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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00:22

그냥걷기11

조회 수 1864 추천 수 0 댓글 0

2009년 8월 10일







7시 쯤 일어나 찜질방에 누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일치 쓰고 배가 고파서 라면 뽀글이를 해 먹었다

찜질방에 베란다 같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 앉아 바다보면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남은 복숭아 2개를 마저 먹었다

복숭아.. 정말 갖고 다니기 무겁긴 했지만 덕분에 배도 채우고 영양도 보충했다

이 복숭아를 얻지 않았더라면 난 더 배가 고팠을텐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하루만 더 쓰면 된다

여유가 생겨서 천천히 써갔다 쓰다가 뒹굴거리기도 하고 잡생각도 하고..

그러다 지도를 펼쳐 지금까지 내가 온 길, 앞으로 내가 갈 길을 살펴봤다

음......11일째인데 아직 통일전망대까지는 1/3도 못 온 것 같았다

한 바퀴는 무슨.. 잘못하면 진짜 울진도 못 갈 것 같은데..



 


출발 2일째 되던 날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내가 이렇게 걸어다니는 게 처음이라서 다리가 못 견디는 거니까 
나중에 체력을 더 키우고 장비도 좀 제대로 챙겨서 다시 해보라고 하셨었다

이번엔 울진까지만 목표로 잡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울진이라니..

내가 그 때 보기에 울진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으로 보였었다

그래서 아저씨의 말씀에 
에이... 아무리 못 간다해도 울진은 너무 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막상 걸어보니 쉬운 게 아니네

난 이거 밖에 안 되는구나.. 거만했었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데 까지 가 보고 싶었다 서울까지는 가보고 싶었다

 


 

 

지도를 보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전국일주 하고 있냐며 물으셨다

찜질방 안에는 손님이 나와 아저씨 두명밖에 없었다

잠 잘 때는 손님이 좀 있었는데 일기를 쓰다가 오전 늦은 시간이 되니 손님이 다 나가고 없었다
아저씨도 가족이랑 찜질방에 놀러왔다가 이제 씻고 나갈참에
아직 덜 씻은 가족을 기다리다가 날 보고는 말을 거신거였다
내 발을 보더니 발목이 많이 부어있다고 하셨다
난 둔해가지고 내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발목이 부은지 안 부은지 분간이 안 갔다
샌들 신고 온 게 잘못이라고 하셨다
제대로 걸으려면 두터운 양말에 등산화는 필수라고..
발바닥이 노란 걸 보더니 이건 수술 해야한다고..
자기 회사 동료가 내 발이랑 똑같았었는데 수술을 했다고 하셨다
발 속에 세균이 들어가서 노랗게 보인다나..
수술하고 2주정도는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하던데..하는말에 겁이 났다
이건 군대에서 이렇게 된건데.......ㅠㅠ



 

 


 

 

찜질방 나가시면서 과자를 주고 가셨다

아껴서 끼니 대용으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한 봉지 먹어봤다가 너무 맛있어서......

일기 쓰면서 다 먹어버렸다

윽...





 



세면가방 내부 ㅇㅇ

씻고 찜질방을 나왔다

비가 분무기로 물 뿌리듯 흩날렸다

바다에 와 본게 손가락에 꼽힐정도라서

원래 바다 근처에는 바다 때문에 평소에도 이렇게 물방울이 흩날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비가 와서 이러는 건지 궁금했다

길 가시던 아주머니한테 물어보니 비가 와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점심을 먹어보자

식당에 들어가서 한번 부탁을 해 봤는데 할 일이 없다고 하셨다

ㅍㅍ : 봐요 손님도 없잖아요

ㅇㅇ : 아 죄송합니다..

아차...잘못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장사가 잘 안되는 것 같았다

이런 곳에 들어가서 내가 이런 부탁 하는 게 너무 실례가 되는 것 같았다

폐 끼치고 싶지는 않았는데.. 
눈치껏 해야지..

 

 

돈을 벌어보기로 했다

생각대로 안 됐다

찜질방에서 만난 아저씨가 면사무소에 가면 할 일을 알아봐줄거라며 한번 가보라고 하셨었다

하지만 면사무소에서 일 소개시켜주는 건 곤란하니 그런 건 본인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면사무소를 나와 근처 용접소 같은 곳에 보조로 할 일이 있을까 해서 가보고,,

공사장이랑 고물상도 가봤지만 일이 없었다

 



아 그냥 가자

내가 돈이 뭐가 필요하다고..

