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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6.10 03:20

[2ch] 우리집 근처의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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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JgNxX




우리집 근처에 여자 아이가 이사해 온 것은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그녀의 집에는 아빠가 없었다.

엄마는 어린 나의 눈으로 봐도 아주 젊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녀와 나는 다른 반이었지만 금새 사이가 좋아졌다.

그녀는 밝은 성격이 아니라 친구가 적었다.

책만 읽고 있어 친한 친구가 없었던 나와 그녀는 서로 집에 놀러다니며 사이가 좋아졌다.

그러던 중 그녀는 고민거리를 말해주었다.

엄마가 자주 때리는 것.

같은 반 여자아이가 괴롭히는 것.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있지만 그 소년은 다른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처음에는 내가 주로 말하는 편이었지만 요즘에 와서는 보통 그녀가 이야기하고 나는 듣는 쪽이 되어 있었다.

 

어느날부턴가 그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좋아했던 남자 주위의 여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애들이 밉다고 했다.

그 괴롭힘을 못본척 하고 있던 반친구들 모두 다 밉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성이 없는 복수나 반친구들의 욕을 끝없이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단지 조용히 맞장구만 쳐주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그녀의 행실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놀러다니고, 언제부턴가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다.

가정환경도 악화되어서 깊은 밤중에 갑자기 엄마와 크게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주민신고로 경찰이 집에 온적도 있었다.

이웃들이나 학교 친구들과도 사이가 나빠져서 낙서나 쓰레기를 던지는 등의 질 나쁜 장난이 그녀의 집에 행해졌다.

한 번은 편지함에 죽은 고양이 시체가 들어가 있던 적도 있었다.

어머니도 나에게 그녀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녀는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나도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일이 부쩍 줄었다.

갑자기 늙어버린 듯한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낮에는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고

밥은 방문 앞에 놓고 가고

깊은 밤중 화장실에 갈 때만 나온다.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오랫만에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문너머에서 돌아가라고 고함칠 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문이 조금 열려 있길래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문틈새로 살짝 보인 그녀는 창백하게 여위어 있었다.

말라 비틀어져버린 걸레같았다.

나는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갔다.

부모님과 말다툼을 했다.

겨우 친해질 수 있던 친구와도 멀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매일 그녀의 집으로 만나러 갔다.

그러다 그녀와 겨우 문너머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던 일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힌 일

남자 친구가 생겨 기뻐했는데 피임에 실패해서 아이가 생기자마자 도망가버린 일

도움 받고 싶어서 상담한 모친에게 반광란 상태로 맞은 일

아이를 낙태한 일

죽으려고 했던 일

손목을 그어버린 일

예전처럼 그녀가 일방적으로 계속 이야기하고 나는 맞장구를 친다.

내 의견을 물어올 때는 될 수 있으면 무난한 방향으로 말한다.

 

그러다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점점 성격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했다.

어느 날 그녀는 집 근처 빌딩에서 뛰어 내렸다.

아래쪽에 풀밭이 있었고 그렇게 높지가 않아서 목숨은 건졌지만

척추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침대에 누운 그녀는 울면서 사과했다.

엄마와 나에게 폐만 끼치고 있던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뛰어 내렸다고 했다.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드러누운 채로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어려웠다.

위로하면서 그녀에게 프로포즈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온몸의 물기를 다 짜내려는 듯이 울면서

「진심이야? 이런 나라도 좋아? 정말로 좋아?」

하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질문받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어.

얼굴을 찌푸리며 반 친구들을 욕했을 때도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거칠어져 있었을 때도

일방적으로 계속 투덜거리며 불평하고 있었을 때도

네가 울면서 엄마가 때린다고 고백했을 때도 

방에 틀어박혀서 마치 딴사람처럼 말라버렸을 때도

초등학교 때 네가 좋아하는 남자애 이름을 그 여학생들에게 알려줬을 때도

너의 집 편지함에 죽은 고양이를 집어 넣고 있었을 때도

너의 남자친구를 몰래 따라가 없애 버렸을 때도

다리의 감각을 잃고 하얀 침대에 삼켜질 것처럼 조그맣게 누워 있는 지금도

쭈욱 너를 좋아해.

이것으로 너는 완벽하게 「나만의 그녀」다.

우리 이번에 결혼합니다.





http://blog.naver.com/keeper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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