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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3.06.10 03:52

[2ch] 인형 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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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r7Ee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 날은 예전부터 가려고 마음 먹었던 근처의 신사를 방문했다.

나는 오컬트쪽에 조금 취미가 있어서 이상한 이야기나 미스테리 등을 좋아했다.


그 날도 지인에게서 들은 신사에 갔던 것이었다.

지인의 이야기로는 왠지 그 신사에는 대량의 인형들이 안치되고 있는 듯 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형절」과 비슷한 걸까.

하지만 유명한 신사도 아니고 보도 프로그램에 나온 적도 없다.

그런 장소였다.


근처라고는 해도 차로 1시간 반정도 걸렸다. 도중에 산길로 들어서서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안에서 혼자 목적지로 향했다.


신사에 도착해서 차를 멈추고 계단을 올라갔다.

상당히 긴 계단에서 평소의 운동부족 때문인지 숨을 몰아쉬며 이상하게 고조되는 감정에 휩싸였다.

계단이 길면 길어질수록 즐거움이 늘어날 것 같았다.


계단 끝에서 주변 풍경이 끝나며 드디어 신사가 얼굴을 드러냈다.

훌륭한 기둥문을 빠져 나가고 눈앞에 신사를 맞이한 순간! …이상한 귀울림이 들렸다.

솔직히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에게 영감같은건 아무 연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감각은 진짜 무서운 것이었는데 반대로 의욕이 솟아 올랐다.

무슨 의욕인지는 모르지만….


재빨리 경내를 둘러 봤다.

훌륭한 신사다.

상당히 넓고 구조도 깨끗하다.

하지만 역시 그 곳엔 보통은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인형


신사에서 관리하는 인형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마루밑에까지 들어가 있다.


몇 개인지 「눈」으로 노려보는듯한 찌르는 시선을 느꼈다.

그만큼 압권이었다.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에 잠시 마음이 사로잡힐…겨를은 없었다.


정면의 큰 건물…아마 본전일 것이다.

거기에서 하까마를 입은 사람이 당황한 모습으로 나왔다.


혼자 근처의 건물로 달려 갔다.

무슨 일이었을까!

불경하게도 「럭키」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고 인형이 안치된 쪽에서 하까마 입은 남자가 들어간 건물로 달려갔다.


그러자 본전에서 다시 두 사람이 스르륵 나왔다.

한 명을 붙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 봤다.

「바쁘니까 나중에 와 주세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스르륵 인형속으로 사라져 갔다.


대체 무슨 일이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잠시 멈춰 서있으니 본전으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식 옷차림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모습을 한 신관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나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인형을 맡기러 왔나?」

나는 「아니오, 그냥 참배 하러 왔을 뿐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관 같은 사람은 깨달은 듯이…

「그러면 돌아가세요. 좋지 않은 일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사정이 좋지 않군요. 다음에 다시 오십시오」

하고 조용히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과감하게 물어 봤지만 신관은 「관련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본전으로 돌아갔다.


이사할 때처럼 떠들썩한 가운데, 나만 혼자 엉뚱한 곳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어차피 인형은 도망치지 않는다.

거기서 신관이 말한 대로 다음에 다시 올까 생각하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방금 전의 세 사람 + 두 사람(처음부터 건물안에 있었나?)이 밖으로 나왔다.


관처럼 생긴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다.


기묘한 일행은 본전 뒤로 사라졌고, 나중에 신관도 나오더니 다시 본전 뒤로 사라져 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자연스럽게 본전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나였다.


경고에 대한 공포심보다 호기심이 더 강했다.

여기까지 오면 볼 수 밖에 없다.


본전 옆으로 난 길을 지나간다.

길은 나무가 무성해서 어둑어둑하고 이끼가 자라 있다.


조금 걷다보니 앞이 확트인 광장같은 장소가 나왔다.


신관들은 어쩐지 캠프파이어 나무같은 것을 사방에 만드느라 분주했다.

한가운데에는 방금 전의 상자가 제일 튼튼해 보이는 나무위에 올려져 있다.

신관과 시선이 마주쳤다.


화를 낼까 생각했지만 별로 뭐라고 하지 않고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뭔가 허락을 받은 기분이 되어 나무 그늘에서 광장으로 들어갔다.