괜히 찜질방에서 편히 잘려고 하니까 그런거 아닌가..

이럴려고 한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밥만 해결하면서 잠은 노숙을 하든지 얻어자든지 능력껏 하자

길도 막 무조건 40km 이틀 만에 저 멀리 어디까지, 이런 거 없다

그냥 천천히 여유롭게.. 물 흐르듯이 자유롭게 가면 된다

성급할 필요가 없다 빨리 간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여유롭게.. 천천히..

일단 오늘은 가는 데 까지 걸어가보고

저녁될 때 쯤 주위에 있는 마을에 들러 재워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다시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서 배가 고파왔다

주유소에서 물을 받아 뽀글이를 만들고 먹을 자리를 찾아다녔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냥 맨밥만 한 주걱만이라도 얻는 건 괜찮을 지도 모른다

그럼 훨씬 배도 부르고 힘도 나겠지

지금까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라면을 든 채로 조금 더 걸어가니 휴게소가 나왔다

용기내서 들어갔다

오예

ㅍㅍ : 한 주걱은 무슨.. 한 공기도 줄 수 있지

라고 하시며 비닐에 밥을 싸주셨다

 





헤헤..성공..밥을 얻었다

도로변 좀 안전한 곳에 앉아 라면과 밥을 먹었다

숟가락이 없어서 밥은 그냥 주먹밥처럼 베어 먹었다

라면만 먹다가 밥을 추가해서 먹으니 훨씬 포만감도 들고 힘도 더 나는 것 같았다

먹다가 국물 흘려서 바지랑 발에 묻힌 것만 빼면 정말 좋은 식사시간이었다





하얀 꽃
눈으로 만든것 같음



테두리를 금색으로 바느질 해놓은 듯






누군가 걸어다닌 흔적이 있었음
나같은 사람인가?
내 발자국은 아님



배에 음식을 좀 넣어주니까 걸을 맛이 났다

발걸음도 가벼워진 것 같고 기분이 좋았다

노래도 실컷 불렀다

걸어다니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난 노래 못 부른다

노래방은 중학교 때 몇번 가보고 고등학교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2~3 번 가봤나

노래방 가서 내가 노래를 부른 건 한번 뿐이다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소심해서 노래방은 못 가겠고

혼자 밤에 차 많이 다니고 사람없는 길에 가서 걸어다니며 가끔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이번에 걸어다니면서 노래를 실컷불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노래 불러본 시간보다 이번에 걸으면서 노래 불러본 시간이 훨씬 더 많을 듯
이렇게 노래를 많이 불러주면 나중엔 노래실력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는데
개떡


아~~~~~~~~~~~~~~~~~~~
마음껏 노래를 불렀다

누가 들으면 너무 민망하겠지만 주위에는 내 노래 들을 사람이 없었다

자유로웠다 기분이 좋았다 내 세상이었다



아 이때처럼 다시 노래나 실컷 불러봤으면




다만 배가 고플 땐 노래부르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다

배고프면

밥 생각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입 열고 소리 내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바람에 쓰러졌나
벼들이 쓰러져있음



 

 

갑자기 반대편 차도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었다

멀리서 내게 고개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반가웠다

와!! 수고하세요!! 손을 흔들며 나도 소리쳤다

또 고개 숙이며 받아주고는 내가 가려는 길과 같은 방향으로 쌩쌩 달려갔다

부러웠다...정말 빨라보였음...

아 처음으로 도로가에서 마주친 여행객이었다

차도가 달라서 멀리 떨어져 인사만 한 채 스쳐지나갔지만

정말 반가웠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계속 걷고 있는데 땅에 태극기가 떨어져 있었다

음......

그래도 나도 우리나라 사람인데 땅에 버려져있는 국기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주웠다






저기 꽂혀 있다가 떨어진건가 보다
너무 높아서 다시 꽂으려고 해도 꽂을 수 있는 높이가 아니였다

그래서 그냥 가지고 가기로 했다

가지고 가다가 울진 지나가면서 울진군청에 갖다줄 생각이었다

울진군에 떨어져 있던 거니까 울진군꺼겠지..

