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2015.03.30 02:36

손석희 - 지각인생

조회 수 278 추천 수 1 댓글 0




dsfe.PNG


나는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남들보다 짧게는 1,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가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쳐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하는 짓인가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 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각인생도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때론 멋진 인생이 될 수 있다.

 

- <손석희, 지각인생> -

손석희1.PNG


----

좋은글이라 한번 보여주고싶어서 가져와봤다.


인생이 고달프고 힘든 개드리퍼들아

쫄지말고힘내라!! 언제나 응원할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개드립 게시판의 업로드를 담당할 담당자를 구합니다. 2 티드립 2016.10.18 8916
공지 이제 개드립을 트위터로 바로 받아볼수있습니다. 1 개드립 2013.06.04 128959
공지 개드립게시판 공지 39 개드립 2012.06.21 144745
31429 WIN-WIN 전략 개드립 2015.03.31 155
31428 아.. 요즘노래는 다 모르겠네.... 개드립 2015.03.31 164
31427 [광고주의] 너 어디서 반마리니? 개드립 2015.03.31 155
31426 헬조선식 대학운영 개드립 2015.03.31 264
31425 사람을 찾습니다 개드립 2015.03.31 167
31424 Uzi. 개드립 2015.03.31 156
31423 퍼가요~♥ 개드립 2015.03.31 186
31422 순종 강아지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개드립 2015.03.31 263
31421 영국맛을 살려야지! 개드립 2015.03.31 226
31420 현기차는 이렇게 타는겁니다 개드립 2015.03.31 197
31419 디씨의 흔한 장난전화 검거.jpg 개드립 2015.03.31 207
3141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 개드립 2015.03.31 167
31417 뜻밖의 능욕.katalk 개드립 2015.03.31 207
31416 오늘자 출발드림팀으로 본 우리 경쟁사회의 축소판.jpg 개드립 2015.03.31 258
31415 침투 무장 공비에게 보낸 삐라.jpg 개드립 2015.03.31 204
31414 2014년 런던 빅토리아 시크릿 페션쇼 개드립 2015.03.31 244
31413 장인들은 장비탓을 하지않는다 개드립 2015.03.31 192
31412 누구 잘못? 1 개드립 2015.03.31 170
31411 분노가 느껴진다.jpg 개드립 2015.03.30 297
31410 헬한국만 그런거 아니다. 개드립 2015.03.30 264
31409 [혐오주의] 죽은 뼈암환자의 두개골 개드립 2015.03.30 348
31408 [SNL] 심즈 개드립 2015.03.30 201
31407 작은 저그를 건드리면 1 개드립 2015.03.30 260
31406 핵폭탄 개드립 2015.03.30 212
31405 고통받는 작가 개드립 2015.03.30 219
31404 빠른학번 극혐.jpg 개드립 2015.03.30 275
» 손석희 - 지각인생 개드립 2015.03.30 278
31402 게임 개발자의 일침.jpeg 개드립 2015.03.30 226
31401 모아이 석상.jpg 개드립 2015.03.30 291
31400 갓택용의 센스 [ 철구 극혐 주의 ] 개드립 2015.03.30 204
31399 붓다: 더 코믹스 개드립 2015.03.30 274
31398 흔하지 않은 조선의 대기업 입사 방법.HELL 개드립 2015.03.30 242
31397 저것은 음란한 꽃이다 개드립 2015.03.30 273
31396 아들의 자살.... 개드립 2015.03.30 244
31395 세계에서 가장 예쁜 소녀 1위 개드립 2015.03.30 1094
31394 패션의 완성은 뭐다? (수도 서울 길거리패션) 개드립 2015.03.30 342
31393 좋아 인생은 한 우물만! 1 개드립 2015.03.30 218
31392 현대판 금도끼 은도끼 개드립 2015.03.30 257
31391 장거리 연애의 고충 개드립 2015.03.30 213
31390 한국 찾는 ' 어벤져스2 ' 군단, 세월호 참사 언급하나? 개드립 2015.03.30 167
31389 저격수다 엄폐해라 2 개드립 2015.03.30 307
31388 병원에서 진찰 받을때. 개드립 2015.03.30 173
31387 서양에서도 일어나는 빈유격차 개드립 2015.03.30 395
31386 세계는_그리고_우리는.jyp 개드립 2015.03.30 197
31385 존슨을 걸고 짤을 얻어낸 남자들 개드립 2015.03.30 306
31384 콘솔 게임기 가격으로 게임용 컴퓨터 만들기 개드립 2015.03.30 223
Board Pagination Prev 1 ... 288 289 290 291 292 293 294 295 296 297 ... 976 Next
/ 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