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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6.06 22:41

[창작호러] 의심병

조회 수 948 추천 수 2 댓글 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AdYNg



"아버님 잘 부탁드립니다. 혜민씨 제가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줄 자신 있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생기고 실속없어 보이는 이 녀석이 내 사랑스러운 딸을 데려가겠다고 집에 들이닥쳤다.


가끔씩 얘기하면서 실룩실룩 거리는 저 입꼬리가 아까부터 상당히 거슬린다.


곁눈질로 집을 살펴보며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을 찾는 것 같은 저 행동도 마음에 안 든다.


그냥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그에게 나는 단호하게 얘기를 꺼냈다.


"자네... 무슨 사채 쓰거나 그런 것 있나?"


"네?"


"아빠~!!! 무슨 소리야~!"


"여보~! 초면에 무슨 실례되는 소리를!"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 녀석과 가족들은 토끼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 이 상황으로 모든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내 아내와 딸의 토끼눈과 이 녀석의 토끼눈은 종류가 틀렸다.


이 녀석은 뜬금없는 질문에 놀란 눈빛이 아닌 치부를 들켜서 당황한 눈빛이었다.


"왜?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렀나?"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연실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억지 미소를 지어내며 내게 되 물었다.


"남자가 말이야... 여자 배경에 눈이 멀어서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결혼을 허락을 해 달라고 하면 좋아할 부모가 어디있겠나?"


"아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넌 가만히 있어!"


의심이 아닌 확신을 굳힌 나는 그를 더욱 쏘아붙였다.


"돈이 필요하다면 구걸을 하게! 이런 식으로 사람 마음을 가지고 사기 칠 생각을 말고!"


그는 모든 걸 다 체념한듯 너털웃음을 한번 짓고 자리를 일어난다.


"선길씨... 미안해... 우리 아빠가 의심병이 조금 있어서 그래... 악의가 있어서 그런거는 절대로..."


일어나는 그 녀석의 팔을 내 딸이 붙잡으며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미안한데 너랑 나랑 여기서 끝내자... 이런 아버지한테 교육 받고 자란 너가 제대로 된 인성을 가지고 있겠냐?"


그 녀석은 내 딸의 손을 뿌리치고 일부러 나보고 들으라는 듯 개소리를 늘어놓았다.


"여자 등이나 처먹는 새끼가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당장 우리집에서 나가!"


"정말 불쾌해서 더 이상은 못들어 드리겠네요... 저의 어떤 면을 보고 그딴 추측을... 아니... 확신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다신 뵐일 없을 겁니다. 수고하시죠"


그 녀석은 서둘러 신발을 신고 집 밖으로 나갔다.


딸은 고개를 숙인 채 닭똥같은 눈물만을 흘리며 그를 따라 나서지도 못하고 어깨를 들썩 거리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울고 있는 딸 옆으로 가서 등을 토닥거려주며 위로해주었다.


"혜민아... 지금은 속상할 수도 있지만 저 녀석은 아주 나쁜 녀석이야..."


고개를 숙인 채 울고만 있던 딸이 도끼눈을 뜬 채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지른다.


"뭐? 사채? 빚? 아빠 진짜 미쳤어? 저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아빠가 뭘 안다고 그딴 소리를 짓껄이는 건데!!! 아빠 진짜 미쳤어? 내가 쟤를 어떻게 설득하고 붙잡은건데!!! 아빠가 뭔데 내 인생을 망쳐놔!!!"


"......너 아빠한테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라지만 나는 사기꾼 같은 녀석을 쫓아내주었고 이 모든 것은 딸을 위해서였다.


"아빠는 그럼 이게 하나밖에 없는 딸한테 할 짓이냐고! 쟤 의사야! 아버지가 대학병원 병원장이고!!!!! 아빠가 뭘 안다고 되도 않는 사채니 빚이니 얘기를 하면서 쟤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어!"


"아...아니... 분명히... 저 녀석은 내 느낌상..."


"아빠가 무슨 무당이야? 아 몰라! 쟤랑 헤어지면 나 죽어버릴꺼니깐 알아서 해!!!!!!!!"


더 이상 듣기가 거북했는지 울고 있던 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쿵쿵 발소리를 내며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


"휴... 당신은 정말 구재불능이네요... 언제까지 그 의심병을 못 고치고 그렇게 살 꺼에요..."


이번에는 아내 차례인가보다...


"내가 실수한것 같네... 미안하오..."


"당신 정말 나쁜 뜻 있어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정신병원이라도 가봐야 하는거 아니에요?"


"예전에는 정말... 내 추측이 백이면 백 맞아 떨어졌는데..."


"그건 예전 얘기고요... 휴... 저도 들어갈께요..."


아내도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너를 성폭행 용의자로 체포한다!"