뭔가 시작되는 걸까?

기대와 불안에 안절부절하면서 형편을 지켜보고 있으니 시야에 사람이 비춰졌다.


신관도 하까마 입은 남자도 아니다.


평범한 할아버지다.


내 오른쪽으로 20m 정도에 서서 나처럼 신관들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인형 태우기야」

할아버지는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지금부터 인형을 태워 공양하는 거지」

「인형 태우기…인가요」


예상이 들어맞았다.

오늘 온 것이 정답이었다. 재미난 일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이런 시기에?

나는 틀림없이 이런 일은 연말쯤에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다지 특별한 날도 아니다.


「항상 보러 오세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늘 인형 태우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 이런 시기에는 하지도 않고 이렇게 커다란 인형을 태우는 것도 처음이야」

조금 사이를 두고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오늘은 특별해」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특별』이란 건 뭔가요?」


나의 물음에 처음으로 약간 표정이 흐려졌다.

큰 금기를 어긴건가? … 하고 철렁했는데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야기라면 대환영이다.

「사실 그 인형은 원래 본전 곁에 있는 창고에 엄중하게 보관되고 있던 거야」

「그러다 오늘 이른 아침, 3일만에 신관이 창고점검을 했을 때 그 인형이 사라져 버렸지」

「신관과 신사의 사람들이 모두 나가 찾았는데 날이 환하게 밝아진 무렵에 겨우 발견했어」

「어디 있었다고 생각해?」

뭐야? 거드름 피우지 않는게 좋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받아 주었다.

「어디에 있었습니까?」


「밝아질 때까지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했어」

「그도 그럴 것이 인형은 누가 갖다 놨는지 본전 지붕 위에 올려져 있었거든」

「이것에는 신사 사람들도 속으로 놀랐지」

「어쨌든 인형은 마네킹이야. 성인 남성 정도가 마네킹을 높은 본전 위로 가져 가는 일은 쉽지 않아」

「크게 첫번째, 못된 장난치고는 힘이 너무 많이 들고 저런 곳에 할 이유가 없어」

「하여튼 궁리를 해도 풀리질 않아서 마네킹을 내리기로 했지」

「그런데 사다리로 올라가 내리던 도중에 마네킹을 들고 있던 남자가 발이 미끄러져 마네킹과 함께 떨어졌어」

「남자는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어」

「남자는 끊임없이 『인형이 물었어』 『인형에게 물렸어」하고 호소했지」


「이건 위험하다고 당황한 신관이 인형 태우기 준비를 시작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거야」


「상당히 자세하네요」


갑자기 믿기엔 어려운 이야기라 완전히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 심술을 부려 보았다.


「매일 아침 여기를 산책하고 있어. 마네킹을 내릴 때부터 쭉 보고 있었어」


과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불을 붙이기 직전인 듯 했다.


신관이 갑자기 소리 높여 외쳤다.


그에 따라 하까마를 입은 남자들도 일제히 주문? 독경? 같은 것을 외우면서 불을 들고 상자를 에워쌌다.


잘 보면 상자는 철사같은 걸로 빙빙 감겨져 있었다.


첫번째의 하까마 남자가 상자의 네 귀퉁이 방향에 있는 나무에 불을 댔다.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 오다가 이윽고 활활 불이 붙었다.


거기에 계속해서 두번째, 세번째 드디어 상자를 제외한 모든 나무에 불을 붙여서 강렬한 불기둥을 만들었다.


50∼60m일까?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이쪽에까지 열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신관이 한가운데의 나무에 횃불을 던지는 느낌으로 불을 붙였다.


4개의 나무뭉치 안에는 나뭇잎이 들어 있어서 연기가 하얗게 나오고 있었지만 한가운데의 상자 근처에서는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나고 있었다.


「윽…!」

나는 무심결에 코를 감싸 쥐었다.

어느샌가 지금까지 맡아 본 적 없는 동물의 악취가 주위에 깔려 있었다.


신관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져가던…그 다음 순간!


우에에에에∼!! 우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0※▽@◆…

말되 되지 않는 큰 목소리로 외치는 건지, 지금까지 들은 적도 없는 굉장한 비명이 광장의 정적을 찢었다.

