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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8.11 03:59

[2ch] 붉은 밤

조회 수 1120 추천 수 1 댓글 1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oJlW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생활 한지 반년째.

독신 생활에도 익숙해졌지만, 아무리 해도 능숙하게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잘 못한다는 것보다 귀찮아서 안 한다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반적인 집안일이다.

청소부터 시작해서 식사를 준비하거나 세탁을 하는 일.

어쩔 수 없었다. 아직 결혼 전이고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식사는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면 괜찮으니까 어떻게든 되는데 청소나 세탁은 그렇지 않다.

이 두 가지 만큼은 내가 스스로 해야 하니까.

최근에는 편리해진 탓에 청소용 로봇과 빨래방도 있다.

 

그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가득 쌓인 세탁물을 한 바구니 들고 근처 빨래방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기계에 세탁물을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른다.

세탁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남기 때문에 담배를 손에 들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 입에서 연기를 내뿜는다.

잠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눈으로 좇고 있는데, 언제부터 있었는지,

초등학생 정도의 소녀가 서 있었다.

그 아이는 무슨 말을 하면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답답했다. [뭐야 이 아이...]

나도 아이를 쳐다보니까 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상한 아이였다.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두 번째 담배가 짧아질 때쯤, 어두운 곳에서 그 소녀가 나타났다.

그 아이의 어머니일까 낯선 여자도 옆에 있었다.

소녀는 먼발치에서 나를 가리키며 어머니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창백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달려왔다.

[당신!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그녀는 나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질렀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레나 쨩! 레나 쨩이!]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가게 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까 그 여자가 말했다.

[저는 레나와 숨바꼭질하고 있었습니다. 레나는 제 동생인데..]

[숨바꼭질?] [제가 술래고 레이나가 숨는 사람. 그래서 아직 가게에 숨어있어요.]

[하지만 조금 전까지 저도 가게 안에 있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저 혼자밖에.]

[가게에서 아이가 숨을만한 장소. 아마도 좁은 공간에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레나는 숨바꼭질 중이라서 찾기 힘든 장소에 있을 거에요.]

[세탁 가게. 좁은 공간. 아이가 숨어있을 것 같은 장소. 찾기 힘든 위치. 설마. 설마 설마.]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세탁 기계에 세탁물을 넣을 때 뭔가 움직이던 것 같았다.

내 손을 여자가 꽉 잡았다. [당신! 우리 레나를...]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 안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울려 펴졌다.

그렇게 밤은 붉게 물들어갔다. 






괴담돌이 http://blog.naver.com/outlook_e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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