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조금 달라 생긴 이야기

샹키 2015.06.10 13:50:46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다르게 생겼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점 위치 하나 정도는 다르지 않던가.

이런 다름 속에서도 '저 생명체는 나와 동족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동질성 또한 품고 있으니 가히자연의 위대함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가끔 '저 사람은 외계인과의혼종인가?', '드디어 인류가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구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이질적인 형태를 거울 속에서 발견하곤 하지만.

또,쥐와의합일을 이룬 놀라운 개체도 있고, 속이 텅텅 빈 계란을 낳은 원숭이도 있으니 자연의 일이란 게 꼭 딱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닌가 보다.

사실 사람들이 외형의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보고 차별하던 우매한 시대는 완전히 종식된 건 아니다.

다행인 건 몇몇 문화권 내에서는 선천적 요인으로 인한 외형의 차이로 차별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천적, 특히 선택적인 외형의 차이는 아직까지도 인정받기 힘든 실정이다.

앞으로의 내용은 바로 그 외모의 다름에서 기인한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다.

1.

금수저는커녕밥 한 술 뜰 일회용 숟가락 하나 있을 리 만무한 [상경한 대학생-basic.ver]인 나는 틈만 나면 최저 시급에도 허리를 굽히는 [가난한알바몬-basic.ver]이 돼야 했다.

특히대학생만 누릴 수 있는 휴학이라는 시스템은 학비까지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데,

사실'학문을 쉬는 만큼 노동을 하는 것이 진정 휴학인가?'하는 자조적인 회의를 품을 수 밖에 없지만,

오늘 저녁 메뉴를 라면으로 할 지 빵으로 할 지 고민하지 않으려면 한 명의 노동자가 됨이 옳았다.

지금은 휴학을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사서 비슷한알바를하고 있다. 사실 정확한 명칭을 3 달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어찌 됐든 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 만큼 꿀 같은알바이기에매일 매일을잉여롭게보내고 있다.

문제의 그 날도 책 정리를 빠르게 마치고 오유에 날아다니는 비둘기들을 보며 누가 이렇게 많은 떡밥을 뿌리고 있나고민하고 있는데,

모니터 너머로 한 처자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뭔가 이렇다 할 특징이나 포인트 없는, 평범한 [시험 기간 대학생 st]이었다.

한 가지 시선이 가는 것은, 뭔가 불안한 듯 안절부절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전공 보스몹을쓰러뜨리려고 잔뜩 카페인을빨아제친우들의 초상이 스쳐 지나갔다.

그 때 그녀가 불안한 눈빛과 거친 호흡과 함께 그걸지켜보는내게 다가와 물었다.

"언니, 혹시 생리대 있어요?"

이 물음 하나에 나는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일하는 곳은 5 층이다.

1 층에서부터 5 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 보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판 모르는 학생들에게 부탁하자니 좀 그렇고 그나마 학교 직원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을 거야.

1층은워낙에공개된곳인데다가왕래도많으니민망했을거야.

2 층부터 4층까진 남자들만 일하고 있으니 당연히물을 수 없었겠지.

그리고 마지막 층인 이 5 층. 그러나 차마 부끄러울 수도 있는 그 질문을 어렵사리 떼었을 텐데...

정말이지 오늘 내 가방 안에 생리대가 있었다면, 설령 사이즈가 안 맞는다거나 하더라도 임시로나마 쓸 생리대가 있었다면 기꺼이 드렸을 텐데!

하지만 내 가방 안에는 깨끗하게, 맑게,자신있게내어드릴것이 없었다.

결국 난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말씀드렸다.

"죄송해요. 제가 남자라서..."

2.

사실 내가 그렇게 여성스럽게 생긴 건 아니다.

어느 구석을 봐도상남자같은데 그저 머리카락이 좀 길다는 이유로 오해를 자주 사곤 한다.

아가씨나 언니 등의 호칭으로 불리는 건예삿일이고,

중화장실에서도흠칫하는 뭇 사람들의 반응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가 성희롱을 한 것도 아니고, 착각도 그 사람들이 한 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런데 가끔씩 나 스스로도 '내가 그렇게 여자처럼 보이나?' 싶을 정도로 내 정체성에강스파이크를날리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경우는 보통 사람을 자주 또는 많이 대하는직업군에속해 있어 사람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이 엮여 있는 때이다.

가난한 학생의 방에서는 물건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날도 없어진 곳간을 채우기 위해 근처대형마트로발을 옮기고 있었다.

가는 길목에 마침 화장품 가게가 생겼는데, 무슨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작은 샘플을 하나씩나눠주고있었다.

마침 추운 겨울이라 손 트지 말라고 핸드 크림을나눠주는구나하고 감사히 받고 가방 안에 넣었다.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목록들을 확인하니 분명 내가 사지 않은 게 있었다.

[여성용청결제]

물론핸드크림샘플은 가방 안에 없었다.

20 몇 년을 살면서 이런 물건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에 나는 침착히컴퓨터를켰다.

부팅의시간동안나는고민을거듭했다.

'청결제니까세정제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