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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3.12 03:11

[2ch] 4년전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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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 때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 윗집이 이사를 갔다.



한밤 중에도 그렇고 이래저래 시끄러운 소음을 많이 내던 집이었기에, 솔직히 무척 반가웠었다.

그런데 그 집이 이사를 간 다음날, 동생이 나를 그 집 앞까지 데려가서 [좋은 걸 알려줄게.] 라고 말했다.

[봐, 이 집 문 열려있어.]



정말이었다.

아마 전에 살던 사람이 나가면서 문을 열어놨고, 집주인도 체크하는 걸 깜빡 잊은 모양이었다.

물론 가재도구 같은 것들은 다 가져가서 아무 것도 없었지만, 우리 집이랑 똑같이 생긴 텅 빈 집 안에 있자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우리는 그 집을 비밀 기지로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형제를 제외한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마 3일 뒤였을 것이다.



예상보다 학교가 일찍 끝난 나는, 집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직장에 나가셨고, 남동생은 축구부 활동 때문에 저녁이 되서야 돌아올 예정이었다.

어디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나는, 그 방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전에 동생과 함께 놀았을 때, 트럼프 카드와 장난감을 몇 개 두고 나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 놀며 남동생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집의 문을 연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

뭐야 이거!

그 방에는 제대로 가구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또 이사를 왔나보다 싶어진 나는 놀라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순간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나는 다시 살짝 문을 열었다.

이 집안 배열과 분위기는 무척이나 그리운 것이었다.



방에 들어가 잔뜩 스티커가 붙어 있는 냉장고를 보자 알 수 있었다.

여기는 4년, 5년, 혹은 그보다 더 전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이었다.

왜 4층에 들어왔는데 4년 전의 우리 집이 되어 있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단지 그리움에 젖어 나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 섰다.



아, 이 TV는 버렸는데.

이 책상도 옛날 거네.

이 전화기도...



그리고 내가 전화기에 손을 대려 한 순간,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전화를 받으려고 했지만, 문득 손이 얼어붙었다

4년 전 집에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전화를 받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 공간 자체가 너무나도 무서워졌다.

결국 나는 계속 울리는 전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몇시간 뒤 돌아온 동생과 함께 다시 방에 들어가 봤지만, 4년 전의 집은 사라졌고 여전히 조금 어슴푸레한 아무 것도 없는 집이었다.

다만 처음 왔을 때 숨겨뒀던 트럼프 카드나 장난감 역시 찾을 수 없었고 사라진 후였다.

지금도 문득 이 체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만약 내가 그 때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시시한 망상인지도 모르지만, 그 너머의 세계는 의외로 항상 미끼를 준비한 채 사람들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 그 방을 다시 찾아가 전화가 온다면 그 전화를 받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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