 Screenshot_2014-08-18-22-35-52.png

< 우리 위치에서 본 무기고 >

 

바로 앞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고, 우리의 위치보단 굉장히 높았다.

 

 Screenshot_2014-08-18-22-35-44.png

 

이런 식으로 무기고의 위치가 우리보단 높았다.

 

" 저 새끼들 1중대 새끼들은 근무지 존나 가까워서 좋겠다. 야 내가 너같은 짬찌일때 겪었던 얘기 해줄까..?"

 

평소에 본인 얘기를 잘 안하던 A병장이 자신이 이등병일때의 이야기를 하려나보다.

뭐 지가 신나서 근무시간내내 떠들면 시간은 잘가겠네 하는 생각에 굉장히 궁금한척 관심있는척 귀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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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금 잠이 오냐  X만한 딱따구리 같은 새끼 이등병 새끼가 암구호를 까먹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X새끼가 사람죽여놓고 죄송하다고 할래? 이 새끼 전쟁나서 암구호 까먹었다고 하면

  바로 총맞는거 몰라? X병할 놈아 니가 말년에 총맞고 디지면 기분이 어떻겠어 ?"

 

"..........(치직)....... 어..당소 무기고 근무교대 완료하였고 특이사항 없었다는 보고...."

"저 무기고 1중대새끼들은 막사랑 3분거리밖에 안되면서 시간 제때안지키는거 봐라 정신나간놈들

  당나라 군대야 아주 개판이야 그냥.."

 

 

"....어,..어.........당소 무기고라 하고 현시간 탄약고 지붕위에 하얀 물체가 보인다는 보고...."

 

"X신 새끼들 내내 자다 여태 처 일어나서 헛것이 보인다고 무전날리고 지랄이고........"

"..........야 탄약고라고 했냐....??"

 

나랑 같이 근무섰던 말년병장은 평소에 공포영화도 잘 못보고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헛것이 보인다고

자주 경기를 일으키던 놈이었어. 그당시에 나는 너처럼 개짬찌에 복스알 사이즈 외운다고 맨날 몽키로 처맞다가

하필이면 그날 암구호 확인을 못해 털리는 중이었지..근데 무기고에서 당직사령에게 하얀 물체가 보인다는거야

그것도 X발 우리 머리 위에서...

 

"....(치익)... 재송바람..."

"...현 위치 무기고에서 탄약고 지붕에 미확인 물체가 보인다는 보고.."

 

"..무기고 야시경으로 물체 확인 후 보고 바람.."

.....

".. 확인 결과 사람으로 추정된다는 보고..."

 

"......................김xx 상병 장난 치지마라"

"지..진짜입니다. 중대장님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날 당직사령을 맡은 1중대장은 보고를 받고나서 CCTV 보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탄약고 위에 하얀 물체가 있는 것이었다.

 

Screenshot_2014-08-18-22-42-29.png

 < 무기고에서 바라 본 탄약고 >

 

 

결국 그날 5분대기조 비상 경보가 울렸고 10분 뒤에 2중대 5분대기조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그 하얀 물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무기고와 본부의 무전을 듣던 우리는 그 자리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면 비명소리조차 나오질 않는다는 걸 느꼈지.

 

야시경으로 우리를 지켜보던 김상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가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확신을 하였다.

 

탄약 반납을 하기 위해 무기고 근무자와 본부에서 마주쳤을 때

당직사령은 그 둘에게 얼차려를 부여하였고 동시대 근무자인 우리들과 위병소 근무자들에게

입단속을 강요하였다.

 

.

.

.

 

내가 실제로 부대에 있을 때 고참에게 들은 얘기를 각색해봄.

어느 부대나 괴담 하나 씩은 있을 테지만

우리 부대 탄약고에서 적어도 내가 군복무 하는 동안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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