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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료중 환자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것은 확인하고 ‘스태틴’이라고 불리우는 약을 처방해 준 환자이다.

“선생님 제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하셨잖아요?”

“예, 그래서 제가 약을 처방해 드렸죠.”

“그런데 ‘누가’ 그러는데 그 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약 안먹으려구요.”

속으로 생각한다.

“그놈이 또 일을 저질렀군!”

그놈이 찾아갔다. ‘누가’라고 불리우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지존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의사보다 신봉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 ‘누가’의 가장 큰 능력은 ‘타임머신’의 능력이다. 누가의 말 한마디면 지금까지의 의사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다시 환자는 과거로 돌아간다. 아무리 성실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했더라도 소용이 없다. 환자는 잠시 의사의 말에 현혹되었던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누가’의 품으로 돌아가 안긴다. ‘누가’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옆집 아줌마일 수도 있고 슈퍼마켓 주인일 수도 있으며 먼 친척일수도 친한 동호회 회원일 수도 있다. 그 ‘누가’는 IT시대에 접어들면서 카톡방을 장악하며 그 지경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이제는 그 형체와 출처마저 불분명해지면서 ‘누가’의 힘은 점점 더 강력해져 가고 있다.

그 ‘누가’가 가장 잘하는 말은 “무엇이 몸에 좋다.”라는 말이다. 당뇨병만 해도 ‘누가’의 아이템은 250가지가 넘는다. 그 아이템들은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다. ‘누가’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사랑을 받다가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나 인기가 떨어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누가’는 또 다른 신비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20년 전에는 쇠뜨기 풀과 달개비풀이었고, 지금은 OOO치료기일수도, OO수일수도 OO초 일수도 있다. 당뇨병을 전공하는 의사의 눈으로 보면 효과도 기대할 수 없고 의학적인 근거도 없는 것들이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은 의료의 지존인 ‘누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인 것을...

‘누가’가 어떤 가르침을 내리든지 특별한 해를 입히지 않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 특별한 해가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누가’의 가르침대로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의 가르침 때문에 많은 경제적 그리고 신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의 특수한 존재방식을 인해 그 피해를 보상받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는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일까?

‘누가’는 우리의 경제적인 자원을 소진시킨다. 그리고 주요한 목표물은 신체가 노화되면서 간강에 관심이 많아지는 어르신들이다. ‘누가’가 권하는 아이템 중에는 아주 저렴한 것도 있고 또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누가교’에 심취해 들어가게 되면 아이템의 비용은 몇십만원대로 그리고 출처를 알수 없는 치료기 종류는 수백만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나를 찾아 온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시작된다. “우리 어머님 좀 말려주세요! 어머님 댁에 가서 벽장을 열어보면... ”며느리의 하소연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이 나라 의료계를 평정하고 있는 존재는 바로 ‘누가’라고.

거기에 그치지는 않는다. ‘누가’의 추천 아이템이 식품인 경우 실제로 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누가’의 가르침을 따르다가 병원에 독성 간염, 부정맥, 급성 신부전 등의 문제로 입원하는 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노출되지 않는 이유는 ‘누가교’신자들은 ‘누가’의 가르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치료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와는 아주 다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누가’의 아이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는 신기할 정도로 너그럽다. 그래서 ‘누가’의 과실은 작은 입소문하나 타지 않고 조용히 수습되며 ‘누가’가 추천하는 아이템은 항상 몸에 해롭지 않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누가’의 가르침 중에 가장 중요한 교리 중의 하나는 의사가 처방하는 약은 부작용이 많아 독약을 방불케 하며 한번 먹으면 중독되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들이 약을 먹어야 하는데도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기현상이 ‘누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만연하고 있다. 이 ‘누가’의 이 말에는 큰 오류가 있는데 그것은 인과관계가 잘 못 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장원에서 이루어지는 다음의 대화를 읽어보고 그 대화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흰머리가 많이 나셨네요. 염색하시는 것이 좋겠는데요.”

“‘누가’ 그러는데 한 번 염색하면 평생해야 한다고 합디다. 해조류먹고 참기름에 밤송이 가루 개서 발라보면서 기다려 볼께요.”

이 대화의 오류가 무엇인가? 평생 염색을 하는 것의 원인이 염색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흰머리가 많이 난 후 평생 염색을 하게 되는 이유는 염색약을 한 번 사용한 뒤에 염색약에 중독이 되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 순리상 두피의 멜라닌 세포는 한 번 노화되면 다시 젊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당뇨병약, 혈압약, 콜레스테롤약은 다 머리 염색약처럼 그 약을 먹고 있는 동안만 높아진 수치를 낮추어 주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 병을 영구적으로 고착시키는 작용은 전혀 없다.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평생 그 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약에 중독되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몸은 한 번 노화되면 다시 젊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흰머리를 염색하는 경우와 조금 다른 것은 이런 성인병은 약을 먹다가도 열심히 운동하면서 체중조절을 잘하면 약을 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은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물론 성인이 지금까지 살아오던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누가’의 가르침에 따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상승하게 된다. 물론 성실하게 약을 복용하던 사람들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인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상인보다는 위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약 대신 누가의 아이템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 비해 두배에서 열배 까지 상승한다. 심근경색과 뇌출혈과 같은 무서운 혈관질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달 전 수축기 혈압이 170을 넘는 당뇨병을 가진 30대 남자가 진료실로 찾아왔다. 내가 가진 모든 표현력을 동원해서 그가 혈압약을 먹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단호하게 혈압약을 먹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당뇨병 약만 처방받아 진료실을 나갔다. 생각했다. 이전에 그에게도 누군가가 ‘누가’의 분신이 되어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젊으니 혈압약을 먹으면 절대 안된다는 ‘누가’의 가르침을 전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뇌출혈로 쓰러진다면, 그리고 사망하게 된다면 ‘누가’에게는 어떤 죄명을 붙여야 할까? 최소한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정도는 되지 않을까? ‘누가’가 다스리는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많은 ‘누가교’ 신자들이 ‘누가’의 가르침을 따르다가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사람은 열명이 모이면 아홉명은 의사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누가교’신자들이다. 그런데 자신이 전하는 ‘누가교’의 교리가 한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장애인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 하지 못한다.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침묵해 주는 것이다. 그래야 ‘사공’이 환자를 배에 태우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최첨단 의학이 준비해 놓은, 환자에게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말이다.

당뇨병환자가 진료실로 들어 온다. 지난 번에 새로 나온 당뇨병약을 처방해 주었던 환자이다. 혈당이 많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환자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해주자 환자가 한마디 한다.

“역시 OO감자가 효과가 좋습디다!”

광주기독병원 내분비내과

김순호과장



http://m.blog.naver.com/kchlib/220311608140

문제가된다면 삭제하겟습니다~~

어느정도 이해되는 글이라 퍼왔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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