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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3.03.27 06:32

[사촌 언니 3]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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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LjMC4



중학교 2학년 초가을.

저는 공부나 클럽활동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컬트에 빠지고 있었어요.

 

그 계기가 된 것이 근처에 살고 있었던 사촌 언니였죠.

이 언니랑 같이 있다가 몇 번 기묘한 체험을 했어요.

이것은 그 중의 하나에요.

 

여름방학이 끝이 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려는 때였어요.

저는 사촌 언니를 따라서,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느티나무 숲에 와 있었죠.

 

언니는 미인이었지만, 과묵하고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대하기가 조금 어려웠고, 솔직히 둘만 있는 게 좀 어색했지만

사촌 언니가 사 온 오토바이에 저를 태워준다고 말하길래

유혹에 빠져들게 되었죠.

 

느티나무 숲은 주변에서도 유명한 심령 스팟이었는데

사람들 말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제재소에서

밤마다 손목을 찾는 남자가 나온다고 했어요.

또 다른 이야기는, 숲 속에 있는 늪에는 수많은 시체가 

가라앉아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렇지 않아도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지고

낮이라도 어둑어둑한 곳이라서 어쩐지 기분 나쁘더라고요.

사촌 언니가 저를 부른 것도 오컬트 요소가 충분한 이 스팟을

탐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겠죠.

 

숲의 내부로 들어가면 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졌고 

마침내 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길이 나오길래

저는 엄청나게 불안해졌어요. 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촌 언니가 주저 없이 앞으로 걸어가길래

어쩔 수 없이 계속 따라갔어요.

 

그러다가 약간 큰 나무 밑에 왔을 때

사촌 언니가 기쁜 것 처럼 뭔가를 가리켰어요. 

올려다보니까, 그 나무에 나무판자가 박혀 있었어요.

음, 단순한 나무판자는 아니더라고요. 못이 많이 박혀있었어요.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까, 나무판자에 인형 같은 것을 못으로 박아뒀더라고요.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못을요. 

 

저는 인형을 올려다보면서, 기이한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짚 인형은 아니고 나무로 된 인형이었는데, 몸을 비꼬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사람의 관절 같은 것까지 자세하게 표현해뒀길래, 저는 굉장히 꺼림칙했어요.

저는 사촌 언니를 끌어당기면서, 원래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사촌 언니는 뜻밖에 순순히 저를 따라오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무서운 소리를 하는 거에요!

 

[밤에 한번 와볼래? 새벽 2시의 저주꾼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못을 보니까, 아직 새것이고.]

 

(새벽 2시의 저주꾼: 신사 또는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숲 속에서, 새벽 2시에 사람 모양의 인형을 나무에 못으로 박고 저주를 하는 사람. 인형을 못 박고 저주를 할 때, 다른 사람에게 그 모습을 보이면 절대로 안 되며, 다른 사람이 그 모습을 목격했을 때는 저주의 효과는 사라진다고 한다.) 

 

저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사촌 언니는 저의 말을 무시했어요.

결국, 그날 밤에 집을 빠져나왔죠.

 

한밤중의 숲 속은 정말 조용하고

낮이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방울벌레나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저와 사촌 언니가 잡초를 밟는 소리.

유기적인 냄새.

 

그래도 사촌 언니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어가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이 참 어이없었지만, 마음이 든든한 것도 사실이었죠.

낮에 인형을 찾아낸 나무까지 겨우 도착해서, 몸을 숨기기로 했어요.

사촌 언니가 시간을 확인하고, 손전등을 껐어요.

 

[머지않아 2시야. 아이 좋아~]

 

사촌 언니가 속삭였어요. 

저는 속으로 언니 욕을 막 했지만

솔직히 저도 두근거렸어요.

확실히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움직임이 없어진 숲의 정적은

저의 귀를 찌르는 것 같았어요.

여기에 도착할 때까지 땀을 좀 흘렸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으스스 추워지더라고요. 

그리고 맨 처음에 느꼈던 그 기분좋음은

서서히 긴장감으로 바뀌었어요.

 

저는 어둠 속에 붕 떠있는 인형을 떠올렸고

낮에 느꼈던 그 위화감이 뭐였던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죠.

 

[나무.... 인형.... 줄기...]

 

그때 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사촌 언니가 저를 돌아보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렸죠.

왜 짐작 못 했을까요? 

 

그 인형을 저와 사촌 언니가 올려다보고 있었죠.

물론 사촌 언니는 여자고, 저는 그 당시에 아직 중학생이었고요.

그런데 그 인형이 박혀있는 위치가 2미터보다 훨씬 높은 곳에 

박혀 있었던 거에요!

 

어른이라도 그렇게 높은 곳에

못을 박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거에요. 

대략 2미터 50은 됐을 거에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런 곳에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을 박을 수 있었던 걸까요?

 

제가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멀리서 잡초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와 동시에 벌레의 울음소리도 그쳤고요.

희미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저와 언니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어요.

 

사촌 언니가 옆에서 숨을 들이켜더군요.

저는 손과 발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어요.

 

[발소리가 다가온다... 질질 끄는 것 같은 마찰음과 숲의 정적.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도, 어렴풋이 보이기는 할 거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단지 발소리만 들릴 뿐이었죠. 그리고 어느 순간

발소리가 멈췄어요. 그리고 더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죠.

 

[아, 위험하다!]

 

사촌 언니가 작게 신음했어요.

 

[시발, 도망치는 거야~ 튀어!]

 

그렇게 말하며 저의 팔을 움켜쥐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필사적으로 달렸어요. 넘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요.

어쨌든 무언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쫓아 오는 것을 상상하며 전력으로 뛰었어요.

 

오토바이를 숨겨둔 장소에 겨우 도착하자

사촌 언니는 급하게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더라고요.

저는 곧바로 뒤에 올라탔죠. 그러는 와중에도

저는 숲에서 눈을 떼어 놓지 않았어요.

 

시동이 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서서히 안도감이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봤을 때

숲 입구에서 무언가가 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잘 알 수는 없었어요.

 

나중에, 사촌 언니에게 그날 밤에 제가 본 것을 물어봤어요.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만약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해도,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다고.]

 

[왜 저렇게 높은 장소에 인형을 박은 거에요?]

 

[자신이 바라는 감정을, 좀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야.]

 

[그럼 죽어서도 저기에 나타나는 거에요? 계속 인형에 못을 박으려고요?]

 

[굳이 그것보다는, 그 인형 자체가 귀신이 되어서 자신을 스스로 못 박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 인형, 정말 섬세했지? 마치 살아있던 사람처럼 말이야..]

 

그리고 사촌 언니는 히죽 웃더라고요. 

 

[즉, 그 인형을 너의 집에 놔두면, 매일 저녁마다 너를 찾아오는 거야. 인형과 함께 너를 못 박기 위해서!!] 

 

그 소리를 듣고서, 저는 한동안은 

집 청소를 매일 하게 되었답니다.

참 나쁜 언니죠?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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