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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3.03.24 01:17

착한 아이 (終)

조회 수 649 추천 수 0 댓글 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aMnoA




아들의 퇴원 일. 아들의 손을 끌고 집으로 돌아 간다.


항상 건강하고, 시끄럽고, 혼나고도 싱글벙글, 언제나 활발했던 아들. 그것이 지금은....


[엄마?]


[왜?]


[나, 가는 거야?]


[당연하지. 착한 아이야. 정말 착한 아이. 자랑스러운 아들.]


아들은 울고 있었다.


[엄마....]


눈이 없어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나는 조용히 아들을 껴 안았다.


[눈이 없다면 내 눈을 대신 주고 싶어.]


아들의 눈이 보이게 된다면 나는 기꺼이 두 눈을 내밀 것이다.


아들의 것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싶다. 비록 목숨과 맞바꾸게 될지라도....


그렇게 마음 먹었지만, 계속 아들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40살에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성인이 될 무렵이면, 나는 60세의 할머니가 된다.


확실히 아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텐데,


두 눈이 보이지 않는, 부모 없는 아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련지....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어쨌든 지금은 아들이 안심하도록 지켜줘야겠다.





[딩동~]


누군가 왔다.


모니터에는 택배 직원의 모습이..


[엄마. 물 주세요.]


아들에게 물을 주고, 현관으로 향한다.


[여기에 도장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짐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이웃인 H씨다.


집도 가까운데 왜 택배로 보낸 걸까? 


박스에는 [깨지기 쉬운 물건주의!]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크기에 비해 의외로 무거웠다. 뭐가 들어있는 걸까?


가위로 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남편의 것이 들어 있었다.


남편의 머리통이 들어가 있었다. 눈 부분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 도려낸 것처럼.


목이 잘려나간 부분에는 많은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지독한 냄새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그 자리에서 토하고 말았다.


[버럭!]


뒤에서 소리가 나길래 돌아 봤다. 아들이 가슴을 누르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거야?!]


[나는... 필요없는 아이니까... 엄마에게...]


[어째서...]





남편과 아들이 내 삶 속에서 영원히 사라진 순간, 나의 이성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는다. 칼을 가방에 넣고 H씨의 집으로 향했다.


[딩동, 딩동.]


몇 번을 눌러도 나오지 않는다.


[빨리 나와라! 빨리 나와라!]


큰 소리로 외치고 있는데 다른 이웃이 집에서 나왔다.


[S씨 무슨 일이에요?]


[H씨에게 볼일이 있는데 왜 안 나오는 거야!]


[네? H씨? H씨라면 S씨가 이사 오기 전에 죽었는데..]


[거짓말! 내가 몇번이나 H씨와 만났는데!]


[무슨 소리에요! 정말로 죽었다고요! 잠깐 기다려요.]


그렇게 말한 이웃은 집으로 들어가더니, 몇분 후에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나왔다.


[S씨가 만난 H씨라는 사람이 이 사람이 틀림 없어요?]


사진에 있는 여자를 확인했다.


[피가... 피가...]


[네? H씨는 이제 없는...]


[그럼, 내가 만났던 H씨는 도대체...] 


 


후일담. 어쨌든 그 날 이후로 H씨를 본 적은 없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H씨가 살던 집에서 세 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바닥 수납장에서 남편의 하반신. 벽장 골판지에서 두 여자의 하반신. 두 여자의 머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의 사인은 독극물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소포와 아들에게서 검출 된 독극물이 일치했다. 자살이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으면서 구하려고 하지 않은 걸까....


남편 회사에 있던 소지품에서 일기가 발견됐다. 나와 결혼하기 전부터 계속 써왔던 것 같다.


과거에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던 것 같다.


나와 만난 후,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끊었지만, 끈질기게 따라왔기 때문에 이사를 갔다고.


그 결과, 사게 된 집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





3/11 그 집은 혼자 살기에 너무 넓은 것 같다.

이번에도 자식을 갖고 싶다.

이번에도 딸을 가지고 싶다.

딸과 함께 양복을 사러 가고 싶다!


4/23 그런데, 저번에 이사 한 아파트가 더 좋은 거 같은데, 아이 방도 2개나 있고..


5/16 S가 좋아하는 집! 채소밭이 있는 넓은 정원!

여름에는 어린이용 풀장을 두고, 떠들썩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6/21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서.. S와 K가 웃는 얼굴을 좋아 하니까.


7/30 큰일이다! K가 나와 S의 관계를 알아챘다!

어떡하지.. 누굴 선택할까?


8/18 K가 밉다. 죽도록 밉다. 끈질긴 년, 거머리 같은 년! 죽어라 죽어!


10/03 세번만의 이사 끝에 겨우 도망쳤다.

K도 이제 내가 어디에 있는 지 알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S에게는 직장문제로 여기저기 이사를 했다고 핑계를..


11/23 이번에 산 새 집! 마음에 든다!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집!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 하자!^^

하늘은 열심히 일하고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일만 주시겠지?

나는 착하니까, 이번에 태어날 우리아기도 착할 것 같다.

착한 아이.. 착한 아이..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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