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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23:42

그냥걷기1

조회 수 2405 추천 수 2 댓글 1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는 오늘 꼭 출발해야한다 미룰만큼 미뤘다 오늘은 꼭 가야한다

 

언젠가부터 해보고 싶어진 일이다

내 발로 우리나라를 한바퀴 걸어보고 싶다

꼭 해보고 싶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거 없이 살아왔다

이 역시 혼자 속으로 계획만 세워놓고 속에서 끝낼까봐 걱정됐다

어디 누구한테 말도 안했다. 또 말만 하고 안할까봐..

장마 끝나면 7월 초 중순에는 출발하려고 했다

근데 무슨 장마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사실 자신도 없었다 어떻게 하나 둘씩 준비는 해 갔지만

내가 진짜 할 수 있을지... 막연하고 막막했다

그냥 비 핑계나 대며 또 방안에 틀어박혀 하루하루 지냈다

비가 그치길 바랬다, 또 비가 계속 오길 바랬다

비가 그쳐야 출발을 하는데.... 하면서도

비가 계속 와주니 내가 출발 못한다는 것에 대해

비가 오기 때문에 못 가는 것 뿐이라고 핑계거리가 생겨 다행이다 싶었다

하고 싶다면서 자신이 없어서 못 하고 숨어있는 이상한 꼴이었다

그냥 복잡했다 나는 항상 뭐가 복잡하다

쓸데 없는 말이 길어지면 써봤자 안 읽어줄것 같으니 이제 출발하겠다


2009년 7월 31일

엄마한테 편지를 남기고 누나한테 인사를 했다

또 갑자기 이렇게 나가는 게 미안했다

난 군대 갈때도 영장나온거 말 안하고 있다가 입대 일 주일전 쯤 들켰다

근데 또 이런다 집을 나서니 미안하고 마음에 걸렸다

그거 말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배낭을 메고 출발했다

대책 없다 난 밖을 많이 돌아다녀보지 못했다

외지로 나가본 적도 거의 없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확실히 모르겠다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하는건지....

일단 북쪽

내가 사는 대구에서 먼저 안동으로 가겠다

안동가는 길도 몰랐다

뭐가 국도고 뭐가 고속도로고 뭐가 뭔지 운전면허도 없고 돌아다닌적도 없는 난 그런 거 모른다

그냥 북쪽으로 계속 걸었다 어디가 어딘지 좀 헤매다가 얼떨결에 안동가는 국도를 찾았다

 

여기서 쓰면 좀 이상하지만.. 준비물을 올려야겠다

난 이 걷기를 위해 디카를 샀다 처음 사 봤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될지 뭘 찍어야 될지 그런것도 몰랐다

이렇게 후기를 올릴 지 말지 고민도 안했다.그래서 그런지 초창기엔 찍은 사진이 몇 장 없다

사진을 올려야 좀 봐줄 맛이 날텐데..

그래서 첫 날은 준비물 사진으로 어떻게 때워보려고 한다

이 준비물 사진들도..

출발 한달 전에 카메라를 샀지만.. 출발 할 때 까지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다

준비물 챙길 때도 사진을 찍어둔 게 없기에.. 이것들은 집에 도착하고 후기를 위해 찍은 것들이다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로 옮겨보니 느끼는 것

참 사진 찍기는 쉬운 게 아니구나 + 난 참 사진을 못 찍는구나




먼저 옷들이다

긴팔 2벌 + 반팔 3벌   총 5벌

수건 3장 팬티 5장 손수건 3장 모자하나

뭐 사실 준비물 하나하나에도 남들 모를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있긴 하지만..

아.. 후기 쓰는 것도 쉽지가 않구나 쓰려고 하니 한도 끝도 없다

그냥 아무튼 옷은 이렇게 챙겼다 저 중에 한 벌은 입고 출발했다



세면도구

세면백에

치약, 칫솔, 비누, 샴푸, 세안제, 면도기, 면도날, 면도크림, 샤워타올

어 면도날은 안 찍었네 3개 챙겨갔다

왠지 필요할 것 같아 꽃철사, 빵끈, 고무줄 , 실, 바늘도 챙겼다

철사와 빵끈은 꽤 챙겼는데 써서 몇개 안 남았다

부채는 왜 여기다 같이 찍었는지 잘 모르겠다 찍을 땐 몰랐는데

 