 






 

걷다가 길에 나온 슈퍼에서 라면을 3개 샀다

3개 2천원

가격 우선

슈퍼 앞에 아저씨 두 분이 계셔서

혹시 이 근처에 마을이 있냐고 여쭈어봤다

그러다 잠깐 얘기를 하게 됐고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하나 나오는데

거기 마을이장님이나 면사무소에 가서 말하면 흔쾌히! 재워줄거라고 하셨다

 

 


7시가 다 되서 그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이장님댁을 찾으려고 여기 저기 묻고 다녔다

슈퍼에서 마을 주민분들과 술을 드시고 계셨다

내 사정을 말하니 정말 흔쾌히! 재워준다고 하셨다

내가 혼자 마을회관을 쓰는 건 좀 곤란하니까 이장님 집에서 재워준다고 하셨다

술자리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밖에서 바람이나 쐬면서 기다리면 되니까 천천히 드시고 나오시라고 이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리곤 이장님 댁 근처 도로변에 앉아 신난 상태로 기다렸다

아싸..잘 수 있다..

히히 친절하다 어째 마을 이름이 둘 째날 잤었던 마을 이름이랑 비슷하네

일이 이렇게 잘풀릴 줄이야


30분쯤 지났나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다

이장님 부인이셨다

혹시 이장님이 재워주기로 했냐며 물으시더니

미안하지만 재워주는 게 안된다고 하셨다

이장님께서 그냥 술김에 한 소리라고

지금 외지 나갔던 아들도 집에 와 있는 상태라 방도 없다고 하셨다

왠지 날 재우는 걸 불편해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부담스럽게 하거나 피해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별 수 있나 짐을 챙겨서 다시 길을 떠났다

 


면사무소에 가봤지만 면사무소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면서 교회에 가보가로 했다

교회는 가고 싶지 않았다

무전여행을 하다가 절이나 교회에 가면 잠을 잘 재워줄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종교가 없다

평소에는 다니지도 않던 곳에 내가 필요할 때만 찾아가는 게 스스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출발 첫날

내 예상과는 달리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잘곳없이 헤매다가 교회 한번 가 봤을 때

목사님이 내게 교회 다니냐고 물으신 적이 있는데

난 그 때 교회를 안다닌다고 대답하는 게 부끄러웠다

믿지도 않는 종교에 가서 도움을 청하는 건 너무 뻔뻔한 일인 것 같았다

그리고 교회와 절은 원래 사람을 잘 도와주는 곳이니까

내가 잠자리를 구함에 있어 너무 쉽고 편한 방법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잠을 자기 위해 절이나 교회는 가지 않기로 했었다

 

아무래도 노숙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근처 초등학교를 찾았다

잠잘 자리를 봐두고는 초등학교 밖으로 나가서

주유소에서 라면 물을 받고 어떤 치킨집에서 밥을 조금 얻었다

자리를 봐둔 초등학교 건물 뒤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 먹고 이제 잘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비도 피할 수 있고 어느정도 구석이라 바람도 막아주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추웠다

그리고 바닥이 더럽고 살아있는 벌레, 죽어있는 벌레, 모기, 지네같은 것도 있었다

덮을 건 이 전에 얻은 얇은 담요라도 있지만.. 바닥에 깔만한 게 없었다

아...어쩔 수 없다 그냥 자야지 어짜피 더럽게 다니는데..

챙겨온 모기약을 팔 다리에 뿌리고 슬슬 잘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불빛이 나타났다

누군가 손전등을 들고 걸어왔다

초등학교 숙직 아저씨였다

아...망했다 걸렸다

학교는 밤에 이렇게 순찰을 하는거구나...몰랐었다

아저씨한테 사정을 말해봤지만 단호히 안 된다고 거절하셨다

교장선생님이 엄하게 명령하셨다면서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초등학교를 나왔다

이제 어디 가지....

119에 들어가봤다

휴게실 쇼파에서라도 좀 재워달라고 부탁을 해봤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될 듯했는데..... 관공서라서 못 재워준다고 하셨다

어디 잘 곳이 없을까 같이 고민 해주셨다

관공서는 다 안될테고.....

