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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3.16 04:08

[2ch] 어느 날 저녁

조회 수 632 추천 수 1 댓글 1





512 이름 : 당신의 뒤에 무명씨가 · · · 투고 일 : 03/08/27 10:42
어느 날 저녁.

모래 사장을 산책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해가 지고 있고, 주위의 풍경은 모두 암적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선명한 색깔이었다. 그런 가운데, 천천히 한 걸음으로 걷는 것은 좋은 기분이었다. 나는 이런 멋진 황혼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516 이름 : 512 투고 일 : 03/08/27 10:47
30분정도 걸으니, 방파제가 나왔다. 바다를 향해 계속 뻗어있는 안벽(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해 화물의 하역 및 승객의 승하선을 행하기 위한 구조물), 

그 끝에 등대가 있었다.

문득 그 조금 앞에 엎어져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흰 옷을 입은 아이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모습이 이상했다.

괴로운지 어깨로 크게 숨을 쉬고 있는 것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갔다.

어떻게든 몸이 좋지 않다면, 도와줘야...

"어이! 무슨일이야!! 몸이 안좋아?"

아이의 어깨 주위를 두드렸다.

그러자 아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순간



518 이름 : 512 투고 일 : 03/08/27 10:50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하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암적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순간 풍경이 군청색도 뛰어넘어 암흑이 되었다.

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이가 어디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평범한 어둠이 아니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무서워서 무심코 몸이 굳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더니, 곧 앞으로 반짝반짝하는 노란 빛이 두개 보이기 시작했다.

먼 빛이 아니다. 어쨌든 지금 눈 앞에서 빛나고 있다.

"후- 후- 후-"

숨소리가 들렸다. 끽-끽-하며 뭔가 끄는 소리도...

그리고...


532 이름 : 512 투고 일 : 03/08/27 11:11
뭔가 젖은 것이 내 얼굴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이 녀석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으면...'라고 생각했다.

무서웠지만 양 손을 앞쪽 노란 빛의 점멸하는 부분에 내밀었다.

"엇?"

나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부두에서 떨어질 뻔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빛도 있고, 소리도 들리는데,

손은 빛을 잡을 수가 없었다. 피가 전부 발 끝으로 쏠리는 싫은 기분이 들었다.

손으로 더듬어 모래사장쪽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바닥에 손을 댔다.


542 이름 : 512 투고 일 : 03/08/27 11:26
"저기, 내 얼굴 볼 수 없어?"

귓가에 명확하게 들렸다. 목소리. 그것은 아이의 목소리였다. 뭔가가 희미하게 빛이 나서 앞쪽에 모래 사장이 보였다.

하지만 시야의 구석에 인간의 얼굴이 있었다. 흰 옷도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 곳을 보는 순간 굉장히 후회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엎드려있던 그 아이는...아니 아이라고 생각한 것은



부분부분 팽창한 익사체였다.



출처 : 구운바나나의 공포게시판(http://bakedbanan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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