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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12.06.22 11:31

불청객 3

조회 수 1238 추천 수 0 댓글 3

웃긴대학 도모토리作




“………개수작 하지마!” 


“여기 까지입니다. 이제 선생이 얘기할 차례입니다.” 


“당신!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줄 알아!?” 


“선생의 차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내 얘기 시작하지! 너는 그딴 재수 없는 이야기를 내게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사내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도 하나 말씀드리죠. 선생은 저를 집 안에 들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주구장창 입을 놀리던 사내의 턱에 묵직한 무언가가 강타했다. 


별안간‘퍼억!’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의자밑으로 넘어졌다. 


덕구의 주먹이 사내의 턱을 강타하면서 살얼음판같던 정적을 깼다. 


사내가 의자 밑에서 다시 지껄였다. 


“이게 무슨 짓이죠?” 


“이 새끼가……!” 


덕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씩씩대고 있었다. 


바닥에 널 부러진 사내는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며 실성한 듯 히죽거렸다. 


“큭큭!” 


“웃음이 나오지? 이 개새끼야!”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불길한 생각이 수면 위로 피어올랐다. 


덕구는 부리나케 거실로 향했다. 


단순한 미치광이가 나불대는 말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그래도‘혹시나’라는 생각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는 허겁지겁 괘종시계 문을 열어 재꼈다. 


‘혹시라도…… 만약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씨발, 존나 안 열리네!” 


쉽게 열리지 않는 시계 문을 억지로 잡아당기며 투덜댔다. 


여전히 불길한 생각은 그의 머릿속을 떠날 줄 모르고 있었다. 




‘퍽! 챙그랑!’ 그가 있는 힘껏 주먹으로 그것을 내려치자, 


괘종을 덮고 있는 유리가 파편을 튀기며 이리 저리 불규칙적인 모습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덕구는 황급히 시계 문을 뜯어보았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뭐야! 이 개새끼가 나를 가지고 놀아? 이 싸이코 새끼!”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계 안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내는 실성한 듯이 연거푸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하…… 선생?” 


사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덧붙였다. 


“애시당초 장난삼아 시작한 내기 아니었습니까? 왜 그리 심각하십니까? 


크흣…… 제 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고 해놓고서는 지금 선생의 꼴을 보니 우습군요.” 


“개소리 집어치워!” 


“선생은 규칙을 어겼습니다. 이로써 선생은 저와의 내기에서 패하신 겁니다.” 


“이런 개……!” 


덕구는 과자 부스러기처럼 널 부러진 깨진 유리 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드득 이를 갈며 그것을 사내에게 집어던지며 외쳤다. 


“개새끼가!” 소매를 걷어부치고 사내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 줘야 직성이 풀릴 듯한 눈이었다. 




바로 그 때, 불현듯 박스가 놓인 현관에서 왠지 모를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 


어렴풋이 보이는 박스 틈새로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가만히 서서 실눈으로 박스를 유심히 들쳐보던 덕구가 그 상황을 이해하는데까진 꽤 오랜시간이 흘렀다. 


얼굴은 박스 안에서 지그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비명이 나오려 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 속에 파묻힌 공포가 비명마저 삼켜버린 것 이다. 




덕구는 박스안에 담겨있는 그 얼굴과 눈을 마주한 채, 멀뚱히 서있기를 일관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에 놀랐는지 공포에 질린 눈동자였다. 


“이럴수가……”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뜯어 내용물을 살펴 본 그의 시야에 들어 온 건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머리였다. 


목 부위에 날카롭고 뾰족한 도구로 사정없이 뜯겨져 나간 흔적이 선명했다. 


덕구는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허어억! 우웨에에엑!” 




‘마…… 말도 안돼!’


바닥에 토악질을 하며 사내를 흘겨보려던 찰라 


그제 서야 덕구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사내가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렇다할 틈도 없이 묵직한 물건이 정수리에 강하게 닿는 기분이 들었다.


‘퍼억!’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건 사내의 불쾌한 웃음소리였다. 


“약속대로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습니다.” 


‘젠장,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뜨듯한 액체가 머리위에서 흘러내린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 * 


“정신 차리시지요?” 


능글맞은 목소리에 덕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흐릿해져오는 시야 너머로 사내의 얼굴이 들어온다. 


“무…… 무슨 짓이지?” 


“상황 파악이 그렇게 안 되십니까?” 


“이…… 정신 나간 새끼!” 


“제가 말씀 드렸죠. 


이 내기에선 제가 이길 것이고, 내기에서 승리하는 순간 저는 선생에게서 이미 소중한 것을 빼앗고 난 뒤일 거라구요. 어때요? 제가 틀렸습니까?” 


“헛소리 집어치워!” 


“어떻습니까? 선생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선생의 아내를 ‘담보’로 한 내기가…… 즐거우셨습니까?” 


“개새끼” 




온 몸이 결박되어 꼼짝할 수 없었다. 


아마 로프에 의해 단단히 묶인 모양이다. 


사내가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에 불을 붙이며 뒷 주머니에서 꺼낸 건 피가 흥건히 묻은 흉기였다. 


덕구는 있는 힘껏 몸을 비틀었다.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몸서리쳤지만 그럴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몸은 점점 힘없이 나른해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공포소재가 아닌가. 