"뭐...뭐야? 이거 안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증거 있어? 이 새끼야?"


"증거?"


"증거도 없이 이래도 되는거야?"


"증거는 조지면 불게 되있어"


- 퍽! 퍽! 퍽!


- 퍽! 퍽!


- 퍽! 


"그...그만! 맞아요 맞아!!! 제가 그랬어요!!! 그만 때리세요! 제발!!!"


"것봐 너 맞잖아~"


과학수사다 어쩐다 떠들어 댔지만 나에게는 그딴 건 필요하지 않았다.


느낌으로 수사하는 내가 과학수사 하는 그들보다 낫다는 것은 실적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선배님! 선배님은 어떻게 그렇게 느낌으로 범인을 잘 찾아내십니까?"


"임마 이게 다 초능력이야 초능력!"


"정말 부럽습니다!"











이제는 그 초능력도 약 빨이 다한것 같았다.


쓸데없는 의심으로 딸 아이의 사랑이나 망쳐놓고...


정말 정신병원을 가봐야 하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딸의 인생을 망쳐 놓은 것 같은 무거운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고 까맣게 밤을 지새웠다.


밤새도록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은 딸이 방에서 나왔다.


나는 쇼파에서 일어났지만 딸에게 다가가지는 못하고 엉거주춤 선 채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혜민아 아빠가 어제 봤던 그 남자친구 만나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께... 미안하게 됐구나... 아빠가 돼서... 딸한테..."


"... 됐어요... 이제와서 아빠가 그런다고 바뀔 거 없어요..."


그녀는 물을 부엌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방에 들어갔다.


뒤이어 아내도 방에서 나왔다.


"한숨도 안 잤어요?"


"당신 같으면 이 상황에 잠이 오겠어... 휴..."


"여보 나랑 같이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을 좀 받아봐요... 고쳐야 하는 거잖아요..."


아내 말이 맞았다.


이런 의심병을 가지고서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요즈음은 불면증 이런 사소한 걸로도 정신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솔직히 정신병원에 출입한다고 흉이 될 것은 없었다.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할게... 오늘 진료 받아볼께..."


아내에게 말대로 나는 상담을 받아보러 정신병원 근처에 다다랐다.


그때 누군가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는데 왠지 진짜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보던 정신병자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완전 반쯤 실성한 사람으로 보겠지...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니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짤린 가장처럼 나는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시간동안 여기 저기 공원 벤치에서 시간을 때우다 집으로 들어갔다.


"잘 다녀왔어요? 병원에서는 뭐라고 해요?"


"응~ 몇번 상담 받고 그러면 싹 나아질 꺼래... 이거는 정신병 축에도 못 낀대~! 금방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요 꾸준히 다녀서 꼭 치료하도록 하자구요..."


나는 그렇게 가족들을 속이고 가끔씩 병원을 가는 척을 하며 밖에서 시간을 죽이다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한달 정도가 흘렀을까...?


"여보 나 다녀왔어~"


"왔어요? 오늘은 병원에서 뭐래요?"


"응~! 이제 완벽하게 치유된것 같다고 안 와도 된다고 하네~"


"다행이네요~~~ 혜민아 아빠 오셨다~~~!"


"다녀오셨어요? 병원에서는 뭐래요?"


"응 아빠 이제 다 나았대~! 걱정하지 말래! 절대로 이제 그런 의심 같은거 할 일 없을꺼야. 미안했다 딸아"


"정말 다행이네!"


이상하게 가족들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가 전과 다르게 친절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다.


"저녁 얼른 먹죠~!"


"아빠 얼른 와요~! 엄마가 아빠 좋아하는 갈비 해 놨어!"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식탁 앞에 앉아 있는데 내가 평소에 환장하던 갈비를 앞에 두고도 왠지 젓가락이 가지를 않았다.


딸과 아내의 눈치를 살펴보니 뭔가 대단히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혜민이랑 당신 이 갈비 먼저 먹어봐..."


아뿔싸!


나는 입 밖으로 내서는 안될 말을 하고 말았다.


방금전까지 병원에서 다 고쳤다고 했는데...


다 고쳤다는 말에 그렇게 좋아하던 아내와 딸이었는데...


그럼 그들에게 나는 미친 소리를 내 뱉고 만 것이다.


이제 하다하다 못해 가족까지 의심하는 나를 보며 아내와 딸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의심을 했어도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 내색을 했으면 안 됐는데 나는 또 다시 아내와 딸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정말로 내일부터는 정신병원에 가서 고쳐봐야 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근데 이상하다...


아내와 딸이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내가 먼저 먹어보라는 갈비에 손을 대지를 못한다.











아무래도 의심병을 고치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출처 : 웃대 몰라ing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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