복지회관은 될 거라며 젊은 소방관 한 분이 나와 같이 가주었다

복지회관은 어떤 건물의 2층에 있었는데 1층에 있는 정문이 닫혀 있었다

관리를 면사무소에서 할거라며 다시 면사무소에 가봤다 
면사무소에서는 복지회관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젊은 소방관이 아무래도 교회에 가보는 게 제일 낫겠다고 했다
교회는 안되는데..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 아저씨를 내가 괜히 밖에 나오게 만들어 피해만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잠은 내가 알아서 어떻게 노숙을 하든 어떻게든 잘테니 이제 소방서에 돌아가보라고 했다
젊은 소방관은 끝까지 내가 잘 곳이 어디없을지 고민 해주었다

ㅍㅍ : 아 한 군데 있다! 어짜피 노숙할 거면 거기서 자면 되겠다

버스정류장인데 밤에는 운영은 안하지만 문은 열어둔다고 했다

몇번 출동해봤었는데 밤에는 항상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정류장 안에 의자도 있고.. 동네가 워낙 작아서 밤에 술 취한 사람도 안 다닌다고 했다

친절한 젊은 소방관 아저씨와 헤어졌다


버스정류장에 들어갔다

괜찮았다

작은 의자가 낱개로 딱딱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하나로 되어있는 기다란 의자여서 누워 잘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제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정류장 안에 있는 슈퍼 외에는 불이 다 꺼져있었고 사람도 없었다

일기를 쓰려니 너무 어두워서 정류장 밖에 있는 가로등 밑에 앉아 일기를 썼다

일기 쓰다 보니 비가 왔다

아주 조금..비라기 보다

분무기로 물 뿌리는 듯한 아주 작은 물방울이 흩날렸다
찜질방에서 나왔을 때 흩날리던 물방울보다 더 작고 더 적은 양이었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계속 일기를 썼는데

계속 쓰다보니 머리고 가방이고 조금씩 축축해지는 것 같아

이러다간 일기장이 젖겠다 싶어 일기는 내일 쓰기로 하고 정류장 안으로 들어갔다



 


잠 잘 준비를 했다

어떻게 잘지 구상을..

항상 잠잘 때 누군가 나타나서 내 물건을 훔쳐가거나 날 다치게 만들거라는 걱정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나고보면 내가 괜히 오바해서 겁먹은 것뿐이었지만
잠을 잘 당시에는 정말 너무 불안했었다


내 배낭을 훔쳐갈 수 있으니까....배낭은 의자 밑에 두면 가져 갈 때 소리가 나겠지...

나쁜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태극기를 쓰기로 했다

이 날 주운 태극기의 봉은 쇠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차에 밟혀서 그런지 쇠 봉이 다 갈라져있었다

낮에 아무것도 모르고 들고 다니다가 손에 쇠 가시가 박힌 적도 있었다

그래서 봉을 태극기 천으로 둘둘 말아서 가지고 다녔었다

나쁜놈 나타나면 태극기 들고 휘둘러야지

막상 주워오니까 쓸 데가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어쩌다가 오늘은 정류장에서 노숙을 하게 됐는데 하필 낮에 주운 태극기 봉이 날카롭게 망가진 쇠라니

노숙하게 될 내 운명에 대비해 미리 하늘에서 내려준 무기같았다






잠자리를 만들었다

처음 준비물 사진 찍을 때 깜빡 빼먹은 게 있는데

바람불어서 만드는 베게랑 작은 나침반이다

베게는 정말 잘 챙겨갔다 부피도 얼마 안되고 덕분에 맨바닥에 머리대고 잘 일도 없었다

나침반은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가끔 교통표지판이 없는 곳이거나 도시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때

내가 가고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확인시켜주는데 도움을 줬다




아쉽게도 담요 길이가 애매하게 짧아서 내 몸을 다 덮지 못했다

밑에서부터 덮어 명치 위를 포기하거나

위에서부터 덮어 무릎 밑을 포기해야했다

무릎 밑을 포기 하기로 했다

얼굴에 모기약 묻히는 것 보단 다리에 모기약 묻히는 게 덜 찝찝하다

담요를 덮지 못해 살갗이 드러나는 다리 부분을 모기약으로 떡칠했다

그렇게 잠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손을 잡고

황급히 정류장 안에 있는 미용실에 들어가 재빨리 문을 걸어잠궜다

어두운 정류장 안에 있는 날 보고는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피해주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난 나쁜 사람은 아닌데..

ㅠ.ㅠ






의자 밑에 배낭을 넣고 의자 바로 옆에 있는 기둥뒤에 태극기를 기대 놓았다

의자에 누웠다

의자가 길어서 좋았다 하필 이런 긴 의자가 있다니

마치 나보고 여기 누워 자고 가라는 듯이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항상 이런 사소한 것들이 왠지 나를 도와주는 것 같고 딱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에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눈을 감았다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노숙을 하다니..무섭다
부디 오늘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빨리 내일 아침이 오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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