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 여름방학 때 외갓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혼자 가는 건 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외할머니 댁은, 마을 읍내에서도 거리가 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다행히 외삼촌께서 마을 읍내에서 사셨기때문에 생활하시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전 외할머니 댁에 가서 외할머니를 뵙고 일도 좀 거들어드리다 저녁이되어 외삼촌댁으로 건너가야했습니다.
외할머니 댁은, 외할머니 혼자사셔서 잠을 잘 공간도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외할머니 댁에서 외삼촌댁까지, 즉 읍내까지는 걸어서 한 한시간정도? 걸리는데
고개를 하나 넘어야하고, 가로등이라던가 불빛도 전혀 없어서 어두컴컴하 논두렁길을 지나가야했습니다.
다행히도 가는 길에 동네 아이들을 만나 놀기도하고, 심심하진 않았습니다.
뭐 읍내까지 같이 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해서 헤어지고 다시 혼자 걷기시작했습니다.
논두렁길을 지나, 마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를 지날 때 였습니다.
뭔가 어깨를 툭- 하고 치는겁니다.
돌아보니 검정색 고무신이 하나 떨어져있었습니다.
멀리서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혼자가는 절 놀리기위해 장난친 것 같아서
‘아씨, 꼬꼬마새끼들 내일 보면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고무신을 살짝 툭 차버리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윽고 외삼촌댁에 도착한 저는, 칠흑처럼 어두운길을 긴장해서 넘어 온 탓인지, 피곤해서 눕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다시 외할머니 댁에 가기위해 어젯밤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논두렁길 쯤 웬 마을사람들이 모두나와 웅성거리고 있는겁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가봤는데, 그 광경을 보자마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논두렁길 앞 큰 나무에 소복을 입은 어떤 여자가 목을 매고 자살한 것입니다.
흰자만 보이는 눈도 가히 충격적이었지만.......
더 충격적인건, 그 여자의 발에 신겨진 고무신이 한짝이었다는거였습니다.........
서둘러 주변을 돌아보니 어젯밤 봤던 그 고무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짜증스럽게 발로 찼던 그 고무신이요.
네, 아마도.... 아.. 제가 지나가던 큰 나무에 매달린 시체에서 떨어진 고무신이겠죠.
어쩌면 저에게 자신이 거기있다고 알리고싶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외할머니 댁 마을에 가게되면 괜시리 위를 쳐다보게됩니다.
혹시 또 누군가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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