공포소설에서나 등장 할 법한 일이 그에게 벌어지고 있었다. 


꿈만 같은 상황이다. 


어쩌면 전세는 애시당초 역전되어 있었고, 애초부터 주객은 전도되어 있었다. 


사내가 처음 이 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사내의 말이 맞았다. 


자신을 집 안에 들인 것을 분명히 후회할 것이라고…… 




그래. 처음부터 손해보는 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만약 내기에서 이겼다고 해도 사내가 말한‘원하는 것’은 분명 아내의 머리였을 것이 분명하다. 


부질 없다. 


다 틀렸어. 


이젠 끝이다. 


사내가 덕구의 얼굴로 흉기를 가져다대며 속삭였다. 


“꽤 아플 거야.” 


“끄아악!!” 


덕구의 비명이 속사포처럼 전해진다. 










* * * * * 


얼마나 지났을까. 


망가진 괘종시계가 새벽 1시 반에 정지 해 있었다. 


거실 바닥엔 누군가가 힘없이 쓰러져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주방에서 홀연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드리워진 어둠 사이로 어렴풋이 드러난 얼굴은 다름아닌 ‘덕구’ 의 것이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톱날이 들려 있었다. 


조금 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크게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사내가 그의 얼굴로 흉기를 가져다대는 순간‘약효’가 나타난 것이다. 


덕구는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가엾게 바라보았다. 




“하마터면 당할 뻔 했지 뭐야.” 


시퍼렇게 날이 선 톱 날을 어루만지며 그는 잠시 사색에 잠겼다. 


그러고는 쓰러진 사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줄까?” 


‘놀라운 사실……?’ 분명 사내의 숨이 조금이라도 붙어있다면 그는 어안이 벙벙해져 그렇게 되물었을 것이다. 


덕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네 녀석을 집으로 들였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네 녀석을, 그것도 이 야심한 밤에 말이야.” 


덕구는 쓰러진 사내의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였다. 


“내가 말했지. 난 수상한 자에게 함부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고. 


네 녀석이 처음 초인종을 누를 때 말이지. 


나는 그 때 주방으로 향했지. 


그리고 네 녀석과 함께 마실 술과 네 녀석의 술잔을 준비했어. 내가 왜 그랬을까?” 


덕구는 식탁 위에 놓인 사내의 술잔을 들며 연신 말을 이었다. 


“아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네 녀석 잔에 독을 묻혔다고 한 적이 있었을거야. 


네 녀석은 독이 묻어 있는 이 잔으로 신나게 술을 퍼 마셨고, 그러니까 네 녀석이 머리가 나쁜거야……” 




‘슥삭. 슥삭.’ 덕구는 톱을 좌우로 흔들며 사내의 목을 톱질하기 시작하였다. 


연약한 피부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톱날에 의해 순식간에 초토화되기 시작하였다. 


부드러운 고기처럼 싹둑 싹둑 잘리는 살점들 사이로 봇물처럼 터지는 붉은 선혈이 덕구의 얼굴에 빨갛게 물을 들였다. 




“물론 하마터면 내가 당할 뻔 했었지. 


흉기를 든 네 녀석에게 이기기 위해선 독의‘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 했지. 


뜻 밖에도 네 녀석이 수상한 내기를 제의하더군. 나야 고마웠지.” 



덕구는 사내의 머리를 완전히 잘라내었다. 


잘려나간 사내의 눈동자가 뭔가를 말하려는 듯 보였다. 


덕구는 두꺼운 노끈을 사내의 머리에 연결했다. 그리고선 괘종시계의 문을 열었다. 




“괘종시계 안에 사람이 들어 있을 거라고? 미래를 보는 예지력 하나 만큼은 탁월하군 그래.” 


‘딩, 철퍽!, 딩, 철퍽, 철퍽……!’ 


잠시 후 괘종시계의 종이 대롱대롱 매달린 사내의 머리와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에필로그. 



댕, 댕, 댕, 댕… 


‘젠장, 저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되는 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덕구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요지부동의 자세로 요란하게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가 어둠이 자욱이 깔린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동창회가 있을 것이라며 기다리지 말고 자라는 아내의 쪽지가 붙어있었다. 


그는 주머니속에서 담배를 꺼낸 뒤 버릇처럼 베란다로 향하였다.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겨있던 그의 눈에 불현듯 무언가가 스치듯 들어왔다. 


‘또각 또각’ 구둣소리를내며 요염하게 걷고 있는 여인이었다. 


조그마한 핸드백에 도트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인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였다. 


그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아내를 부르려던 찰라였다. 


그 순간 그녀의 뒤를 곤색 점퍼에 밝은 베이지색 야구모자를 걸쳐 쓴 한 사내가 바짝 따라붙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내의 오른 손에는 커다란 ‘박스’가 들려 있었다. 덕구는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는 처음으로 ‘살인’이라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눈 앞에 서 아내가 살해 되는 광경을 우두커니 지켜보며 그는 꼼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몸이 얼어붙는다는 느낌을 처음 실감하게되는 순간이었다. 


여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내는 들고 있던 박스에 여인을 담기 시작했다. 


팔…… 다리…… 몸통…… 


차곡차곡. 


그리고 마지막 케이크의 꽃 장식을 올리듯 여인의 머리를 그 위로 담아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딩동…… 딩동! 소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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