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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야기.

그렇게 술집을 나온 나는 무작정 그 아이가 사는 동네로 향했다.
얼굴을 보면 무슨 얘기부터 해야할까? 아직도 화가 많이 나 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핸드폰을 꺼내 그동안 수없이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어느새 외어버린 그 아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 뚜.. 뚜..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그날따라 유난히 통화연결음이 짧게만 느껴졌다.

몇 번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점점 그 아이의 집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한없이 멀어져가기만 하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그 아이의 집 앞에 도착한다면 그걸로 끝일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익숙한 골목길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이 골목만 지나면 그 아이 집 앞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야속한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하..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여보세요."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 아이의 목소리였다. 행여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봐 괜시리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말했다.

"어디냐?"

"왜."

평소와는 다른 아무 감정없는 목소리.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이 따끔한 느낌이었다.

"그냥.. 친구는 잘 만났어?"

"어 이제 씻고 잘거야. 끊어."

"잠깐 보자."

"뭐?"

"잠깐 보자고. 너네집 근처야."

그 아이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 알았어 잠깐 기다려."

그 아이 집 앞에서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초조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가 항상 내 담배연기에 얼굴을 찌푸리던 그 아이 얼굴이 생각나 손에 쥔 담배를
그냥 내팽개쳤다.

집에서 나오는 그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내 귀에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와 마주서고 얼굴을 보자 여기까지 오는 내내 되뇌이고 떠올렸던 말들이 하얗게 지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그 아이는 아직도 나에게 화가 나 있는지 냉랭한 표정이었다. 그 차가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내 심장도 입도 머릿속도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왜 불렀어?"

"그냥.. 아까 그렇게 간것도 좀 그렇고 할 말도 있고 해서."

"뭔데?"

니가 좋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니가 좋다. 내 얘기에 웃어주는 환한 웃음도. 아프다고. 맵다고 투덜댔지만
웃을때 마다 날 때리던 그 버릇도. 그 손을 통해 전해지는 네 체온도. 내가 매일 놀리던 그 발까지도.

하지만 입 안에서만 맴돌뿐 밖으로 뱉어내지 못했다. 결국 내 입에선 애꿎은 이야기만 흘러 나왔다.

"그냥 아깐 좀 심한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 그게 다야?"

"응?"

"할말 있다며 그게 다냐구?"

".. 왜 거짓말 했어?"

"뭐?"

"친구 만나러 간다며. 왜 거짓말 한거야? 집에 하루 종일 있었다며. 씻었다더니 옷도 그대로네."

처음으로 얼음장 같은 그 아이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그러다 또 다시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그런것까지 너한테 얘기해야돼? 너 오늘 진짜 웃긴다. 할말 더 없으면 갈게."

그 아이는 그렇게 쏘아붙이듯 말하고 나서는 몸을 돌려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지금 이대로 놓아버린다면 이 아이를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쫓아가 팔을 붙잡았다. 놀라서 뒤돌아 나를 쳐다본 그 아이의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 전혀 생각도 안했던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 발커."

"..뭐?"

"내 발. 되게 크다고."

".. 무슨뜻이야?"

"... 남자친구 운동화 신고 덜렁덜렁 걷고 싶다며."

한참동안 황당한 표정으로 날 보던 그 아이는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너 지금 고백한거야?"

"뭐.. 음.. 내가? 그랬나? 그냥 내 발 크다고 자랑 한걸수도 있고."

그 아이는 전처럼 날 보며 환하게 웃었다. 얼어붙었던 심장에 다시 피가 도는 기분이었다.

"아하하. 너 진짜 이상한 애야. 진짜 웃겨."

"그래서? 대답은?"

어느새 우리의 얼굴은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졌다. 뻔히 자길 쳐다보는 날 보고 그 아이의 얼굴에도 옅은 홍조가 피어났다.

".. 술냄새 나."

"응?"

"너 술냄새 엄청 난다고."

"근데?"

"술 깨고 전화해. 나 영화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고 그 아이는 집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렇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뻔한 그 아이와의 인연은 이제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신이나서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문득 술집에 두고온 친구가 생각났다.

알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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