그와 동시에 상자가 덜컹덜컹하고 격렬하게 흔들렸다.


한심한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나는 깜짝 놀라 기절할 것 같았다.

달려서 도망갈까하고도 생각했지만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완전히 주눅 들어 버렸다.


상자는 쿵쿵 안쪽에서 두드려지고 불길에 휩싸여 있다.

혹시 사람을 죽이는 건가…하고도 생각했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불은 활활 불타오르고, 상자는 덜컹덜컹 흔들리고, 신관들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비명은 언제부턴가 말로 바뀌어 있었다.


「보내줘∼! 여기서 보내줘∼! 돌려줘∼돌려줘∼…」

말하고 있어…설마 인간…아냐, 그럴 리 없어.

우선 저런 상황에서 인간이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처음엔 『뭔가 다시 돌려달라』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돌려줘∼돌려줘∼! 나를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되돌려줘∼!!」

상자는 여전히 덜컹덜컹 흔들리고 쿵쿵 두드려진다.


「너는 ○○(남자의 이름)이 아니다!!」

신관이 갑자기 고함쳤다.

「너는 인형이다! 인형이야!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와라!!」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신관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니야∼! 나는 ○○이다∼!! 돌려 보내줘∼!!」

상자는 한층 흔들림이 강해지고 뚜껑 모서리가 불타서 떨어졌다…라기 보다 튀어서 날아갔다.

거기로부터 타서 짓물러진 손이 나와서 사납게 날뛰었다.


그러자 갑자기 불이 약해지고 꺼져 버리는게 아닐까? 할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되었다.


신관은 뒤에 놓여져 있던 통을 가져 왔다.

통안에는 물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지만, 곧바로 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건 조금 전부터 동물의 악취에 섞여서 술냄새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관은 술을 그릇으로 퍼서 상자에 뿌리기 시작했다.

이런이런…같은 알콜이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일본술이다. 기화하기 어렵고 발화성도 낮은 일본술을 뿌려봤자 불을 꺼트릴 뿐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불은 놀랍도록 크게 타올랐다.


「우와아아아아!! 히이이이이이익!! 이노오오오옴∼! 아내와 아이를 만나게 해줘∼! 돌려줘∼! 나를 되돌려줘∼!!」


「너는 ○○이 아니다! 인형이다! 너는 너로 되돌아간다!!」

신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손거울을 꺼내 상자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하까마 입은 남자들이 주위의 나무뭉치들을 가운데쪽으로 넘어뜨렸다.


끝으로 신관이 통을 들고 나머지 술을 전부 쏟아부었다.

불길은 지금까지보다 더 맹렬하게 타올라서 거대한 불기둥이 되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그것이 최후였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치는 일도 상자가 흔들리는 일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땀투성이였다.

신관들은 불이 꺼져서 연기만 날 때까지 주문을 외웠다.


눈앞에서 일어난 사건을 부정하고 싶은 나 자신이 있었다.

나는 확실히 어제까지의 나와는 다를 것이다. 일상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단지 그것 뿐인데 보이는 세계는 색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신관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예를 갖추지도 않고 신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부정을 막아야 하니 따라 오십시오」

나는 신관을 쫓아 본전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앞쪽에서 신관과 같이 걸으며 뭔가 말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서로 잘 아는 사이 같다.


본전에서 두 사람은 간단한 액막이 의식을 받았다.


그 후 망연자실이라고 할까, 진이 빠져버린 나에게 신관이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해줘서 조금 산뜻해졌다.


「그 인형은 말이지…오랫동안 사람으로서 살아 왔어」

「그 마네킹을 데려 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딸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고 해」

「딸과 손자는 사고를 당해 죽어 버렸는데 그 마네킹만은 상처가 없었어」


「할머니는 유품이지만 예감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로 가져 왔어」


「사고를 당했을 때도 차에 싣고 있었을 정도니까 정말 소중하게 보관했을 거야. 너무 감정을 줘버리다 보면 점점 인간은 인형이 살아 있다고 착각해버리지」

…이 후의 말은 지금도 머리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인형도 같아」

「아주 아주 소중히 대하면 자신이 인간이라고 착각 해버려」

「왜냐하면 그들도 살아 있으니까…」


깜빡 잊었다 다시 기억난 것처럼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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