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5 09:46
[추억] 고된 노동 후 순대국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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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진짜 운이 드럽게 없는 해
얄짤없이 주간 노동시간이 60시간이 될 때가 있다.
남들은 고소득이니 젊을 때 땡기라느니
그만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축복이라느니...
인정.
나름 고소득이고
노후보장은 셀프라 땡길 수 있을 때 땡겨야 하고
불러줘야 일하는 업계라 안 불러주는 게 불행이니
다 맞는 말인데
어느 순간,
적어도 한 주에 하루 만큼은
퇴근하는 길에 알아서 표정이 풀리며
내가 뭔 만화의 주인공인냥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하면서 걸음이 안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땐 ㅂㅇ왕순대.
직장 근처 그 집에 들어가면
이모님 태그팀은 주문도 안 받는다.
이게 단골이 좋다는 거겠지.
이모님 한 분이 반찬을 세팅해주시고
내가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뚝배기에서 꺼내 세팅하면
알아서 막걸리 전용잔(금색 스뎅)과 ㅅㅇ막걸리 세팅.
가본 적도 없는 오 일 장에서
가져온 거 다 팔고 흥정에 껴서 낙전 얻은 보부상마냥
축 처진 몸에 입꼬리만 간신히 올려 한 잔 따른다.
진 떨어진 빈 속에 막걸리 한 사발은 흡수율 100000000000000배,
안주는 오 일 장 답게 깍두기.
그렇게 꼴깍꼴깍 오족오족 한 타임 하면
이모님 2께서 타이밍 좋게
오소리와 순대가 적절히 담긴 보글보글 순대국을
적절히 세팅.
무친 부추를 왕창 넣고
들깨 가루는 2 식당 수저(탑 쌓아서)
후추는 두 번, 스트레스 제대로 받았으면 다섯 번 .
밥을 말면 진짜 오일 장 분위기 나겠지만
왠지 덩어리가 안주삘 나려면 밥은 한 막걸리 후에.
순대 하나 건져
건건한 국물을 새우젓에 약간 주는 대신 새우젓국물을 발라 와서
입에 넣고 씹으면 터져 나오는 고소짭짤한 국물과 오들보들한 당면, 무엇보다 진한 돼지 피의 풍미!!
약간 씹을 게 남았을 때 막걸리를 한입 가득 물면
내가 순대를 씹는 건지 막걸리를 씹는 건지?
장자는 꿈을 꾸고 나는 꿈을 먹는구나,
돈접몽이 이거렸다.
그 다음 순은 당연히 오소리.
그것도 허연 지방 적절히 붙은 거.
이건 입에서 사라질 때까지 씹으야 헌다.
지방의 꼬소꼬소한 맛이 입앗을 덮어버리거든.
손은 이미 막걸리 멱살을 쥐고 있지만
입에 가득한 돼지기름의 풍미가 아깝고도 아깝고나.
하지만 다음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한 모금 꿀꺽.
알콜이 잔 맛을 지우고
쌀 성분이 입을 달게 하는 착각 속에
잘 익은 새콤달콤 김치를 죽 찢어
진짜 쌀, 김이 모락 모락 흰 밥 위에 얹어
흰 밥 김치쌈! 누가 김치는 줄기라 했는가? 잎이지!
밥은 달고 따뜻하고 김치는 맵고 시원하구나.
절대 실패하지 않는 양념의 비결이 단맛과 짠맛의 일대 일이라 했던가?
돼지향에 지쳐갈때쯤 만난 식물들의 은혜에
내 위는 공간확장을 위해 간에 기별을 보낸다.
아, 좀 올라가 보라고.
그렇게 한 입 한 입
결국 남은 건 밥 반 공기와 녹진한 국물,
그리고 막걸리 가득히 한 잔.
밥을 말아
한 번에 씹으면서 들이킨다.
먹짱이란 만화에서 이걸 고래포식이라 불렀지!
배는 찢어지게 생겼고
국물의 진함은 혀를 정ㅋ벅ㅋ했으니
이 맛을 진짜 오래 느끼고 싶지만!
적절한 막걸리 풀샷이야말로 절제ㅋㅋㅋㅋ의 미덕임을 아니, 지행합일이야말로 맛의 신을 접신하는 최고의 방법.
축하합니다. 20주입니다...라는 말 들어도 할 말 없는 배를 안고 카드를 긋고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꾸벅 졸다 보면
어느새 집,
언덕 올라가는 길에 쎄멘 냄새 나는 트림을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시원히 뿌리면
그렇게, 또 다가오는 70시간을 이겨낼 힘을 얻고 남은 길을 걷는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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