약같은 거

몸에 뿌리는 모기약 2개 , 면봉 , 밴드, 반창고, 후시딘, 소독약, 가그린

몸에 뿌리는 파스 , 압박붕대 , 후레쉬 , 건전지 9 개, 라이타

썬크림도 챙겼다 사진 찍을 때 모르고 안 찍음

물통, 보냉가방

어휴 출발할 땐 당연 다 새것들로 가져갔다

밴드도 새 거 붕대도 새 거




이 사진이 더 잘 나온 듯 여긴 선크림도 있네

 




나름 전자제품

카메라 가방( 안에는 카메라, 수첩, 핸드폰, 볼펜)

카메라 충전기, 핸드폰 충전기, 컴퓨터랑 연걸하는 선 뭐 그런거

혹시나 해서 삼각대도 사서 가져갔다

오른쪽 밑에껀 저것들 넣어둔 스퀘어백인지 뭔지




왠지 종이제품

필기구 , 연습장, 일기장, 편지지, 편지봉투, 전국지도

 




기타

스퀘어백인지 사용자평에 빨래 넣으면 좋다길래 산 거

우산 , 빨래줄, 빨래비누, 지퍼백 3장, 휴지

 




옷걸이+ 빨래집게

수건 걸어넣고 말리면서 쓸 생각이었다

처음엔 왼쪽 모습으로 챙겨가져갔는데

수건을 걸어보니 빨래집게가 좌우로 왔다갔다 거리면서 수건이 안 펴져서..

한 이틀 뒤에 빵끈으로 빨래집게를 고정시켰다

결론은 가지고 다닌 건 오른쪽 옷걸이

 


신발

뭐 신는 거야 샌들이면 되겠지 생각했다

샌들 중에 괜찮은 거라고 찾아냈다

 



그리고 배낭

역시 사본 적이 없어서 지식인에 찾아보니 다 메이커 추천....

메이커를 찾으니 가격이 비싸고 뭐 살지도 몰라서 고민하다가

인터넷에 그냥 어쩌다 들어간 사이트에 사용자평이 좋길래 이거 샀다

다른 배낭은 안 써봐서 모르겠는데

난 이 가격대에 이 배낭을 산 것에 대해 출발 후 정말 만족 했다

그 전에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메이커 가방을 봤는데

그런 것들을 샀으면 가방 때문에 신경 깨나 썼을 것이다

출발후에 ( 뭐지? 왠지 뭐가 딱딱 들어 맞는다 ) 라고 생각하게 해준 것중 하나이다

배낭

만족하게 잘 썼다

등에 땀 차는 것만 빼면

 

 

에고

여튼 준비물은 이렇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하면 빵 큰 걸 하나 가지고 갔다

빵 얘기는 있다가 해야지

 

출발은 설레는 기분 + 어느정도의 막막함, 불안함

계획은 그냥 막무가내로 출발 했다

돈은 비상금으로 5만원

뚜렷한 목표도 없다

걷고

길에 나오는 거 보고

하루 먹고 자고 살고

걷고

그냥 걷는 거지


처음 세 시간? 다섯 시간? 그 정도 까진 걷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

난 처음 생각하길

베낭도 군대 군장보다 가볍지

샌들은 군화보다 푹신푹신하지

군대에서 완전군장메고 40km 걸어도 그리 크게 문제 없었으니

이 상태로 40km는 그냥 쉽게 가지 않겠나

뭐 40km는 기본이고 맘 먹고 밤에도 걸으면 80km는 걷는 거 아닌가?

뭐 일단은 하루 40km정도로 생각해야지

개뿔..................어떻게 된건지 40km도 못갔다

오후 쯤 되니까 저런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발이 따가워오기 시작했다

앞꿈치부분.. 군대 첫 행군 때 폭삭 젖은 전투화신고 행군했다가

발에 물집이 왕창 잡혔었다

그 물집을 나중에 처리 안하고..껍질도 안 때고 괜찮겠지 하고 놔뒀더니

앞꿈치 부분이 노랗게 되고 누르면 따가웠었다

생활하는데 그리 지장은 없어서 그냥 살아왔는데...

그 부분이 말썽이다 너무 따가워서 못 걷겠다

걸음 걸이가 조금씩 이상해졌다

그러다보니 헐 이런 이제 물집까지 잡혔다

군대에서도 첫 행군 이후에 한번도 안 잡혔는데....물집 잡힐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샌들 신어서 걱정되는건 샌들 끈 조이는 부분에 쓸려서 껍질 까질까봐..

그것만 걱정했지 발바닥 걱정은 하나도 안했었는데...

제대로 못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아팠다

뭐? 80km? 뭐? 안동? 동해? 통일전망대? 서울? 한바퀴?

