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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2.06.19 14:59

그녀.... 그리고 나

조회 수 1545 추천 수 2 댓글 8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집 근처에 한 여자아이가 이사를 왔었다

그 아이는 아빠가 없었고, 엄마는 어린 내가 봐도 아주 젊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그녀는 고민거리가 있다며 내게 말을 꺼냈다



엄마가 자주 때리는 것과, 같은 반 여자아이가 계속해서 괴롭히는 것,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지만 그 아이는 다른 여자애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등


처음엔 그녀의 조용한 성격탓에 주로 내가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이었지만

점차 그녀가 이야기하고, 나는 들어주는 경우가 많아졌었다



그러다 어느날부터인지 그녀는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좋아한다던 그 남자아이 주위의 여학생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다

걱정이되서 찾아간 나에게,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애들이 너무 밉다고했다

그 괴롭힘을 못본척하고 무시하던 반 친구들까지 모두 다 밉다고했다

그리고는 전혀 현실성 없는 복수계획이나, 반친구들의 욕을 끊임없이 해댔다

나는 그녀의 말에 그냥 조용히 맞장구만 쳐주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그녀의 행실은 더욱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밤 늦게까지 놀러다니는 날이 많아졌다

가정환경도 더 악화돼서 깊은 밤중에 엄마와 크게 싸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동네 이웃들이나 학교친구들과도 당연하게 사이가 나빠졌고,

그녀의 집에 낙서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질 나쁜 장난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 한 번은 그녀의 집 편지함 안에 죽은 고양이시체가 들어있었던 적도있었다

어머니도 내게, 그녀와 더이상 가까이지내지말라고 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

그녀는 집에서 전혀 나오지않고 방에만 틀어박혀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말에 따르면 낮에는 절대 밖에 나오지도 않고 밥은 방문앞에 차려놓으면 먹는다고한다

화장실도 깊은 밤중에만 다녀간다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러갔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것도 거부했다

문 너머에서 욕설과함께 꺼지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건내도 대답하지않았다

조금 열려있는 문 틈을 통해 들여다보자 말라비틀어진 걸레처럼 야윈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뒤로도 계속 그녀를 만나러갔다

물론 그녀는 나와 만나는 것을 계속 거부했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것 때문에 부모님과도 마찰이생겼고,

겨우 친해질 수 있었던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그래도 계속해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결국 그녀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어느 날부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던 일,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힌 일,

남자친구가생겨 기뻤는데 피임에 실패했는지 아이가 생겼는데 곧바로 자길 버리고 도망간 일, 

도움을 받고싶어서 엄마에게 상담했다 반광란상태로 맞은 일, 

아이를 낙태한 일, 

죽으려고 했던 일, 

손목을 그었던 일.



예전처럼 그녀가 일방적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나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 의견을 물어올 때는 될 수 있으면 무난한 방향으로 말해주었다

점점 그녀는 마음을 열었고, 집 밖에도 나올 수 있게 되었으며 아르바이트도 구했다

성격도 밝아지기 시작해 그녀의 어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어느 날 그녀는 집 근처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

아래쪽에 풀밭이 있었고 빌딩이 그렇게 높지않아서 목숨은 건졌지만 

척추가 손상되는바람에 평생 휠체어를 타야한다고 했다



침대에 몸져누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엄마와 나에게 폐만끼치고 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뛰어 내렸다고 했다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프로포즈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달라고.



그녀는 온몸의 물기를 다 짜내려는 듯이 울면서 

「진심이야? 나..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하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질문받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어



얼굴을 찌푸리며 반 친구들을 욕했을 때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거칠어져 있었을 때도 ,

일방적으로 계속 투덜거리며 불평하고 있었을 때도,

네가 울면서 엄마가 때린다고 고백했을 때도,

방에 틀어박혀서 마치 딴사람처럼 말라버렸을 때도,






















































초등학교 때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을 그 여학생들에게 알려줬을 때도,

집 편지함에 죽은 고양이를 집어 넣고 있었을 때도,

너의 남자친구를 몰래 따라가 없애 버렸을 때도,

다리의 감각을 잃고 하얀 침대에 삼켜질 것처럼 조그맣게 누워 있는 지금도 쭉. 너를 좋아해.



이걸로 넌 완벽하게 나만의 것이 된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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