........... 놀고 자빠졌네.... 내가 뭐 이렇지..

집에 가고 싶었다

일단 집에 가고 나중에 다시 생각할까

아니면 차 타고 조금만 갈까

날은 곧 저물 것 같은데...

오늘 군위까지는 가려고했는데.. 12km 남겨두고 밤이되고..

밤에 걸어보려니 위험한 것 같았다
아파서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면 정도?

도로 근처에 마을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잠잘 곳을 찾아 헤맸다

마을 회관 같은 데 가면 재워준다던데..

마을 주민분 한테 물어보니.. 문 잠겼을텐데 하며.. 왠지 반기지 않는 분위기..

난 좀 소심하다

왠지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

교회

재워주는 건 문제가 아니라지만 재워주면 물건 없어지고 이상한 일이 너무 많다고..

민증 보여주고 집에 전화확인만 되면 재워준다고 하시는데

난 집에 이렇게 신세지며 다니겠다고 말 안하고 나온 게 아니다

그냥 여행하고 온다고 말 하고 나왔다

이런 거 알면 당장 집에 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나왔다

갈 곳이 없었다

주위에 찜질방?이 있다길래 가보니 24시간도 아니다

어디서 자야되지..

발은 너무 따갑고 아프다

난 빨리 걷는다고 걷는데 신호등을 제 시간에 못 건넌다

이럴수가...

언젠가 신호등 건너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고쳐야 한다고 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난 신호등 왜 저렇게 시간 긴가 하고 금방금방 건너다녔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나 어떤 사람들에겐 그 시간이 짧다고 했었다

아.....못 건너니까 서럽구나..

 

너무 길어지네


줄이기

 

꽤 헤메다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불꺼진 상가 계단에서 엎드려 잤다

난 겁이 많다

밖에서 자는 게 너무 무서웠다

이런 데 있으면 도둑이나 나쁜사람이라도 나타나서

칼로 찔러 죽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엎드려 잤다

엎드려 자니 자는 것 같지도 않고 트림이 한 2000번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계단 층게 사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우리 누나에 대해.

말을 안했지만 난 항상 우리 누나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항상 나보다 뭘해도 잘 하는 것 같고 도움을 많이 준다

어릴 때도.. 지금도...

이 날 까지도 그랬다

출발 후 하루에 한 가지는 ' 아 이것 때문에 정말 다행이다 ' 라고

생각 하였는데 이 날의 큰 도움은 우리 누나였다

누나는 뭣도 모르고 내 출발 전날 이 빵을 사왔다

나는 다음 날 떠날 건데..
하필이면 내가 아니면 먹지도 않을 이런 큰 빵을 오늘 사오다니..
빵 버릴게 될 것 같아 아까웠다
큰 빵 2개

누나한테 아침에 떠난다고 하니 빵 하나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난 먹을 건 아무것도 안 가져갈 생각이었다

내가 어떻게든 해결 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내가 아니면 먹을 사람도 없다면서 하나는 꼭 챙겨가라고 했다
마지못해 하나 가져갔다
첫날 막상 나가니 막막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빵만 먹었다

빵이 없었으면 배까지 고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을텐데

첫날 이 빵이 있었기에 그래도 배고프단 생각은 안하고 걸을 수 있었다

이 순간 까지 도움을 주다니...빵을 먹을 때 마다 생각했다

이 빵이 없었으면.......없었으면...........

그런 누나한테  .... 잘해주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표현을 잘 못한다

물통 보냉가방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쓸 일도 없을 보냉가방을 사놨는지

내가 출발하기 얼마전에 저걸 사와서 그냥 집 한 구석에 둔 것이다

어 ? 진짜 차가운 게 유지될까? 뭐 마침 잘됐다 가져가보자

덕에 적어도 뜨거워진 물을 먹진 않았다

차가운 게 꽤 오래 지속됐고 오래되면 미지근해지기까지만 했다

왜 후기에 이런 걸 쓰나 누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뭐....그냥 쓰고 싶다

언젠가 누나도 이 걸 보게 될 지도 모르지

첫날은 누나 덕이다



이건 그냥 첫날 찍은 유일한 바깥 사진


.. 사진이 없어서 볼 사람이 있을지..
무슨 쓸데없이 글만 이리 길다..
글도 막상 쓰려고 하니 한도 끝도 없다  이것도 엄청 줄인 건데..
사실 난 여행이 아니다
그냥 멍청하게 걷는 거다
괜히 게시판 자리만 차지한다 싶으면 다이어리 갤로 옮겨가야겠다
일단 몇 개만 써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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